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선도하는 창의적 지식 공동체’를 표방 중인 서울대는 약 220개의 파트너 대학과의 협정을 바탕으로 한 교환학생 프로그램, 9개국 12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SNU in World, 서울대를 찾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국제하계강좌 등 세계화를 위해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이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을 주고받는 지구촌 시대를 맞이한 서울대의 이러한 노력은 매우 환영받을 일이다. 그러나 스누버디 활동, 국제협력본부 근로장학생 활동 등 경험을 하며 여전히 서울대에서 수학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수강신청의 경우만 해도 턱없이 부족한 영어강의 수 때문에 대부분의 외국인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신청하지 못한 채로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게 된다. 어렵게 수강신청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영어강의가 수강신청 변경기간에 급작스럽게 한국어 강의로 바뀌거나, 영어강의를 운영하기로 돼 있는 교수나 강사 중 일부가 강의 중 지나치게 많이 한국어를 사용해 강의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제협력본부와 여러 단과대학은 수많은 해외 명문 대학들과 국제교류 협정을 통해 많은 학생들에게 교환학생이라는 값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대학에서 파견된 교환학생들의 경우 귀국 후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며 매우 느리게 진행되는 학점인정 때문에 곤경에 빠지게 된다. 네덜란드로 교환연수를 다녀온 필자는 네덜란드에서 함께 공부했던 연세대나 고려대 학생들에 비해 불리한 학점인정 규정 때문에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학점을 인정받을 수밖에 없었다. 교환학생 협정은 상대 학교에서 수학한 사실을 본교에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학점인정 자체가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정말 만족스러웠던 교환학생 경험이 일부 퇴색되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SNU in World 프로그램의 경우 학생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과거보다 축소된 지원금을 받는 상황에 놓여 지원 자체에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더불어 공지사항에 따르면 SNU in World 프로그램에 재지원한 경우 후순위를 부여받게 된다고 명시돼 있으나 과거 참여 경험이 있는 학생이 다른 학생을 제치고 선발되는 등 명확하지 않은 심사 기준 때문에 의문과 궁금증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세계화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우리 대학이 만족스러운 결과만을 위해 과정을 무시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서울대가 추진 중인 세계화가 화사함만을 좇는 겉만 번지르르한 빈껍데기에 불과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 셔틀버스의 외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Global Pioneer’로 성장하기 위해 학교의 대표 구성원인 우리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을 느낀다.

박성태
경제학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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