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되어 만드는 울림을 꿈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되어 만드는 울림을 꿈꾸다
  • 이용진 기자
  • 승인 2017.09.10 0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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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관악구 한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광화문 장애인 농성장을 찾아 장애인계가 요구한 3대 적폐(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수용시설)의 폐지를 논의하기 위한 민·관 협의체 설치를 약속했고, 이에 1,842일간 이어오던 농성이 중지되며 큰 화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장애등급제의 단계적 폐지를 공약하는 등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의 폐지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반면 장애인 수용시설 문제는 공론화가 덜 이뤄져 있는 데다 수용시설을 운영하는 이해당사자들이 존재해 그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장애인계는 수용시설의 폐지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학신문』에선 관악구 서림동에 소재한 한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한울림)를 방문해 수용시설을 나와 자립을 준비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장애인들에겐 수용시설은 ‘다진 밥’=한울림은 지난 2008년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설립됐다. 한울림 오태경 대표는 “관악구에 2만 명이 넘는 장애인들이 있으나 집이나 시설 안에서만 살아 이웃과의 교류가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부나 가족의 보호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립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울림은 지난 10년간 수용시설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들이 시설을 나와 자립하기까지 최대 7년간의 자립훈련을 지원했으며, 현재 3명의 발달장애인이 한울림에 머물며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울림은 왜 장애인들이 수용시설에서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걸까. 한울림 박인영 기획실장은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수용시설은 ‘다진 밥’처럼 개개인의 개성이 실종된 채 획일적인 삶을 살아가는 곳”이라며 “시설을 나온다는 것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편입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수용시설은 장애인들을 원활하게 관리하고자 통금시간 등의 여러 규율로 장애인들을 통제하고 있다. 광화문 농성장에선 수용시설에서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었다는 성토가 쏟아지기도 했다. 오태경 대표는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똑같은 인간으로, 한 명의 이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설에서 나와 한울림에서 자립을 준비하고자 하는 장애인들이 시설 퇴소식을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한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시설에서 한울림을 거쳐 지역사회로=한울림은 시설을 나온 장애인들이 완전히 홀로서기까지의 과도기에 머물 주거공간과 사회생활에 필요한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실제로 자립에 필요한 사회활동을 경험하고 학습해보는 자립생활훈련(Independent Living Program)이 대표적이다. 한울림의 장애인 자립주택 코디네이터인 신중현 사회복지사는 “요리, 대중교통 이용 같이 간단한 것부터 성교육과 직업탐색까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발달장애인은 시설에서 나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자립생활훈련 프로그램에서 종이가방을 만드는 업체를 소개받아 전담 사회복지사와 함께 직장까지 가는 지하철을 타는 훈련을 하면서 이제는 혼자서 출퇴근하며 무리 없이 업무를 소화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외에도 한울림은 관악구의 장애인들이 교류하며 노래방 등의 문화 활동을 즐기는 모임을 지원하는 등 장애인들이 지역 사회에 융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자립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은?=자립하고자 하는 장애인들, 특히 발달장애인들 앞에 놓인 가장 큰 장애물은 턱없이 부족한 활동보조 시간이다. 한울림에도 장애인들을 보조하는 사회복지사가 있지만 여러 명의 장애인들을 한꺼번에 도와줘야 하는 탓에, 정부에서 파견돼 장애인들 각각의 곁을 지키며 활동을 도와주는 활동보조인이 필수적이다. 장애인이 보건복지부에 활동보조를 신청하면 국민연금공단에서 조사 나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판정한다. 이때 팔을 혼자 들어 올릴 수 있는지,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지 등 신체장애 중심의 검진표를 바탕으로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몸은 멀쩡해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은 활동보조시간을 부족하게 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박인영 기획실장은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 제도는 몸이 불편한 신체장애인 위주로 고안됐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9살 때부터 15년 넘게 살던 시설을 나와 한울림에서 지내고 있는 발달장애인 윤여빈 씨도 이 때문에 하마터면 수용시설을 나오지 못할 뻔했다. 윤여빈 씨는 먼저 시설을 나온 친구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자립을 결심하고 활동보조를 신청했지만 신체장애 위주의 검진 항목 탓에 하루에 두세 시간밖에 지원받지 못했다. 신중현 사회복지사는 “윤여빈 씨를 씻기는 것부터 옷 입히기까지 모두 활동보조인의 손길이 필요해 함께 동네 슈퍼에 다녀오는 것만 해도 한 시간 걸린다”며 “두시간 가량의 활동보조 시간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한울림에선 지역 언론사 및 장애인 단체와 연대해 국민연금공단 앞에서 항의성 기자회견을 여는 노력 끝에 활동보조 시간을 충분히 배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신중현 사회복지사는 “윤여빈 씨는 사지 강직성 장애가 인정돼 시간을 더 받을 수 있었지만 한울림에서 지내는 다른 두 분은 여전히 월 71시간밖에 인정받지 못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활동보조 시간의 부족과 더불어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 또한 장애인들의 진정한 자립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박인영 기획실장은 “시설에서 나와 자립하기 위해 기초수급권이나 의료비 감면 등의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면 한참 전에 연락이 끊긴 어머니가 있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있다”며 “이 때문에 시설을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장애등급제와 관련해서도 오태경 대표는 “1등급 장애인이라도 활동보조가 덜 필요할 수 있는 반면 2등급 장애인이라도 거의 항상 보조인이 붙어있어야 할 수 있다”며 “등급에 따라 구분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자립에 나섰을 때 생존권을 위협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들은 아무리 좋은 시설일지라도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선 시설을 나와 자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설에서 나온 이들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주거 공간과 스스로 경제활동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한 형편이다. 무엇보다 지역사회가 장애인들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 역시 이들이 시설 밖으로 나오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울림 활동가들은 단 한 명의 장애인이라도 더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 편입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울림을 나오며 앞으로의 활동 포스터로 빼곡하게 덮인 게시판이 그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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