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 소나무의 철갑을 뚫다
소나무재선충, 소나무의 철갑을 뚫다
  • 대학신문
  • 승인 2017.10.2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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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재선충병 현황과 과제

산을 오르다 보면 한 번쯤 “이 곳은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지역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본 적 있을 것이다. 2015년 녹색연합이 “3년 안에 한국의 소나무가 사라질 수도 있다”며 경고할 정도로 소나무재선충은 위협적이었다. 다행히 산림 당국의 적극적 조치로 감염목이 2013년 220만여 그루에서 2016년 99만여 그루로 줄어들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올해도 계속해서 감염지역이 확산되며 소나무재선충으로 인한 위기는 끝나지 않고 있다. 매년 1,000억이 넘는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소나무재선충은 우리나라 산림에 여전히 강력한 위협이다. 소나무재선충이 산림에 어떤 영향을 초래하며 이에 대해 어떤 대처가 이뤄지고 있는지 『대학신문』에서 조사했다.

◇세계의 소나무를 위협하는 1mm=소나무재선충(학명 Bursaphelenchus xylophilus)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보고돼 현재까지 한국의 1,000만 그루가 넘는 소나무를 자르게 한 해충이다. 소나무가 한 번 감염되면 거의 100% 고사해 나무의 에이즈라고도 불린다. 소나무재선충병은 2006년 위험성과 대처의 시급성을 고려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이 제정되며 적극적인 방제작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소나무재선충은 꾸준히 감염 영역을 넓히며 한국 소나무를 위협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은 길이 1mm 가량의 선충으로 주로 소나무, 잣나무 같은 침엽수에 침투한다. 1쌍의 소나무재선충은 20일이면 20여 만 마리로 증식할 만큼 왕성한 번식력을 지녀 한 번 침투하면 30일 안에 소나무를 고사시킨다. 소나무재선충이 어떻게 소나무를 죽이는지는 여러 학설이 분분하지만 나무를 공격할 때 나온 유류 성분이 기도관 내 수분의 장력을 약화시켜 수분이동을 차단한다는 가설이 지배적이다. 소나무재선충은 혼자서 이동하지 못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의 도움을 받아 확산된다. 또한 매개충의 번식에서 도움을 줘 서로 호혜적인 관계를 맺으며 선순환을 이뤄 순식간에 확산된다.

소나무재선충의 원산지는 북미지만 북미 소나무는 면역성을 갖고 있어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반면 소나무가 감수성*인 일본은 피해가 막심하다. 1905년 소나무재선충 피해 발생 후 70년 간 속수무책으로 당해 홋카이도 지역을 제외하면 소나무는 거의 궤멸 수준이다. 중국도 이와 비슷하다. 1982년 난징에서 발견된 이후 소나무재선충은 기후가 높은 아열대 지방으로 꾸준히 영역을 넓혀가며 소나무를 고사시키고 있다. 또 포르투갈을 기점으로 유럽에도 확산되며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 방제, 한국의 현주소는?=한국에서는 소나무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목 인근 소나무에 나무주사를 주입한다. 이는 소나무재선충의 침입을 막는 데 확실한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나무주사에 사용되는 물질인 아바멕틴의 가격과 인력의 한계 때문에 광범위한 살포가 불가능하다. 김영호 교수(응용생물화학부)는 “이미 전국에 소나무재선충이 퍼져있다”며 “나무주사는 보존적 가치가 높은 소나무를 보호하거나 병의 이동 양태를 파악한 후 일종의 방어선을 긋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박일권 교수(산림과학부)는 “방제의 핵심은 매개충 방제”라며 “스스로 이동하지 못하는 소나무재선충의 확산을 막는 확실한 방법”이라 말했다. 산림청은 매년 5~8월 매개충의 우화시기에 맞춰 약제를 3~5회 살포하며 매개충의 번식을 막도록 노력하고 있다. 헬기를 이용한 항공방제를 통해 지상방제의 한계를 보완하며 넓은 범위에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 교수는 “현재의 방제는 한계가 있다”며 “임산 도로가 있는 곳에만 적용가능한 지상방제와 정확한 목표점 지정이 힘든 항공방제가 확실한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 또한 같은 견해를 나타내며 “환경에 미칠 악영향 또한 문제가 된다”고 지상·항공방제 한계를 지적했다.

