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진 강사
작곡과
(백석예대 음악학부 교수)

내가 영화 음악을 만든다고 하면 사람들은 명곡으로 기억되는 한 편의 영화를 떠올리기도, 아름다운 선율이 스크린을 압도하는 영화 속 명장면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다. 이런 장면이나 명곡들은 사람들이 영화음악을 좋아하는 이유가 되기도, 영화음악에 대한 오해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셀린 디온의 노래 ‘My Heart Will Go On’으로 영화 타이타닉을 기억하는 관객은 많지만, 세 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 쉬지 않고 음악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관객은 많지 않다. 수 십 개의 음악 큐들 가운데 단 한 곡, 셀린 디온의 노래만을 기억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 노래가 나오는 순간 대사나 사건 등 집중을 요하는 모든 요소를 배제하고 오로지 음악만 들을 수 있도록 영화 내에 여백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요소를 배제함으로써 관객들은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듯 오롯이 음악을 듣고, 그 음악은 영화를 대표하는 기억이 된다. 이렇게 탄생한 명장면은 음원이 팔리고 방송에 등장하는 등 상업적 효용도 큰 영화음악의 꽃이 된다.

그러나 영화음악을 향유하는 진짜 묘미는 그 대표곡이 아닌 나머지 곡들에 있다. 대부분의 영화음악은 영화가 만들어내는 허구 세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전하며 영화보기의 안내자로 기능한다. 공간이나 시간적 배경을 알려주기도 하고, 인물, 상황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은 물론, 영화 속 인물을 바라보는 태도나 판단에 대한 지시도 내리며 친절하게 관객을 안내한다. 친절을 넘어서 해석의 자유를 남기지 않고 방향을 제시하는 독선, 때로는 반대 방향으로 관객을 오도하는 유머, 관객을 놀래키거나 액션의 리듬을 따라가도록 하는 통솔력은 모두 영화음악의 다양한 모습이다.

많은 경우, 영화음악은 그 역할을 효율적으로 해내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작용한다. 때로는 음악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드러나지 않도록 하고, 구조나 움직임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도록 디자인되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 음악의 존재를 쉽게 상기해내지 못한다. 또 말과 달리 분명하거나 명시적이지 않기 때문에 음악은 현실과 허구, 객관적 해설과 주관적 해설, 관람의 시간과 심리적 시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어다니며 관객이 믿고, 집중하고, 동일시하는 보이지 않는 안내자가 된다.

이같이 끊임없이 관객의 영화 보기에 관여하지만 존재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영화음악의 본질적 특성과는 완전히 반대되고, 예외적으로 기획되는 뮤직비디오와 같은 영화음악의 명장면이 영화음악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대중을 영화음악으로 끌어들이는 매력 포인트가 된다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다. 이것이 영화음악 명장면의 아이러니다.

꽃이 아닌 뿌리로도 우리의 관심을 확대해 영화 속에서 당연히 믿고 따라왔던 것들을 안내해주는 영화음악의 존재를 발견하는 것은 영화를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준다. 그 아름답고 심오한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매체가 우리에게 건네는 수많은 메시지와 그 너머의 발신자의 존재와 의도까지 엿보는 일은 우리의 영화보기를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담론 사이에서 은폐되거나 왜곡되지 않은 진실을 보기 위해 안간힘 써야하는 우리 앞에 작은 도구로 기능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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