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특수학교를 짓는 문제를 놓고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 6일에 이어 두 번째로 이달 5일(화)에 열린 주민 토론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장애아 학부모들은 ‘다른 지역 학교로 가려면 2시간이나 걸린다. 지역에 있는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읍소하며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기까지 했으나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돌리지는 못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특수학교가 없는 곳은 8개나 되며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2,800여 명의 장애학생은 특수학교가 있는 다른 지역으로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2002년 종로구에 경운학교가 개교한 이래 15년간 서울에 설립된 특수학교는 강북구의 효정학교밖에는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강서구만 해도 특수교육 대상자 646명 중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은 204명에 불과하다.

이에 교육부는 현재 전국 174개교인 특수학교를 2022년까지 192개교로 18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도 기자회견을 통해 “특수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은 교육감과 교육청의 의무”라며 서울 지역 25개 구에 특수학교를 1곳 이상씩 짓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강서구 사태에서 보듯 이러한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지 않다. 지역 주민들의 강도 높은 반발을 꺾고 학교 설립을 강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헌법상의 의무일 뿐 아니라 당연히 보장돼야 할 권리이다.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단위마다 특수학교를 의무적으로 설립해야 한다는 입법이 필요하다. 즉 교육부나 교육청 수준에서의 시행 계획이 아니라 특수학교 설립에 관한 확고한 입법적 장치가 국가적 차원에서 마련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같이 마련돼야 한다.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공사 중단과 소송까지 거쳐 가며 1997년에 개교한 밀알학교는 특수학교가 주민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 보여준 좋은 사례다. 밀알학교는 개교 이후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를 표방했고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 대한민국 건축상을 받을 만큼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어진 밀알학교는 아트센터, 미술관, 음악당 등의 문화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거리가 내다보이는 카페도 마련했다. 그 결과 현재는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할 만큼 지역 주민과 협력하게 됐다고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가 그 동안 장애학생의 교육권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하고 몰이해했는지가 명확히 드러났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진 않지만 이제라도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제도의 수립, 지역과 소통하는 특수학교의 노력, 나아가 성숙한 시민의식의 확립 등으로 장애학생들이 마음 편히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사회가 조속히 구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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