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장학금 폐지 흐름 속 서울대는?
성적장학금 폐지 흐름 속 서울대는?
  • 이지윤 기자
  • 승인 2017.10.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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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성적장학금 폐지 정책의 쟁점을 짚다

지난해 고려대는 교내 성적장학금을 폐지해 저소득층 학생에게 등록금을 감면하고 생활비를 지원하는 ‘정의장학금’을 확대했다. 고려대가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성적장학금의 폐지를 시행한 데 이어 서강대 또한 내년 1학기부터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고 소득분위를 기준으로 등록금을 감면해주는 ‘다산장학금’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서강대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고소득층 학생이 가정의 지원 아래에서 높은 성적을 거둬 성적장학금을 받고 저소득층 학생은 학비 마련을 위해 학업에 전념하지 못하다보니 성적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생겼다”며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더불어 이화여대는 성적장학금을 일부 줄이고 가계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을 확대했으며 전북대 또한 성적장학금의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현재 여러 대학에서 성적장학금의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지해 저소득층 장학금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가계형편이 열악한 학생은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나 과외 등을 병행하다 보니 학업에 들이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이 연간 천만 원에 이르고 사립대 민자 기숙사 또한 1인실의 경우 매달 내야하는 돈이 50~60만원에 달한다”며 “4년제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몇 천만 원이 넘는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등록금과 주거비를 포함한 대학교육에 드는 높은 비용은 특히나 저소득층 학생에게 있어 학업을 포기하게끔 만드는 장애물로 작동해왔다. 성적장학금 폐지는 저소득층 장학금의 확대로 이어져 소득에 관계없이 학업 경쟁의 출발선을 동일하게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성적장학금 폐지를 둘러싼 논란과 서울대의 교내장학금 제도에 있어 성적장학금의 폐지가 도입될 수 있을지 알아보고자 한다.

⃟성적장학금 폐지를 둘러싼 논란=성적장학금 폐지에 대한 비판이 연일 제기되는 만큼 이 기조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현재 성적장학금 폐지를 둘러싸고 한국장학재단의 소득분위 산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성적장학금 폐지 이후 확대되는 대부분의 저소득층 장학금의 경우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산정된 소득분위를 기준으로 한다. 한국장학재단은 소득분위 산정에 있어 부모의 소득, 재산, 부채의 정도, 차량의 유무 등을 고려하는데 만약 신고자가 재산을 축소해 신고하거나 탈세를 행할 경우 소득분위가 낮게 산정되므로 소득분위만으로 가계형편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실제로 서강대가 확대를 예고한 다산장학금의 경우 한국장학재단에서 산정하는 소득분위 기준에 따라 8분위 이하의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어 내부적인 반발이 있었다. 페이스북 ‘서강대 대나무숲’에서도 한국장학재단 소득분위 산정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10분위로 산정됐지만 집안에 빚이 많고 부모님이 하시는 가게도 잘 되지 않아 형편이 어렵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서강대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현재 한국장학재단의 발표를 그나마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중간 계층에 대한 배려도 필요해 보인다. 조상식 교수(동국대 교육학과)는 “성적장학금의 폐지가 사회적 배려 대상에 속하는 학생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덜어주지만 사회적 배려 대상에 속하지 않는 중간 계층 출신의 학생에게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간 계층의 학생이 그간 학업성취를 통해 성적장학금이라는 보상을 받아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일부 덜어왔던 것이 사실인 만큼 성적장학금 폐지 이후 이들의 상실감을 보완해야한다는 것이다. 조상식 교수는 “장학금의 재원 자체를 늘려 중간 계층의 학생을 점차 포괄해 나가거나 외부 장학금의 경우 계속해서 성적을 기준으로 하는 등의 방안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성적장학금이 학생의 학업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과 성과를 이끌어내는 하나의 동기가 됐는데 이를 폐지할 경우 학생의 학업 동기가 약화돼 대학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정동욱 교수(교육학과)는 “성적장학금이 학생의 학업성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저소득층 학생의 대학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능력이 뛰어나지만 생계가 어려워 학업을 이어나가기 힘든 학생을 지원한다는 본래 목적에 비춰봤을 때 현재 성적장학금의 정당성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성적장학금의 폐지 이후 저소득층 장학금을 받게 된 학생의 학업성취가 향상했다는 사례 또한 적지 않은 만큼 학업에 대한 보상 동기를 일부 희생하더라도 저소득층 학생의 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 교내장학금을 살펴보다=서울대도 성적장학금의 폐지가 도입될 수 있을까? 먼저 서울대 교내장학금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서울대 교내장학금에는 직전 학기 학점이 높은 일부에게 등록금 전액을 면제해주는 성적우수 장학금, 등록금 일부 혹은 전액을 면제해주는 단과대학 맞춤형 교내장학금, 소득분위가 0(기초생활수급권자)~1분위인 학생에게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선한인재장학금 등이 있다.

