서울대학교는 남녀공학인가

그냥 내 위치에서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서울대학교는 남녀공학인가? 물론 서울대학교는 남녀공학이다. 성별을 이유로 입학이 제한되지 않고 수학 및 학위 취득과정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차등이 없으므로. 

  

"언니도 서울대에서 생활하기 꽤 힘들었겠어요." 20년 전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캠퍼스를 걷는데 문득 후배가 말했다. 서울대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왜 힘이 드는 일일까. 시간이 흘렀고 이제 여성들은 더 이상 캠퍼스의 꽃이 아닌 것 같다.

 

학부과정에서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다가섰고, 대학원 석사과정에서도 여학생이 절반 이상인 학과가 많아졌다. 어떤 조직에서 소수자가 30% 이상이 되면 그들은 더 이상 소수자가 아니라고 하는데, 남녀공학의 여학생들은 어떨까. 과연 여학생들이 화장실을 찾기 위해 위․아래층을 기웃거리는 일이 줄어들었고, 남성 관점에서 외모를 점검하는 정도가 낮아진 것 같고, 단과대학 학생회에서는 여학생이 회장으로 선출되는 일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도 여학생을 '여성'이라는 범주로 바라보는 시선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학생들은 대개 학생과 '여'학생으로, 교수들은 대개 교수와 '여'교수로 분류된다. 남자인 후배와 선배와 교수들은 서로 직렬관계처럼 결합되어 캠퍼스의 핵을 이루고 있다면, 여자들은 숫자는 많아졌어도 여전히 그 외곽을 도넛처럼 둘러싸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대학원 학생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말할 때도, 많은 여성 대학원생들이 겪는 임신과 육아를 포함한 모성활동(이는 학업에 가히 위협적이다)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또 여성인 학생들은 대부분 남성 선생님에게 평가받아야 하는데, 남성 선생님과의 소통에서 여학생은 남학생과 위치가 다르고 친밀해지기도 어렵다. 아니, 친밀해진다는 의미 자체가 성별에 따라 다르다. 그러자니, 여학생들은 의견표명에 소극적이 되고 그때 그때 행동노선을 선택해야 하는 복잡한 상태에 놓인다. 그러면서도 기존 규범을 간파하고 살아남기 위해 고투한다. 이런 것들이 남녀공학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의 힘듦의 한 단면이다. 여성으로서 대학의 한 중심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 여성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무릇 남녀평등이란 여성이 남성과 같아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여성이어도 차별받지 않는 상태'를 일컫는다.

 

진정한 남녀공학이 되려면 여성을 성희롱의 '위험한 대상'이 아닌 미래의 동량(棟樑)으로 키우려는 대학의 자세가 필요하다. 대학의 정책 관점이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것이 아니었는지 늘 각성하고, 그동안 억압된 여성 관점을 채용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여기에 성 인지성 제고 교육, 여성교수의 증원, 모성지원과 보육시설 확대 등이 포함될 것이다. 시설마련에 있어서도 여성건축가, 예술가를 고용하여 캠퍼스의 미적 감수성도 변화되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랑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유쾌한 여성학생들이 많이 자라나기 바란다. 이들은 어느날 우리 세대의 방을 노크하여 다양성과 창조성,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깨우쳐 주게 될 것이다.

 

 

▲ © 대학신문 사진부

양현아

법대 교수ㆍ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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