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프레임을 넘어
죄와 벌 프레임을 넘어
  • 대학신문
  • 승인 2017.10.22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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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곤 교수
국어교육과

시흥캠퍼스 조성과 관련해 시작된 학내 갈등이 학생들의 대학본부 점거와 중징계 사태로 비화하면서 우려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학생들과 대학 당국 간에 대화 협의체를 마련함으로써 상황이 정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대학 당국에서 학생들에게 중징계를 내렸고, 학생들이 제출한 징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서 받아들임으로써 문제는 복잡해 졌다. 학생들은 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민교혐(민주화교수협의회)에서도 대학 당국의 조속한 문제 해결을 추구한 바 있다. 총장도 개교 71주년 기념식사에서 학내 갈등에 대한 책임과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표면했다. 허심탄회한 대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가?

시흥캠퍼스 건립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부실했던 데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 2007년부터 추진된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시흥시와 실시 협약을 체결했다지만 그 과정에서도 그 이후에도 진정성 있는 대화와 토론은 부족했다. 공론화 과정이 중요한 것은 이 문제가 학교의 정체성 및 구성원의 자유권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민간 자본의 유입이 국립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새 캠퍼스 건립이 학생을 포함한 구성원의 학습, 연구,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의사 표현과 숙고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했다는 것이다.신청을 법원에서 받아들임으로써 문제는 복잡해졌다. 학생들은 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민교협(민주화교수협의회)에서도 대학 당국의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총장도 개교 71주년 기념식사에서 학내 갈등에 대한 책임과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표명했다. 허심탄회한 대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가?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갈등 당사자들의 태도와 관련이 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갈등을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오랫동안 불신이 누적되고 그 결과로 소통에 장애가 생겼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의 인식과 행동에 잠재된 프레임을 반영하는 것이다. 인지과학자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가정에 대해 서로 다른 두 가지 모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엄격한 아버지 모형’이고 다른 하나는 ‘자애로운 부모 모형’인데, 그는 이것이 정치적인 관점으로 확대돼 나타난다고 본다.

엄격한 아버지는 합법적인 권위에 순종하는 데서 도덕성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유 시장에서 개인의 역할을 강조하기 때문에 개인의 절제와 노력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엄격한 아버지는 자신이 나쁜 행위를 처벌하지 못한다면 도덕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간주한다. 반면에 자애로운 부모는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면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다양성을 중시한다. 그리고 자유의 확대를 통한 공공의 이익과 번영을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자애로운 부모 밑에서 아이들은 애정과 감정 이입을 통해 도덕적으로 성장한다.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은 있지만 학생들에 대한 대학 당국의 징계처분에는 엄격한 아버지 모형이 반영돼 있다. 대학 본부를 점거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불법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반복될 것이다. 이는 대학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교육을 불가능하게 하며 대학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교육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처벌이 학생들을 반성과 자제로 이끌 것이다. 학생들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이들의 생각에는 이와 같은 죄와 벌 프레임이 반영돼 있는 듯하다.

우리 대학에서 길러내고자 하는 밝은 영혼과 따뜻한 가슴을 지닌 ‘선한 인재’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책임 있게 행동하며 이타적으로 헌신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선한 인재에게 기대하는 이러한 가치들은 매우 진보적인 것들이다. 이러한 가치들이 규율에 대한 복종을 요구하고 잘못을 처벌하는 것만으로 길러질 수는 없을 것이다. 선한 인재는 서로를 전인격적으로 이해하고, 자율에 바탕을 둔 책임 있는 행동을 격려하며 스스로 책임 있는 행동의 모범을 보여주면서 열린 분위기에서 대화하는 과정에서 길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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