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 주변의 화학성분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살충제 계란 파문과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연달아 터졌다. 전 국민이 일상생활에서의 보이지 않는 공포에 떨고 있는 사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를 비롯한 정부는 만족할만한 사후대처와 향후 대책 마련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그동안 ‘소통하는 정부’ ‘유능한 정부’를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치와는 결을 달리하는 모습이다.

‘살충제 계란’과 ‘유해 성분 생리대’ 파동을 거치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주체인 정부는 화학성분에 대한 안전관리에 안일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살충제 계란의 경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미 문제제기가 이뤄졌으며, 당시 식약처장이 대책 마련까지 약속했지만 이에 대한 후속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생리대의 경우에도 올해 3월 여성환경연대가 국내 유통 생리대 10종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 등의 유해 물질이 22종 검출됐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국회나 시민단체를 통해 이미 여러 차례 문제제기가 이어져왔던 사안임에도 정부는 일상적인 제품이나 먹거리 안전관리에 소홀해왔던 것이다.

이렇게 화학성분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사이, 정부는 초기 대처에도 빈약한 모습을 보였다. 식약처는 지난 21일 살충제 계란에 대한 독성 결과 발표를 통해 성인은 한 달 동안 126개, 평생 동안 매일 2.6개의 피프로닐 오염 계란을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장기적인 섭취 사례에 대한 보고가 없는 만큼 살충제 계란의 만성독성에 대해서는 섣불리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해 국민들의 혼란은 가중됐다. 유해 성분 생리대 파동도 마찬가지다. 식약처는 초기 “휘발성유기화합 물의 생리대 검출 기준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마련된 국가가 없다”며 문제가 된 릴리안 생리대에 대해서만 조사에 나서는 등 소극적인 대처를 보였다. 현재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뒤늦게 3년간 유통된 생리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상태다. 가히 무능하다고 할 수 있는 정부의 초기 대처에 아직까지도 국민들의 불안은 쉽사리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살충제 계란, 유해 성분 생리대 사태를 거치며 화학성분의 안전관리에 대한 허점을 반복해서 드러내고 있다. 지난 가습기 살균제 논란 당시 정부 부처 간 떠넘기기가 이뤄져 사후대처가 지연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도 농축산식품부와 식약처 사이에서 책임 떠넘기기가 발생했다. 정부는 화학성분의 안전관리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이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충실하고 믿음직한 사후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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