매개충 방제를 위해 감염목·감염의심목을 벌채한 후 훈증, 파쇄하는 조치도실시되고 있다. 벌채한 소나무에 약제를 뿌리고 살균을 하거나 소나무를 2cm 이하의 조각으로 잘게 파쇄해 목질 내부의 매개충 유충과 소나무재선충을 죽이는 방법이다. 사후 조치지만 이미 발견된 소나무재선충 확산을 막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 하지만 박 교수는 “경사진 곳이 많고 복잡한 산림의 모든 감염지역에 사후 조치를 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100만 그루의 감염목을 일일이 벌채하고 훈증하기에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 실제로 구미시, 세종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적절한 방제조치 없이 벌채한 고사목을 방치한 일이 있었다. 이에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2013년 급속도로 확산된 소나무재선충병은 지자체의 기초적인 방제수칙 미준수로 일어난 인재(人災)”라고 지적했다.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 대처방안을 다각화하고 있다. 2015년에는 기존 방제방식과 더불어 무인항공기를 도입해 백두대간 같이 가치 있는 수목림과 소나무재선충 피해 최선단지 10만 헥타르를 예찰하고 있다. 또한 NFC 예찰시스템*을 구축해 현재 4,328명의 예찰방제단이 활동하고 있다. 아직은 일부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책이지만 예찰범위의 효과적인 통제가 가능한 만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와 더불어 방제역량이 부족한 지자체에 대해서는 담당 공무원의 기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방제사업에 참여하는 방제 관련 시공자 설계자 등 관련 인력에 대한 교육도 진행 중이다. 또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컨설팅팀을 구성해 지형에 따른 적절한 방제법 적용을 계획하고 지자체에 대한 관리 감독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지차체의 미비한 사후처리를 견제하기 위해 산림청 관계자는 “감사 결과를 확인하며 해당 지자체의 처리 전말을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소나무재선충 극복을 위한 연구자들의 분투=소나무재선충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포르투갈 등 세계 각지에서 산림에 치명적인 피해를 야기해 세계적으로 연구 활동이 활발하다. 박일권 교수는 “IUFRO(국제임업연구기관연맹)에 소나무재선충 분과가 따로 있으며 정기적으로 소나무재선충병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될 정도”라고 말했다. 김영호 교수 또한 “중국에서 소나무재선충 관련 살선충제 개발, 기작연구에 집중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소나무재선충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임을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소나무재선충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월 박일권 교수는 매개충인 하늘소가 암수를 모두 부르는 집합페로몬을 분출한다는 기존 연구를 이용해 북방수염하늘소의 집합-성 페로몬 구조를 최초로 밝혔다. 양성을 호출하는 비율이 비슷한 집합 페로몬에 반해 집합-성 페로몬은 암컷을 부르는 비율이 더욱 높다. 즉 집합-성 페로몬을 이용해 매개충의 암컷을 집중적으로 포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 교수는 “집합-성 페로몬을 이용한 트랩을 설치함으로써 매개충의 수를 더욱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며 “또한 기존의 약물 방제에 비해 친환경적”이라고 덧붙이며 방제방법 중 하나로 도입될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아직 현장적용가능성이 규명되지 않은 방법”이라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즉각적인 도입이 실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소나무재선충을 제어할 획기적인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김영호 교수는 “앞으로 조기 진단기술을 개발하고 효과적인 주사용 살선충제 개발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 산림학, 선충학, 곤충학 연구자들의 학제간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친환경적인 방제방법 연구, 기초연구의 지속적인 지원이 진행돼야 하며 연구 지원 체계가 개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림청 또한 R&D 성과 도출과 방제원천기술 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솔의 밝은 미래를 꿈꾸다=산림청에서는 2016년 소나무재선충 감염목 수가 99만여 그루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힘입어 2021년까지 감염목을 10만 그루 이하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상기한 바와 같이 방제법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며 긍정적인 전망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2년 초까지 꾸준히 줄어들었던 소나무재선충 감염목 수가 2013년에 다시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나무재선충의 전면적인 통제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소나무재선충 감염지역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에 대해 김 교수는 “고온건조한 기후를 좋아하는 매개충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아 증식할 가능성도 있다”며 “또한 소나무재선충의 활동이 왕성한 것은 소나무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그 수를 조절하기 위한 자연적인 작용”이라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기온이 올라가면 침엽수림은 활엽수림에 밀릴 수밖에 없다”며 소나무 수의 쇠퇴에는 자연적인 요인이 있음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매년 1,0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소나무재선충의 억제에 투입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계속해서 제어가 되지 않는다면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소나무재선충에 대한 적극적인 방제활동에 의문을 표하고 있는 학생들도 꽤 있는 상황이다. 그는 “앞으로는 일본처럼 소나무 보존지역을 설정하는 경제적·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할 때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하지만 산림청 관계자는 “한국은 소나무 보존지역을 설정해 방제작업을 실시하는 일본과 다르다”며 “토양 및 지형특성상 소나무가 주요 수종인 한국은 전략적인 방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른 수종이 들어오기 전 산림이 황폐화 된다”고 말했다. 소나무재선충 박멸을 최우선으로 방제작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소나무는 사시사철 변하지 않는 고고한 자태로 옛날부터 조상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매년 방제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소나무는 소나무재선충의 위협에 노출돼있다. 한국의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 국민들의 관심과 정부 당국의 꾸준한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감수성: 면역성과 반대돼 감염이나 질병에 취약한 상태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 무선통신

삽화: 손지윤 기자

unoni0310@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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