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년간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심하게 훼손돼왔다. MBC, KBS를 비롯해 YTN 등 방송사 노조들은 제 역할을 할 수 없었고,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강하게 받는 정치적 영향력 하에 방송사들은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무책임한 방송 구성으로 공영방송의 책임을 회피했다. 그런데 9년 전 노조활동 때문에 부당하게 해고됐던 노종면 기자 등 3명의 기자가 복직하게 됐고, MBC와 KBS 노조가 유례없는 공동 파업을 결의, 진행하면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의 신호탄이 올랐다.

전방위적으로 사퇴요구를 받고 있는 김장겸 사장의 경우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MBC를 망가뜨린 주역이라고 평가받는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보도 은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축소를 위한 물타기 보도를 이어왔고, 정권에 비판적인 기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 왔다.

방송사 사장에게 인사권과 예산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방송사 조직은 사장의 성향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지난 9년간 PD들의 제작 자율성은 심각하게 훼손당했으며 세월호와 위안부, 국정농단의 중요한 이슈들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사장을 중심으로 한 사상 검열과 방송제작 과정에의 부당개입 증언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방송사 사장이 갖는 권한이 큰만큼 선임과정의 투명성과 함께 방송사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작금의 사태는 비단 최근의 일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단지 현 경영진의 사퇴와 새로운 사장의 선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방송사 경영진을 그대로 두고 방송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상화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선임할 지에 관한 제도에 있다.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비판을 받는 인물들이 선임된 배경에는 이사진 구성과 사장 투표 방식에 있다. 양대 방송사 이사회 모두 특정 정파 측 인사들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사장의 선임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위원의 2/3 이상이 동의해야만 사장으로 선임되는 특별다수제는 정권의 영향력 아래에 놓인 언론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주요한 대안 중 하나로 논의돼 왔다. 지난 정권 하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발의했지만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제라도 국회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통해 방송의 공정성 확보 마련이 가능하도록 방송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공영방송사의 대규모 총파업은 지난 정권 하에서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던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파업으로 현 경영진이 사퇴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제도적 변화, 즉 특별다수제의 도입 없이는 공영방송사의 독립성과 방송 편성의 자율성은 요원해질 것이다. 적폐라 할 수 있는 현 방송사 경영진들을 옹호하며 국회 보이콧을 한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몽니를 부리지 않아야 하고, 민주당 또한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대변할 사장 선임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은 특별다수제 등의 도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정략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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