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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동물복지, 현주소를 말하다

2017년 대한민국에는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많은 이들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동물학대에 분노하고, 길거리에서 마주하는 집 없는 동물들에게 애정을 쏟으며, 식탁 위에 올라온 고깃덩어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 한다. 이렇듯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은 일생을 함께하는 동반자인 반려동물을 넘어 농장동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정치권도 변화하는 흐름에 발맞춰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동물복지의 확대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동물복지, 인간과 동물 모두를 위한 선택

길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반려동물 전용 서비스업 매장을 찾을 수 있고, 지자체 예산으로 반려동물 테마파크까지 건립되고 있는 현 상황은 가히 인간의 세상이 아닌 ‘동물의 왕국’인 것처럼 느껴진다. 공장식 축산의 해결책으로 채식이 요구될 때면 왠지 모를 불쾌감에 얼굴이 벌게지고, 동물의 복지를 위해 정작 인간의 복지는 무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처럼 동물복지를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에 반감을 가진 이들도 하나둘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동물복지의 개념에 대해 대중의 오해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김민수 활동가는 동물복지를 인간 수준으로 보장하자는 것은 아니라며 “동물의 기본적이고 자연스러운 본능을 보장해주는 것만으로도 동물복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학 교수(수의학과) 또한 “동물에 대한 지나친 복지보다는 동물의 다섯 가지 자유*를 보장해주는 범위 내에서 동물복지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동물복지란 현실과 유리된 채 동물의 권리만을 우선시하는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을 이용하는 인간이라면 최소한으로 행해야 하는 상식적인 대우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생태계 안에서 인간과 동물의 건강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원헬스(One Health)의 관점에서도 동물복지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예컨대 공장식 축산은 동물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질병이 발생할 확률을 높이는 간접적인 원인이 되는데, 일부 질병의 경우 인수공통전염*의 위험이 있다. 질병에 걸린 동물에 과다 사용된 항생제도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인간과 동물은 이분화된 것이 아니라 다 같이 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며 “동물이 열악한 환경에 내몰려 복지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결국 인간을 비롯한 전 생태계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각에 따르면 결국 동물복지란 인간과 동물이 교감하며 건강한 생태계를 구성해나가는 것이므로 ‘인간 동물’과 ‘비인간 동물’ 모두가 행복한 진정한 의미의 ‘동물의 왕국’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은 동물복지가 보장된 ‘동물의 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오늘날 대한민국의 동물복지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이야기들을 개식용 농장, 유기동물보호소, 동물복지축산농장의 세 가지 쟁점으로 나눠 살펴본다.

1. 동물복지와 개식용 농장의 어색한 공존

매년 복날이 다가오면 개식용에 대한 논란이 거세진다. 개식용을 찬성하는 ‘대한육견(肉犬)협회’와 동물보호단체간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정부 또한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나 개식용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개식용 농장의 현 실태가 동물복지 흐름에 반하는 어두운 그늘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동물학대의 온상, 개식용 농장에서는 무슨 일이?=동물보호단체들은 개식용 농장의 현 실태가 대한민국의 동물복지 수준을 해치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식용견’이 태어나고 도살되는 순간까지 개식용 농장에서 매분 매초 동물학대가 반복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큰 문제는 ‘축산법’상 사육이 가능한 가축에 속하지만, 가축의 도살 및 유통 등을 규정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가축으로 명문화돼있지 않은 개의 애매한 법적 지위로부터 생겨난다. 1978년 정부는 국제적 여론을 의식해 ‘축산물 가공처리법’(현 축산물 위생관리법)을 개정하며 개와 개고기를 각각 가축과 축산물에서 제외시켰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축산법에 따라 개를 가축으로 키울 수는 있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도살해 개고기로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개식용이 관습적으로 인정돼오면서, 개식용 농장이 개를 도살해 유통하면서도 축산물 위생관리법상의 관리 대상이 되지 못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벌어지게 됐다.

이에 개식용 농장의 환경은 축산물 위생관리법의 규제를 받는 일반 축산농장보다 더욱 열악한 수준으로 치달았으며, 개식용 농장이 동물학대의 온상이라는 비판 또한 거세졌다. 대부분의 개식용 농장에서 개들은 사면이 철망으로 된 ‘뜬장’에서 대규모로 사육된다. 김민수 활동가는 “뜬장은 여름엔 더위를, 겨울엔 추위를 피할 수 없는 매우 좁고 비위생적인 공간”이라며 “평생을 뜬장에서 보낸 개들은 발바닥이 갈라지고 기형이 생겨 정상적으로 걸을 수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현재 개식용 농장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개에게 사료가 아닌 음식물 쓰레기를 별도의 멸균처리나 성분검사 없이 먹이로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수 활동가는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는 동물의 사체와 음식물 쓰레기를 한데 갈아 일상적인 먹이로 제공한다”며 “이는 사료관리법 위반일 뿐 아니라 명백한 동물학대”라고 주장했다.

