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조세, 소득재분배, 일자리 정책은 ‘부자증세’ ‘서민복지’로 요약할 수 있으며 그 효과와 한계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정책으로 한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물음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논란과 의문들은 타당한 것일까. 과세와 소득재분배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미시경제학이 오랫동안 집중했던 문제다. 오랜 논의를 거치며 경제학은 해당 주제에 대한 견고한 지식을 확립했으며, 문재인 정부의 과세 정책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도 경제학적 고찰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조세에 대한 경제학적 설명을 바탕으로 현정부의 세법개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달라진 새법개정안, 부자증세와 서민복지

문재인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부자증세를 통한 양극화 해소’ ‘서민 일자리 창출’로 요약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7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서민·중산층에 대한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소득세는 과표 3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 구간의 세율이 40%, 5억 원 초과 구간의 세율이 42%로 각각 2%p 인상된다. 법인세의 경우 과세표준구간 2,000억 원 초과 구간이 신설돼 최고세율이 기존 22%에서 25%로 인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약 5.5조 원, 5년간 누적 23.6조 원의 세수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증가된 세수를 바탕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선 현행 조세지원제도가 일자리 지원 중심으로 강화된다. 고용증대세제가 신설돼 고용이 증가한 기업에게 공제혜택이 주어진다. 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일자리 환경을 개선한 기업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고소득층의 과세가 강화되며 자영업자, 농어촌 주민을 비롯해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세제지원도 확대된다. 더불어 건강보험보장성을 강화하고 지정기부금단체에 어린이집을 추가하는 등 의료·보육 분야의 복지정책도 실시된다.

증세정책에 따라 예상되는 사회적 손실

이론적으로 세금의 부과는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에 혼란을 주고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에 의한 균형을 왜곡해 순사회편익의 손실, 이른바 자중손실*을 일으킨다. 자중손실의 크기는 수요와 공급의 가격탄력성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조세 비율이 높을수록 커진다. 따라서 사회 후생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율을 가능한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된다.

이번 증세의 핵심은 담세 능력이 높은 고소득층의 소득세를 높여 소득재분배를 개선하고 대기업 중심으로 법인세를 높여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세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소득세에 대해선 시장을 교란시켜 노동공급을 감소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소득에 대한 과세가 사람들의 근로의욕을 하락시키기 때문이다. 노동공급이 감소하면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이 감소해 물가가 상승하고 국민소득이 감소하는 자중손실이 발생한다. 반면 법인세는 생산과정에서의 의사결정과정에 교란을 일으키지 않는다. 법인세는 기업의 생산 활동 이후 남은 이윤에 대한 과세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이 법인세가 낮은 곳으로 이전하려는 경향이 있어 높은 법인세는 다국적 기업의 투자 및 입지 유인을 감소시킨다. 이런 자본유출이 가속화되면 큰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주병기 교수(경제학부)는 소득세 인상으로 인한 자중손실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경험적으로 노동공급의 임금탄력성*이 0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며 실질임금이 감소해 노동 공급이 크게 줄어드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인 교수(행정대학원)도 “자중손실은 부가가치세나 양도소득세 같이 거래과정에 세금이 부과돼 가격체계가 교란될 때 생기는 것”이라며 “최종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소득세는 가격체계를 건드리지 않아 상대적으로 시장왜곡이나 부작용은 적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노동공급이 줄어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김상헌 교수(행정대학원)는 “그간의 통계를 살펴보면 소득세와 노동공급엔 미묘한 반비례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고 소득 구간의 세율을 높일 때 노동공급의 감소가 커진 사례도 있다”며 고소득자 과세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법인세 인상도 사업 환경을 악화시켜 궁극적으로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동아시아 경쟁국인 홍콩과 싱가폴에 비교해볼 때 한국이 사업과 투자에 대한 규제가 많은 편”이라며 “법인세율이 높아져 사업 환경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율과 기업 활동은 관련이 없다는 이견도 있다. 주 교수는 “투자는 이자율이나 투자에 소요되는 자본재 가격변화에 영향을 받는다”며 “법인세율이 인하돼도 이자율 상승이나 자본재 가격상승이 발생하면 오히려 투자가 높아지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도 “이번 증세는 우량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이들은 사내유보가 많아 법인세율이 높아져도 투자여력이 없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세금을 통해 사내유보를 강제로 돌게 함으로써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법인세율은 낮은 편이다. 조세수입의 세목별구성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봐도 낮다. 따라서 법인세율을 소폭 인상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추세다. 이에 법인세를 과도하게 인상하는 것은 국제 자본유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 교수는 “자본 경쟁에서 뒤지지 않아야 해 법인세를 지나치게 높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법인세 인상의 한계를 지적했다.