이중 서울대의 가장 대표적인 교내장학금은 바로 등록금을 지원해주는 단과대학 맞춤형 교내장학금이다. 단과대학 맞춤형 교내장학금의 경우 학생처 소속 장학복지과가 각 단과대학 별로 상한액을 정해 예산을 배분하면 이후 각 단과대학 장학위원회가 자체 기준에 따라 장학생을 선발하는 형태로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단과대학 맞춤형 교내장학금은 또한 성적장학금과 저소득층 장학금으로 나뉠 수 있는데 성적장학금의 경우 직전 학기 2.7학점 이상, 저소득층 장학금의 경우 직전 학기 2.4학점 이상이라는 최소한의 조건만 충족한다면 장학생 선발에 있어 각 단과대학의 자율적인 권한이 존중된다.

더불어 각 단과대학 장학위원회 또한 각 학과에 선발 권한을 넘겨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공대 A학과는 단과대학 맞춤형 교내장학금 중 성적장학금 장학생을 선발함에 있어 2.7학점을 넘기기만 하면 학점에 상관없이 소득분위가 낮은 학생부터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이처럼 단과대학 맞춤형 교내장학금 중 성적장학금의 선발 기준은 각 학과마다 상이하고 성적만이 고려되는 것이 아니다. 각 학과의 재량에 따라 최소한의 학점 조건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성적, 소득, 학년, 장학금 수혜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기 때문에 그 이름처럼 온전한 ‘성적’장학금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한편 서울대에서 매년 지급하는 교내장학금 중 성적장학금(성적우수 장학금이나 단과대학 맞춤형 장학금 중 성적장학금 등을 포함)에 비해 저소득층 장학금(단과대학 맞춤형 저소득층 장학금이나 선한인재장학금 등을 포함)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임은희 연구원은 “서울대는 5분위 이하 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과 연계해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서울대 전체 교내장학금 중 저소득층 장학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낮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6년 서울대 교내장학금 중 저소득층 장학금은 약 29억(21%)으로 약 74억(53%)에 달하는 성적장학금에 비해 적다. 2016년 고려대 교내장학금 중 성적장학금과 저소득층 장학금이 각각 약 25억(9%), 약 157억(55%)인 것과 비교하면 이는 더욱 낮은 수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서울대는 교내장학금에서 비중이 큰 단과대학 맞춤형 교내장학금 중 성적장학금을 완전히 성적만을 기준으로 지급하지 않으며, 국가장학금 2유형과 연계해 국내 대학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장학금을 확충해 저소득층 학생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위의 수치를 단순화해 받아들일 수 없다. 서울대의 경우 명목상으로 교내장학금에 해당되진 않지만 국가장학금 2유형을 통해 그간 가계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높은 수준의 등록금 지원을 행해왔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대는 국가장학금과 연계해 소득분위 5분위 이하 학부생에겐 등록금의 전액을, 6~8분위 학부생에겐 최대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감면하고 있다. 전창후 학생처장(식물생산과학부)은 “표면적으론 교내 성적장학금과 저소득층 장학금간 비율의 차이가 커 보이지만 명칭에서 비롯된 오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서울대는 교내장학금 중 성적장학금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폐지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창후 학생처장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돕는 것과 더불어 학업 고취도 매우 중요하다”며 “성적장학금을 줄여 저소득층 장학금을 늘리기보다 두 장학금 모두를 함께 확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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