배설물이 쉽게 빠질 수 있도록 지면에서 띄워 놓은 뜬장은 대다수의 개식용 농장이 선호하는 사육방식이다. 먼지가 쌓인 뜬장 밑으로 썩은 배설물이 쌓여있다. (사진제공: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개식용 농장에서 개들의 먹이가 되는 음식물쓰레기가 고무대야에 담겨있다. 옆에 놓인 철장 안에는 뼈와 가죽만 남은 개의 사체가 있고, 그 뒤로 철장에 갇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한 개가 눈에 띈다. (사진제공: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비위생적이고 밀집된 환경에서 길러진 개들은 질병에도 취약하기에 자연스레 대부분의 개식용 농장은 정부의 관리 밖에서 고농도의 항생제나 약물을 오남용하게 됐다.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개고기 실태조사를 실시한 건국대학교 3R동물복지연구소 이혜원 부소장은 “시중에 유통 중인 개고기를 검사한 결과 93개의 샘플 중 42개에서 다량의 항생제 성분이 검출됐다”며 “항생제 검출량이 축산물에 통상 적용되는 기준치보다는 낮았지만, 이는 일반 축산물의 항생제 검출비율의 100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미생물 배양검사 결과 패혈증을 불러올 수 있는 ‘프로테우스 불가리스’를 비롯해 여러 세균과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위생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 고려할 때 합법화는 어려워=이러한 실태에 대해 각 단체가 내놓는 해결책은 사뭇 상반된다. 동물보호단체는 개식용의 불법화를 이야기하고, 대한육견협회는 개식용을 합법화시켜 개 또한 다른 가축처럼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합법화에 대한 주장은 1999년 김홍신 전 한나라당 의원이 축산물 가공처리법(현 축산물 위생관리법)상에 개와 개고기를 각각 가축과 축산물로 명시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시도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15대와 16대 국회에서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과연 현재 개식용의 합법화는 가능한 것일까? 이형주 대표는 “개식용이 합법화되더라도 개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사육 환경이나 도살에 대한 연구가 먼저 진행돼야 한다”며 “개고기 소비량이 현저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 모든 연구 비용과 국제적인 반대를 감수하고 합법화를 시도할 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현재 문화 상대주의의 논리 하에서 문제시 되지 않았던 문화에 대해 국제적 차원의 성찰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민수 활동가는 “문화와 전통이라는 이유로 옹호됐던 동물학대가 차차 금지되는 추세”라며 “영국에서는 왕실의 야외 스포츠였던 여우사냥이 법적으로 금지됐고 유럽 일부 국가들도 점차 푸아그라의 생산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식용 문화가 있었던 필리핀과 대만도 동물복지를 이유로 개의 도살을 금지시킨 바 있다. 이에 현재 대한민국의 여러 동물보호단체 또한 개식용의 단계적 불법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혜원 부소장은 “새로운 종을 합법화시켜 고통스러운 사육 환경과 도살의 굴레에 편입시키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의 입장에서 개식용의 불법화는 반려동물과 농장동물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실태를 개선하겠다며 개식용 자체를 합법화하는 것은 동물복지에 반하는 방향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십 년간 이어져온 갈등과 동물복지라는 새로운 흐름 속에서 이제는 어렵지만 답을 내려야 할 때이다.