정부투자로 이어진 증세, 이익과 한계는

세금은 분명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지만 세수입으로 공공서비스를 확충하고 공적 부문에 투자하는 등 경기부양책을 적절히 사용하면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정부는 증가된 세수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재분배를 통해 저소득층 및 중산층의 구매력과 수요를 증진시켜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IMF, OECD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포용적 성장이론은 이를 뒷받침한다. 포용적 성장이론이란 소득재분배 정책이 국가의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성장이론이다. 이는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기업가의 혁신이라는 90년 이후의 경제성장이론과도 관련된다. 재분배정책을 통해 사회안전망이 만들어지면 기업가들이 사업에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다고 믿게 된다. 이에 기업가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을 이뤄낼 유인이 생기게 된다. 또한 저소득자의 한계소비성향*이 고소득자의 한계소비성향보다 크기에 소득분배를 통한 소득불평등 완화는 소비를 촉진시킨다. 재분배 정책을 통해 이뤄진 기업가 혁신과 소비 촉진은 경제를 성장시킨다.

주병기 교수는 소득재분배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얻을 효용증가가 시장 교란 및 손실을 상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50년 이상 먼저 경험한 선발국의 사례를 볼 때, 소득재분배로 사회복지와 사회 안전망이 강화돼 경제가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가 지속적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정치적 안정, 인적자본의 개발 및 기업경쟁력 강화 등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속성장의 잠재력을 키우는 기반이 된다. 그러나 김상헌 교수는 “증세를 한다 해도 복지정책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엔 세수가 턱없이 모자라다”며 “복지지출의 증가속도를 늦추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세수로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사회복지, 안전관리, 소방·경찰, 공공의료 등 공공부문의 인력확충이 시급한 것이 현실”이라며 “한국 공공부문 고용비중이 비교적 낮은 편이고 정부의 재정수지도 양호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급한 인력수요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부문이 주도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것이 민간부문으로 확산되면 장기적으로 내수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박상인 교수는 “현 고용 문제는 증세를 통한 정부투자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부분 고용의 확대가 민간부문의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 정부의 고용과 재분배 정책은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 고용의 확대가 어려운 현실적 이유로 한국의 산업구조를 들었다. 한국은 흔히 장치산업이라 불리는 물적자본 중심의 최종재 제조업이 발달했다. 장치산업은 기계화돼 있기 때문에 생산량이 늘어나도 인력투입이 비례해서 늘어나지는 않는다. 더욱이 중국과 인도 등 후발국에 밀리면서 산업이 정체되고 있다. 박 교수는 “독일과 일본은 국내 산업을 인적자본 중심의 중간재 산업, 기술력을 갖춘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변모시켜 문제를 해결했다”며 “산업 진화의 부재가 한국 일자리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산업 진화를 위해선 기업이 혁신을 통해 기술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재벌개혁, 노동개혁, 재정개혁을 아우르는 근본적인 경제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박 교수는 “포용적 성장을 이뤄낸 미국과 독일도 산업 환경이 뒷받침돼 재분배 정책이 효과를 본 것”이라며 “산업진화를 위한 장기적 준비 없이 소득재분배에만 머무르면 효과가 일시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증세와 복지, 한국의 미래를 그리다

앞으로 조세정책과 복지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이번 세법개정안은 소득세와 법인세에 비중이 실렸다. 앞서 살펴봤듯이 현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에 의존하는 것은 명백히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주 교수는 “다른 세목에서의 세율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특히 “사회보장세가 OECD 평균에 크게 미달하고 조세수입 구성에서도 비중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낮다”며 “이를 감안할 때 사회보장세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세도 마찬가지라며 “정부 지출 증가에 대비해 다른 세금 부문에서 세부담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산업의 근본적인 도약을 위해 기업에 기술개발과 혁신을 이뤄낼 기회와 유인을 부여하는 사회로의 체질개선도 필요하다. 박상인 교수는 “장기적인 계획에서 사회개혁을 이뤄내며 단기적인 처방으로 소득재분배 정책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때 소득재분배는 사회복지와 사회안전망의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세법개정이 단기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장기적인 관점의 처방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자중손실: 시장의 균형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이뤄진다. 세금이 부과되면 공급가격이 높아져 균형점이 A에서 B로 옮겨간다. 이때 소비자와 공급자의 편익이 ABC만큼 감소하는데 이것이 자중손실이다.
*노동공급의 임금탄력성: 임금이 미세하게 증가할 때 노동공급이 변화하는 정도
*한계소비성향: 소득이 미세하게 증가할 때 소비 변화하는 정도


삽화: 강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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