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영 문화부장

졸업을 앞두고 진로 고민을 하는 내가 그간 들어온 조언들의 유형을 정리하자면 이러하다. 첫째는 돈을 좇지 말라는 것이다. 모든 가치가 돈으로 통용되는 사회에서 돈을 좇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따라 정진하라는 조언이다. 둘째는 열정페이로 일하지 말라는 것이다. 부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으며 일하지 말고, 부조리에 반기를 들라고 ‘깨어있는 어른들’은 조언한다. 덧붙여 실력을 갖추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할 수 있다고 귀띔해준다. 셋째는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걷다 보면 언젠가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유명 위인들이 그랬듯이.

이 조언들이 모두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돈보단 가치가 우선시 돼야 하고, 열정페이는 부당하며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 실력을 갖춘 이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다. 나의 길을 꾸준히 정진하면 언젠가 누군가는 알아준다는 것, 그것이 여의치 않아 누군가는 알아주지 않아도 충분히 유의미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이 조언대로 진로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주변엔 사회적 가치보다 당장의 생계가 급해 돈을 좇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더 많다. 열정페이여도 이력서에 한 줄을 남기기 위해, 혹은 취업난에 엉덩이 비빌 자리가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일을 하는 사람이 더 많다. 많은 이들이 ‘내가 좋아하는 일’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택한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아득한 꿈을 좇다 허상에 허덕이며 죽기보단 그 자리에 누워 별을 맞이하길 선택한다.

꿈을 좇는 것이 배부른 사람들이나 즐길 수 있는 사치처럼 여겨지는 사회다. 하지만 실제 꿈을 좇는 사람들조차 배부른 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열정은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덤핑세일 당하기에 본업과 별개로 생계유지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공연기획자를 꿈꾸는 내 친구 A는 아르바이트로 문화센터 강의, 개인 지도, 카페 아르바이트를 병행해 생계를 유지한다. 어른들은 A에게 ‘좋은 것만 하고 살 순 없지’라고 위로한다. ‘좋은 것만 하고 살 수 없기에’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해 여가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겠다는 이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이 안정적인 직업을 좇기란 쉬운가.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100대1을 훌쩍 넘은 지 오래며, 청년실업률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좋은 것만 하고 살 수 없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여러 프레임 속에 꿈 없는 청년, 끈기없는 청년, 무기력한 청년으로 재단되고 규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노오력’과 그들이 진 삶의 무게는 프레임 밖에 있다.

‘가장 보통의 존재’를 노래한 3인조 밴드 언니네 이발관은 이렇게 탄식하며 마지막 앨범을 냈다.


“나는 세상이 바라던 사람은 아니었지. 하지만 이 세상도 내가 바라던 세상은 아니었어. (중략) 말하고 싶어. 그 모든 게 내 잘못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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