2. 유기동물보호소는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가?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면에는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유기동물이 있다. 매년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내지는 유기동물만 9만 마리에 달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유기동물보호소는 그 이름대로 동물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생사의 갈림길, 유기동물보호소의 그늘=만약 당신이 지자체 보호소로 보내진 동물들은 평생을 안락한 환경 속에서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다. 지자체 보호소로 보내진 동물 중 절반 정도는 각 보호소가 규정한 일정 보호기간이 지난 뒤 안락사에 처해지거나,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하고 자연사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5년 지자체 보호소에 입소한 유기동물 82,082마리 중 20%가 안락사하고 22.7%가 방치돼 자연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적으로 하루 약 96마리의 유기동물이 보호소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지자체 보호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명보영 수의사는 “대부분의 경우 수의사에 의한 개체 관리나 질병의 치료가 거의 이뤄지지 못 한다”며 “일주일이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형식적인 위탁 진료를 맡기기 때문에 수의사의 역할은 보통 안락사 시행에 한정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자체 보호소의 운영 형태와 이에 따른 한정된 예산에서 찾을 수 있다. 2016년 기준 지자체 보호소의 85% 정도가 지자체 직영이 아닌 위탁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위탁의 경우 대부분 최저 단가에 의한 입찰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유기동물 한 마리당 가장 낮은 가격의 금액을 제시한 업체가 보호소의 입찰에 성공하게 된다. 이형주 대표는 “위탁업체는 한 마리당 평생 8~15만원이라는 한정된 보조금 안에서 유기동물의 구조, 보호, 안락사 등을 시행해야 한다”며 “적은 금액으로 동물 관리와 시설 운영까지 감당해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동물복지의 측면에서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보호소뿐 아니라 민간에서 운영하는 사설 유기동물보호소의 상황 또한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사설 보호소의 경우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후원금만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사설 보호소 ‘양주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동물학대방지연합 우성훈 간사는 “한번 구조한 동물은 끝까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보호하다보니 빚을 지더라도 운영을 해나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양주쉼터와 같은 몇몇 사설 보호소의 경우 적정 개체 수를 유지하며 동물 구조와 의료지원을 계속하고 있지만 모든 사설 보호소의 상황이 이와 같은 것은 아니다. 최악의 경우 적정 개체 수의 유지에 실패해 기본적인 질병 관리조차 하지 못하는 애니멀호더*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된 ‘삼백이’는 주인에 의해 오랜 기간 방치되는 동물학대를 당했다. 지자체 보호소의 경우 제대로 된 입양 기준이나 사후관리가 부재해 유기동물이 개식용 농장으로 보내지는 등 다시금 동물학대의 굴레에 빠지는 일이 빈번하게 반복된다.
개식용 농장에서 모견으로 이용되며 출산만을 반복하던 ‘안나’는 양주쉼터로 구조된 뒤 몇 차례의 대수술을 거쳤다. 생존율이 희박한 수술에서도 건강히 살아남아 불사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양주쉼터의 경우 유기동물에 대한 의료지원을 계속하고 있지만 모든 사설 보호소의 상황이 이와 같지는 않다.

◊동물을 ‘죽이는’ 곳이 아닌 ‘살리는’ 곳이 되기 위해=전문가들은 유기동물보호소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정부와 각 지자체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자체 보호소의 경우 현재의 위탁운영 방식을 개선하거나 직영으로 전환할 것이 요구된다. 명보영 수의사는 “위탁 형식의 경우 매년 입찰이 이뤄지기 때문에 시설이 노후하고 열악한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 직영 보호소의 비율을 높이고 위탁운영을 하더라도 최저 단가 입찰이 아닌 인력이나 시설 등의 측면에서 동물복지 기술력을 평가하는 입찰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설 보호소의 경우에도 애니멀호더 성격으로 운영되는 보호소를 찾아 이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와 지원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보호소의 규모에 비해 매년 발생하는 유기동물의 수가 과도한 현상황을 고려해 유기동물의 발생 자체를 억제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김민수 활동가는 “번식장을 통해 태어나는 강아지 중에서 경매장을 거쳐 펫샵으로 팔리는 개들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무분별한 강아지 생산업을 규제해 유기동물보호소로 유입되는 입구부터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을 쉽게 유기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의 형성과 반려동물 등록제의 활성화 또한 중요하다. 우성훈 간사는 “반려동물이 아플 때 이를 감당하지 못해 버리는 사람이 많다”며 “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책임지려는 개인적인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유기동물보호소가 동물을 진정으로 ‘보호’할 수 있는 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유기동물보호소 자체의 발전을 넘어 유기동물의 발생을 줄이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3. 이상과 현실 사이에 놓인 농장동물의 복지

공장식 축산의 현실을 고발한 영화 <옥자>가 인기를 끌고,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의 대안으로 동물복지축산농장이 떠오르면서 농장동물의 복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턱없이 낮은 동물복지축산농장의 도입률, 과연 대한민국에서 동물복지축산농장의 확대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일까?

