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많은 쓰레기를 버린다. 대부분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에 고민 없이 쓰레기를 버리지만 학내에 쓰레기가 처리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분리배출, 처리할 방법이 없는 음식물 쓰레기, 늘어나는 일회용 쓰레기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신문』은 학내 쓰레기 처리 실태를 알아보고 문제 개선의 필요성을 환기하고자 한다.

◇분리수거는 남의 일?=현재 학내 쓰레기 처리는 단과대와 기관에서 각자 담당하고 있다. 캠퍼스관리과 온기홍 실무관은 “캠퍼스가 너무 크기 때문에 한 부서가 모든 쓰레기 처리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각 단과대와 기관별로 쓰레기 처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청소노동자들은 각자 맡은 건물 실내·외의 쓰레기를 수거해 각 기관에서 지정한 집하장에 모아둔다. 이후 수거 업체가 집하장을 돌며 일반 쓰레기, 파지, 재활용품을 가져간다.

현재 교내에는 분리수거를 위한 통합된 분리배출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과대 및 기관에서 개별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다 보니 분리수거함 분류 체계가 다르고 분리수거함이 아예 설치되지 않은 곳도 있다. 온 실무관은 “각 단과대와 기관 복도에 분리수거함을 갖추기를 권유하고 있지만 의무적인 규정은 없다”며 “분리수거함에 관한 규격이나 통일된 모델도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반 쓰레기통만 있거나 종이류 또는 캔·병류 통이 없어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건물이 많다. 우정 씨(노어노문학과·17)는 “분리수거함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곳이 많지 않아 분리배출을 하려고 해도 못할 때가 있다”며 “학내에 통일된 분리수거함 체계를 마련하고 분리배출 방법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리수거함이 잘 갖춰져 있어도 구성원들이 분리배출에 잘 참여하지 않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학생회관 앞에 위치한 분리수거함은 일반 쓰레기/종이/캔·병/플라스틱으로 비교적 체계가 잘 마련돼 있지만 쓰레기들이 분리되지 않은 채 뒤섞여 버려지고 있다. 청소노동자 A씨는 “분리수거함을 늘려도 구성원들이 분리배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분리수거함마다 분류 체계가 제각각이고 그마저도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부담은 노동자들에게 모두 전가된다. 청소노동자 A씨는 “재활용품 수거 업체에서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해 놓지 않으면 가져가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재분류를 해야 한다”며 “교내 구성원들이 분리배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준다면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내의 골칫덩어리, 음식물 쓰레기=학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이나 처리 공간이 전무한 것도 문제다. 현재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는 생활협동조합(생협)과 계약한 업체에서 수거하고 있는 반면 식당 외부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는 별도의 처리 방침이 없는 상태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보니 배달음식이나 교내 장터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들이 다른 쓰레기들과 섞이거나 화장실 변기에 버려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가 다른 쓰레기와 구분 없이 버려지다보니 쓰레기 재활용과 분리수거에 차질이 생긴다. 음식물 쓰레기가 묻은 쓰레기는 재활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들도 음식물 쓰레기와 섞이면 일반 쓰레기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청소노동자 B씨는 “쓰레기를 재분류할 때 음식물 찌꺼기가 이곳저곳에 묻어 있어 힘들다”며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본부는 식당 외부에서 생기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 따로 처리 방법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온 실무관은 “구성원들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의 경우 수거할 공간을 따로 만들면 악취가 나거나 벌레가 생길 수 있어 관리가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회용품, 편리하기만 하면 끝?=학내에서 일회용품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이에 대한 처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학생들이 축제나 장터에서 많은 양의 일회용 그릇과 젓가락을 사용하고 있고 구성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카페에서는 대부분의 음식과 음료를 일회용품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학내 구성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느티나무 카페 5곳은 지난해에만 종이컵 30만 개, 플라스틱 컵 40만 개에 달하는 음료를 판매했다. 구성원들이 카페 외부 쓰레기통에 버린 일회용 컵들은 수거업체가 재활용 쓰레기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컵들이 한 번만 쓰고 버려지고 있다.

생협은 학내 일회용품 과다 소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을 펼친 바 있으나 교내 구성원의 참여가 저조해 캠페인을 중단했다. 생협 김태수 팀장은 “텀블러를 사용하면 음료가격을 100원 할인 해주는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지만 한 달에 이용자가 5명도 채 되지 않아 2012년에 폐지했다”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교내 구성원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다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카페 일회용 컵이 재활용 쓰레기로 취급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구성원 중 대다수가 컵이 재활용 된다고 생각해 분리배출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청소노동자들이 종이류나 플라스틱류에 버려진 카페 일회용 컵을 다시 일반 쓰레기로 재분류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변화는 작은 실천에서부터=학내 쓰레기 처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교내 분리배출 실태와 청소노동자의 고된 노동에 문제의식을 갖고 올바른 분리배출에 대한 의식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술나눔단 ‘VESS’는 분리수거함을 제작할 때 통마다 쓰레기 투입구 모양을 달리해 분리배출을 유도했다. 분리수거함 위의 포스터는 서울대기독인연합에서 제작한 분리배출 가이드라인 포스터이다.

‘서울대기독인연합’에서는 구성원들이 제대로 된 분리배출을 할 수 있도록 분리수거함이 설치된 곳에 분리배출 가이드라인을 붙였고 공대 학생회와 기술나눔단 ‘VESS’는 카드뉴스와 퀴즈 등을 통해 분리배출 방법을 홍보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VESS는 교내 분리배출 실태에 문제점을 느끼고 간단한 기술을 통해 분리배출을 활성화해보자는 취지로 제2공학관(302동) 2층에 직접 제작한 분리수거함을 설치하기도 했다. VESS 회원 이경민 씨(화학생물공학부·14)는 “어떻게 학생들의 분리배출 참여도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다 분리수거함을 자체 제작하게 됐다”며 “앞으로 새내기 새로배움터에서 분리배출 관련 홍보를 하거나 행정실과 연계해 분리배출 실태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힘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교내 쓰레기 처리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각 기관은 통합된 분리수거함 체계와 분리배출 규칙을 만들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와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무엇보다 학내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쓰레기 처리 습관을 돌아보고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일반노조 최분조 청소·경비 분회장은 “교내 구성원 모두가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분리배출을 생활화한다면 쓰레기 처리 실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사진: 박성민 기자 seongmin4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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