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에 실패해 원하는 과목을 얻지 못한 자들 간에는 개강 초, 수강신청 변경 기간 동안 일종의 전쟁이 벌어진다. 흔히 ‘스나이핑’이라고도 하는 이 전쟁은 주로 과목 정원에 빈 자리가 생겼을 경우 알람을 띄워주는 애플리케이션 ‘샤이썬’의 도움을 받아 이뤄지며, 보통 1분 이내로 승부가 결정난다.

약 한달 전, 여느 때와 같이 본 수강신청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나는 변경기간이 되자 듣고 싶은 과목을 쟁취하기 위해 샤이썬을 주목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는 도중 빈자리 알림을 받은 나는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재빠르게 수강신청 사이트로 이동해 보안문자를 입력한 뒤, 수강신청 버튼을 눌렀다. 시간표를 조금이나마 복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감에 젖어있던 것도 잠시, 들뜬 나를 반긴 것은 “변경가능학점이 초과됐습니다”라는 메시지였다.

우리 학교 수강신청 시스템에는 수강신청을 변경할 수 있는 과목 수와 학점 수에 제한이 걸려 있다. 기초교육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수강신청 변경기간은 매 학기 개강 후 1주일이며 변경가능과목(학점)수는 2과목 또는 6학점 이내에서 변경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한, “신중을 기해 변경해야 한다”는 문구가 덧붙여져 있다. 따라서 학생은 2과목을 변경하고 나면 더 이상 시간표를 수정할 수 없는 것이다.

2년 가까이 학교를 다니며 느낀 바에 의하면 시간표는 한 학기 동안의 삶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런 만큼 신중히 확정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여러 고민을 거친다. 강의를 시험삼아 들어보고 지인들에게 강의에 대한 정보를 묻기도 하며 시간표를 이리저리 수정하다 보면 6학점은 터무니 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수강신청이 개강 한참 전인 한달 전에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강 이후 시간표에 일어나는 잦은 변화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주위 학우들을 봐도 수강신청 당시 시간표를 개강 이후에 그대로 두는 경우는 많지 않은 듯하다.

이렇게 수강신청을 변경할 일이 많은데도 정말 필요하고 급한 경우에 변경가능학점 제한으로 인해 수강신청하지 못하는 사건을 겪거나, 신청서를 작성하려 시간을 내 과사무실에 방문해야 할 때면 현 체제가 무척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과사무실 조교님들께서 신청서만 제출하면 큰 문제 없이 바로 변경가능학점을 늘려주시기는 하지만 온라인도 아닌 오프라인으로 변경가능학점 확대 신청을 해야하는 것은 확실히 번거로운 일이다.

수강신청 변경을 과목이나 학점 수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한다면 모두가 조금이나마 더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학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류지연
경영학과·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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