◇동물복지축산농장, 농가의 현실을 외면한 이상인가?=동물복지축산농장은 농장동물을 위한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환경을 조성한 농장으로, 면적 당 사육두수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할 시 농림축산식품부의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축종별 동물복지축산농장의 도입률은 산란계 8.5%, 육계 0.67%, 돼지 0.26%, 젖소 0.11%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을 거치며 동물복지축산농장에 대한 여론의 요구는 빗발쳤지만, 농가 입장에서 이를 개선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동물복지축산농장의 경우 초기 비용이 커 진입장벽이 높고, 아직까지 소비시장이 확보되지 않아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유용 교수(농생명공학부)는 “동물복지축산농장을 위해선 면적을 늘리고 시설을 대폭 전환하는 등 농장의 모든 체계를 다 바꿔야 한다”며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실제 판매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농장을 운영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동물복지축산농장으로 전환 시 축산물 공급량이 감소해 가격이 상승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김재홍 교수(수의학과)는 “축산물은 수요와 공급의 탄력성이 낮아서 조금만 넘치면 가격이 폭락하고, 조금만 모자라도 가격이 폭등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계란의 경우 장거리 수송이 어려워 수입에 의존할 수도 없으므로 동물복지축산농장으로 전환될 경우 가격은 현재보다 수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동물복지축산농장 정책이 농가의 생산 현장을 제대로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재홍 교수는 “산란계 동물복지축산농장에서 사육되는 닭의 면역력이 더 강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급성 질병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방사형 동물복지축산농장의 경우 오히려 감염된 야생조류와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 질병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돈농장의 경우에도 동물복지축산농장의 허점이 존재한다. 서울대 동물영양생화학실 실험농장 ‘야곱농장’에서 돼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정우림 씨(동물영양생화학실 박사과정)는 “분만 이전과 이후에 어미돼지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분만틀의 경우 새끼돼지가 어미돼지에 깔려 죽는 일을 방지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분만틀의 사용을 금하는 동물복지축산농장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어미돼지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분만틀을 제거한다면 새끼돼지의 생명에 큰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새끼돼지 여러 마리가 분만틀 안에 누워있는 어미돼지의 젖을 빨아먹고 있다. 김유용 교수는 “300kg이 넘는 어미돼지가 1~2kg 정도 되는 새끼돼지를 깔고 앉는다고 생각해보라”며 분만틀의 주목적이 어미돼지를 가둬놓는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농장주와 농장동물 모두 행복할 수 있기 위해=그러나 많은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농장동물의 복지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재홍 교수는 “동물복지축산농장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단기적으로 동물복지축산농장을 전면 도입하긴 어렵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비율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동물복지축산농장으로의 전환이 농가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만큼 이를 무조건 강제해선 안 되며, 정부는 시설 지원이나 소비시장 확대에 먼저 힘써 농가의 참여를 자발적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형주 대표는 “그동안 정부가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를 실시만 했지 실질적인 농가 유인책은 거의 없었다”며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소비자 또한 농장동물의 복지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 동물복지축산농장의 축산물을 고가로 구매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 없이 현재와 같은 싼 가격을 기대한다면 동물복지축산농장의 확대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혜원 부소장은 “동물복지축산농장으로의 초기 전환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유지의 책임은 소비자가 감당해야 한다”며 “고기의 가격이 비싸지더라도 동물복지를 위해 윤리적 소비를 행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동물복지축산농장에 관한 정책을 만들어 나감에 있어 정부와 농가의 공조도 중요하다. 동물복지축산농장이 농가의 생산 현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만큼 농가의 목소리를 들으며 함께 정책적 고민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혜원 박사는 “산란계 방사형 동물복지축산농장의 경우 닭이 AI의 위험에 노출돼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환기가 잘되는 실내 사육장에서 모래를 깔고 횃대를 설치하는 평사형 동물복지축산농장의 조성을 권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돈농가의 경우에도 새끼돼지의 압사를 방지하는 분만틀을 포기하기 쉽지 않아 동물복지축산농장의 도입률이 떨어지는 만큼, 이를 대체할 만한 시설의 개발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설비 마련에 있어서도 앞서 말했듯이 정부의 지원과 소비시장 확대를 통한 농가의 수익성 보장이 전제돼야만 한다. 오늘날 직면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농장주와 농장동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동물복지축산농장의 확대를 기대해본다.

*동물의 다섯 가지 자유: 배고픔·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불안으로부터의 자유, 통증·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공포·고통으로부터의 자유

*인수공통전염: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한 전염

*애니멀호더: 능력 이상으로 반려동물을 대량으로 사육하는 사람

사진: 박성민 기자 seongmin41@snu.kr

삽화: 손지윤 기자 unoni0310@snu.kr

삽화•레이아웃: 조수지 기자 s4kribb@snu.kr

이지윤 기자  dlwldbs644@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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