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한 뒤로 매일 느끼는 사실이 있다. 서울대는 장애인에게 불친절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만 해도 대학은 무언가 다르리라 생각했지만 서울대도 마찬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았다. 내가 주로 생활하는 인문대 건물만 해도 많은 부분이 미비했다. 대표적으로 모든 건물이 2층 이상이지만 그중 일부에만 엘리베이터가 있고, 경사로가 없는 출입구도 왕왕 볼 수 있다.

부족한 시설이나마 사용하려고 해도 안내가 부족해 찾기가 어려웠다는 점 또한 큰 문제다. 인문대는 14동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건물이 서로 연결된 구조다.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라도 2층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또 1층과 2층에 각각 외부 출입구가 있는 건물도 많은데, 이 경우에는 출입구에 경사로가 있다면 굳이 엘리베이터를 쓰지 않아도 1층과 2층에 모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및 경사로의 유무와 위치, 건물 간의 연결 구조, 어느 출입구가 몇 층과 이어져 있는지 등의 정보는 내가 직접 다녀보지 않는 한 알기 힘들었다. 애초에 구조가 복잡한데다가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까지 찾아다녀야 하니, 강의실까지 휠체어로 접근 가능한 길을 발견하지 못해 수업에 지각한 적도 있었다.

때문에 현재 서울대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현 시설 안내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구체적으로는 출입문 근처와 복도 등에 엘리베이터 및 경사로의 위치를 안내하는 픽토그램을 만든다거나, 지도 형태로 제작해 여러 곳에 부착하거나 웹으로 배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현재 학교 캠퍼스맵 어플에 ‘장애인 모드’가 있긴 하지만 장애인용 화장실 위치 정도를 안내해주는 데 그치고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내외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을 주장하면 늘 듣는 말이 ‘그것도 옳지만 경제성과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인데, 안내 정보를 적절히 제공하는 것은 기존의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지적이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물론, ‘경제’와 ‘효율’이 정말로 문제는 아니다. 무거운 여닫이문에서부터 계단식 대형 강의실까지 건물 전체가 불편했던 14동이 가장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느꼈던 절망감을 기억한다. 이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건물 내에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부재함을 보여준다. 장애인의 생존과 다른 요소들을 저울질하지 않는 인식, 비장애인이 아닌 사람의 존재를 사고하는 인식으로의 변화가 궁극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휠체어로 접근 가능한 경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이러한 인식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앞으로는 모든 동선과 표지판이 보행 가능한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짜여있는 건물 속에서 끊임없이 헤맸던 신입생의 혼란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안소연
인문계열·17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