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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학이라는 요리
이경원
통계학과 석박통합과정

한때 요리하는 방송, 일명 ‘쿡방’이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가 출연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방송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의 방송의 인기 비결은 ‘친숙함’이 아닐까 한다. 그는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요리방법을 소개한다. 방송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요리는 낯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사로잡을 만했다. 물론 내 전공은 요리가 아니다. 학부 때는 수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대학원에서 통계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도 요리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통계라는 학문이 요리와 너무나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통계학에서는 ‘자료’라는 재료와 ‘컴퓨터’라는 도구로 ‘유용한 정보’라는 요리를 완성해낸다.

기계학습과 빅데이터가 화제를 끌면서 그 언어라고 할 수 있는 통계학 또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내게도 가끔 자료 처리 및 분석과 관련된 외주 작업이 들어오기도 하며 자문을 드리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많은 분이 통계학에 대해 선입견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데이터만 있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통계학은 마법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어도 요리를 망칠 수 있고, 상한 재료로는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들 수 없다. 전국 243개 자치단체의 출산 통계를 담아 ‘가임기 여성수 지도’를 만들어낸다거나 편향된 문항 및 대상으로 설계된 설문조사로 편향된 결과를 제시하는 것이 그 예다.

나는 주위에서 오남용 되는 통계들을 경계하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통계학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통계학을 공부하려면 수학을 공부해야 하지 않나요?”라 묻는다. 물론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실해석학’이나 ‘위상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호텔 주방장급의 요리 실력을 갖출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공계 고등학교 수준의 미적분학이면 일반통계학을 배우는 데 큰 무리가 없다. 그 정도면 온라인 게임 메이플 스토리의 주문서 성공률이 정말로 70%인지 검정할 수도 있고 작년의 전기세를 통해 올해의 전기세를 예측할 수 있다.

최근 행렬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빠졌고, 미적분과 통계 같은 내용도 배울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들려온다. 통계학이나 수학을 왜 배워야 하냐고, ‘요리는 요리사가 하는 건데 우리가 왜 그걸 합니까?’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2015년 5월, <집밥 백선생> 제작 발표회에서 백종원 씨는 “저로 인해 요리가 ̒만만한 것̓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저런 사람도 나와서 요리를 할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드리고 싶어요”라며 “그래야 사람들이 집에서 밥을 해먹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고, 음식을 집에서 많이 해 먹는 나라일수록 외식업도 발전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 또한 통계학이 ‘만만한 것’이 됐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이 통계학을 공부하게 될수록, 통계학이 우리 주변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므로.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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