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공연 중개 플랫폼 비브에 접속하다

지인의 결혼식부터 회사의 송년회, 그리고 연말시상식까지 공연예술은 이 모든 곳에서 빛을 발한다. 적재적소의 음악 공연은 식의 격조를 높이거나 딱딱한 식의 분위기를 풀어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행사에서 공연을 선보이는 이 아티스트들은 어떻게 섭외된 것일까. 그간 공연을 향유하고 싶은 소비자는 중개 수수료가 높은 소수의 공연섭외 전문 업체에 의존해야 했고, 아티스트는 인맥을 통해 공연 기회를 구해야 했다. 이런 공연예술계의 가려진 시장 구조 속에서 소비자와 연주자를 잇는 징검다리가 되고자 하는 플랫폼 ‘비브’(Vib)가 등장했다.

(사진캡쳐: 비브)

비브는 예술인들이 연주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지난 10월 플랫폼을 열었다. 공동대표 이다영 씨(26)는 “대다수의 아티스트가 소비자와 직접 닿을 수 있는 창구가 없어 지인에게 알음알음 공연을 소개받는 식”이라며 “이런 불규칙한 수익 연주 활동을 통해선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현재 공연예술계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처럼 공연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구조 탓에 아티스트들은 공연 외의 부가적인 수익활동을 병행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이다영 씨는 “가야금 연주자로 활동하며 공연계의 가려진 시장구조에 문제를 느꼈다”며 “이런 불균형적인 공연기회가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열린 플랫폼’이라는 창구의 필요성을 체감해 비브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브는 기존 공연섭외전문업체의 모델과는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존 공연섭외전문업체가 소비자와 아티스트의 중계자 역할을 하며 큐레이팅을 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구조였다면, 비브는 소비자와 아티스트가 ‘직접’ 만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최소한의 이용료만 받는다. 비브엔 클래식, 밴드, 국악, 디제잉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등록돼 있다. 플랫폼에 아티스트가 자신의 약력과 홍보영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공연의 성격 등을 등록하면 소비자가 선택하는 형식이다. 소비자는 우선 예산범위를 설정하고 음악 장르별로 분류된 공연 영상을 통해 행사의 목적과 분위기에 맞는 공연을 직접 고를 수 있는 것이다. 이 홍보영상은 비브에서 무료로 촬영해준다. 이다영 대표는 “소비자들이 공연 영상을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영상프로필을 마련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자신을 홍보할 공연 영상을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는 몇 되지 않는다”며 “비브에선 이 홍보영상을 촬영해주고 있다”고 홍보영상을 촬영해주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 1년간 크고 작은 공연이 성사됐다. 개인 태교를 위해 섭외한 음악 공연부터 시상식 배경음악 연주, 그리고 패션쇼를 위한 배경음악 연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연이 비브를 통해 열렸다.

비브는 사업을 확장해 아티스트를 위한 오프라인 플랫폼도 준비 중에 있다. 비브의 온라인 플랫폼이 소비자가 원하는 공연을 여는 곳이었다면 현재 준비하고 있는 플랫폼은 아티스트가 원하는 공연을 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다. 온라인플랫폼에선 소비자가 아티스트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오프라인 플랫폼에선 아티스트가 원하는 공연을 꾸리고 아티스트가 본인을 알릴 수 있는 홍보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다영 씨는 “소비자의 니즈에만 맞춘 공연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면 아티스트의 자율적인 음악활동은 보장되기 힘들다”며 “소비자와 아티스트의 공연예술에 대한 이해관계를 분리해 각각을 위한 플랫폼을 준비하게 됐다”라고 오프라인 플랫폼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현재 공사 중에 있는 성수동에 있는 이 오프라인 플랫폼에선 오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첫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제 갓 돌을 맞은 비브는 1년 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지향하는 바는 처음과 같다. 공연 예술인에게 열려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다영 씨는 “아직까지 음악을 업으로 삼는 예술인들이 정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악단에서 연주하는 것 뿐”이라며 “비브가 이런 구조의 하나의 대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비브’는 음악에서 현이나 소리의 떨림을 의미하는 ‘비브라토’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비브는 비브라토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그간 불균형했던 한국 음악공연예술계에 변화의 작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기 희망하는 바람에서 짓게 된 이름이다. 이런 작은 파장들이 모여 선순환하는 공연예술 생태계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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