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의 역사를 통해 미래를 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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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신문
  • 승인 2017.10.1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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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만나다] 김태유 교수 『패권의 비밀』

미국의 공고한 세계 패권이 약해지고 빈틈을 노리는 강대국들로 세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에 앞으로는 ‘누가 세계질서를 정립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대두했다. 김태유 교수(산업공학과)는 이를 『패권의 비밀』로 답한다. 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근대 사회 이후 존재했던 패권의 역사를 설명하며 패권이 생성되고 이동하는 원리를 밝힌다.

패권은 보통 초강대국이 압도적인 국력으로 다른 나라를 억압하는 힘의 논리로 이해된다. 그러나 김 교수는 책을 통해 “패권은 국가의 규모와 군사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패권의 시대는 경제적 이익 분배로 강대국이 약소국과의 관계 정립을 통해 질서를 유지하는 시대”라고 설명한다. 그는 “패권주의 시대는 고대와 중세에 걸친 약육강식의 시대, 세계국가질서 통합 시대 사이의 과도기”라고 말한다. 따라서 패권의 이동이란 최고 강대국의 변화를 넘어선 국제 질서의 재편 이라 말할 수 있다. 그는 이런 패권의 비밀을 역사 속 패권국들의 경제 체제 속성에서 찾았다.

대항해시대의 시작과 함께 세계를 무대로 한 무역이 전개됐다. 그 뒤 확장된 국제 교류는 세계를 연결했다. 하지만 각국의 상이한 발전 속도로 야기된 체제의 변화는 세계 무역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 선진 경제체제와 후진 경제체제의 교섭은 전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이 배경에서 진행되는 무역은 국가 간 양극화를 심화한다. 벌어지는 양자 간의 격차는 축적돼 군사적인 우월성으로 전환된다. 압도적인 경제성으로 결정되는 우월한 군사력으로 패권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듯 경제 체제는 국가 발전의 핵심적인 요소기에 선진적인 경제 체제 선점 여부는 패권국을 결정짓는 요인이 된다. 그는 패권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 원리로 ‘경제와 전쟁의 선순환’ 원리를 제시하며 논리를 펼쳐나간다.

자급자족식 농업사회에서는 잉여생산물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투자를 할 여건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생산 증가를 위해 영토 확장을 목표로 전쟁이 전개됐다. 그러나 김태유 교수는 “제로섬 게임인 농업사회 전쟁은 사회적 효용을 늘릴 수 없었다”며 “농업 사회는 단순 재생산 사회로서 투입한 자원에 대비해 산출 증가가 체감(遞減)할 수밖에 없었다”고 농업사회 쇠퇴를 설명했다. 농업사회 근본적인 한계의 돌파구로 1492년 신대륙 발전과 함께 대항해 시대에 처음 규모의 경제를 이룬 스페인이 패권을 쥐었다. 그는 “스페인은 해상 진출을 통해 농업 제국으로서의 영토를 확보함과 동시에 최초로 상업 사회의 기초적인 체제를 갖췄다”고 덧붙였다. 이는 스페인이 첫 번째 세계적인 패권국이 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어서 나타난 소국 연합 네덜란드는 순수 상업적인 동기로 세계에 진출해 경제 영토를 광범위하게 넓혔다. 또한 축적된 잉여생산이 미래 수익을 위해 투자되며 경제의 선순환을 이루는 ‘확대 재투자 체제’가 확립됐다. 이는 네덜란드를 스페인의 뒤를 잇는 패권국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상업사회에서는 끊임없이 신상품을 발굴하기 어려웠다. 네덜란드의 경제성장은 감속했고 이어 금융업으로 자본이 대거 유출돼 국가 발전은 둔화됐다. 이 때 영국이 네덜란드로부터 유입된 자본과 산업혁명에 힘입어 패권을 넘겨받았다.

김 교수는 이를 “상업사회의 ‘확대 재투자 체제’가 산업사회의 ‘확대 재생산 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이라 설명한다. 상업사회는 기존 생산품 무역으로부터 얻는 이윤에 성장기반을 둔다. 하지만 상업사회가 신상품을 끊임없이 발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축적된 자본을 투자할 곳이 없어진 것이다. 따라서 기술 혁신을 통해 빠르게 신상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산업사회가 득세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은 패권을 넘겨받았지만 1차 산업혁명의 성장 동력이 고갈되며 국외로 자본이 유출됐고 식민지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상 기술혁신의 동기가 적었다. 광활한 영토를 지닌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유입된 자본을 이용해 신생국으로서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이룸으로써 패권을 쥐게 됐다.

김태유 교수는 패권시대 전쟁에서 승리의 핵심이 경제체제에 있음을 강조했다. 고대시대부터 전쟁은 생산 증가의 한계점에 봉착한 국가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영토 정복 수단이었다. 따라서 전쟁의 승리만이 경제 선순환을 보장해주는 방법이었다. 농업사회 전쟁의 승리는 대개 더 큰 규모의 국가에 넘어갔다. 하지만 이후 상업사회 하의 패권국은 새로운 시장과 상품 확보를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은 경제영토의 확장과 독점을 담보하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가졌다. 이 때 전쟁의 승패는 당사국이 전후(戰後)에도 경제적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경제체제의 정립 여부에 좌우된다. 고수익을 보장하는 경제체제를 갖춘 국가에 자본이 넘어가고 국력이 이동하면서 전쟁의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어 산업사회 속 패권국의 전쟁은 기술혁신 절벽과 신상품 공급수요 불일치의 경제적 위기를 해결하는 돌파구로 전개됐다. 산업사회에서는 군비 조달 능력과 더불어 산업 생산력과 기술력이 전쟁 승패를 결정지었다. 경제 체제에 따른 국가의 상업적·산업적 능력이 국력을 결정짓고 전쟁의 승자를 결정했으며 패권 역시 이에 따라 이동했다.

김 교수는 이번 저서를 통해 “불안한 국제 정세, 패배주의적 국내 정서를 타파하고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 한국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반도의 1/5의 영토를 가진 네덜란드, 비슷한 크기의 영국이 패권을 가졌던 과거를 조명하면서 패권의 비밀을 알아낸 것이다. 이어 그는 “직면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앞서 경제 체제 변화에 따른 패권 이동의 역사를 거울삼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패권의 비밀』은 미래를 향한 지침서로서 한국사회가 지엽적인 기술 개발이 아닌,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새롭게 재편되는 경제 체제를 예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것만이 한국이 선구자로서 미래에 세계 속 주도권을 지닌 패권국이 되는 유일한 방법이라 밝힌다.

패권의 비밀

김태유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420쪽
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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