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다예
심리학과 석사과정

심리학은 때때로 독심술과 동치의 학문으로 오인당한다. 경험적으로 두 명 중 한 명 정도는 심리학을 전공한다는 말에 ‘그럼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로 반응하는 것으로 미뤄볼 때 그렇다.

사실상 심리학에 대한 상투적인 농담에 가까운 그 문장을 때때로 되새겨본다. 앞선 질문은 사실 인간이란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일종의 오만함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심리학은 순간순간 사람의 마음에 무엇이 흘러가는지 예측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마음을 읽는 대신 인간 행동의 법칙성을 찾아내는 것을 선택했으며, 이로 인해 행동과학으로도 일컬어진다.

인간의 생각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동일한 행동을 보이는 인간이 모두 동일한 사고를 할 것이라는 가정이 필요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간단한 존재가 아니다. 심지어 자기 속에 무슨 생각이 지나갔는지 자체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잠시의 관찰만으로 타인의 속을 알 수 있다는 환상은 그렇기에 오만하다.

사실 마음은 물론 인간 행동을 예측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심리학에선 .3의 상관을 대략 중간 수준의 상관으로 보는데, 이는 정의된 두 변수가 어느 정도 동시에 움직이는 경향성을 가진다고 가정하는 것이고, 더욱 쉽게 말하면 결과를 소중하게 다루기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3의 상관을 산점도 그래프로 나타내 보면 그 패턴이 얼마나 미미한 수준에서 나타나는지에 놀라게 된다. 실제 많은 반례가 데이터 안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심리학은 일반화를 위해 ‘그런 경향이 있다’고 표현한다.

경향성이라는 단어는 그런 의미에서 강력하고, 무섭다. 널리 알려진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은 복종 연구로 유명하다. 권위자의 지시가 있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무책임한 선택을 하는지 보여주는 실험으로, 연구자에게 복종해 450V 버튼까지를 누른 사람들의 비율은 65%였다. 65%의 사람들의 무책임한 복종이 일반화되고 나면 35%의 사람들이 보여준 불복종의 반례는 잊힌다. 그러나 세상은 그러한 경향성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넘쳐나는 곳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양성을 하나로 묶어 판단하는 것은 우습지만 동시에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중정보처리이론(dual process theory)에서는 인간의 마음에 두 가지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전체적인 맥락을 위주로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즉 선입견을 이용하는 첫 번째 시스템과, 맥락으로부터 개별화시켜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즉 심사숙고하는 두 번째 시스템. 심리적인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기 위해 우리는 중요하지 않은 일은 첫 번째 시스템을 이용해 판단한다. 한 인간을 그 사람이 속한 성별, 인종, 종교, 계층으로 묶어 왜곡하고 지레짐작하는 것은, 슬프지만 우리 마음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인 것이다. 우리 사회가 만연한 혐오의 시대에 접어든 것은 사람들의 마음이 바빠지고, 그래서 서로의 집단을 쉽게 매도해버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좀 더 세상을 세심하게 바라보자. 경향성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자. 한 인간이 가지는 그만의 개연성을 사랑해주자. 인생을 관통해 언제나 그러한 진리란, 적어도 심리학에서는 없다. 심리학은 나에게 그와 같은 것을 가르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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