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결석 규정 없어 학생들 전전긍긍

대부분 대학은 유고 결석 지침 마련

교수 재량보다 명확한 기준 필요해

지난 6월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병역판정검사로 인해 수업에 결석하게 된 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계절학기 수업을 듣고 있다는 글쓴이는 “교수님이 신체검사 날 결석하면 점수에 불이익이 있다고 하셨다”며 “신체검사 날짜를 바꾸려 해도 이미 다 예약돼 있어 바꿀 수도 없다”고 사연을 전했다.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해 부득이하게 결석하게 됐지만 출석 인정은 받지 못한 것이다.

◇새로운 학기, 되풀이되는 질문=불가피한 사유로 결석을 하게 될 경우 학생들은 어떻게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현재 수업 출석 및 결석에 대한 규정은 ‘학업성적은 시험성적, 과제평가, 출석상황, 학습태도 등을 참작하여 부여한다’고 명시한 학칙 제85조와 조기취업자의 출석과 성적 처리 절차를 정리한 ‘서울대학교 조기취업자 출석 및 성적처리 지침’ 이외에는 전무하다. 대부분의 강의에서 출석 상황이 성적에 반영되고 있음에도, ‘병역법’에 명시된 예비군 훈련을 제외하곤 유고 결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과 이를 증명할 서류의 기준이 불명확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매 학기 서울대학교 대나무숲과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 ‘스누라이프’에는 강의 결석에 대한 질문이 올라오고 있다. “졸업사진 찍는 날 수업 출석은 보통 어떻게 하나요?” “면접 출석 인정되나요?” “장례식으로 수업에 결석했을 때 서류는 무얼 제출해야하나요?” “진단서 제출을 교수님께 직접 하는 건가요?” 등 끊이지 않는 질문은 관련 규정이 없어 벌어지는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통합된 출석 규정이 없다보니 현재 수업 출석 인정 여부는 교수의 재량에 맡겨두고 있다. 학사과에서는 “학기마다 보건결석 및 예비군 결석에 대해 문의하는 학생이 많다”고 밝혔으나 따로 마련된 대책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수업 출석이 전적으로 교수 개인의 재량에 맡겨지다 보니 학교 행사나 예비군 훈련 등 충분히 출석으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조차 결석 처리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학과 행사 참여로 수업에 결석한 A씨(정치외교학부·15)는 학과에서 발급한 결석계를 각 수업에 제출했으나 전공 수업의 교수로부터 이를 거절당했다. A씨는 “학과에서 발급한 결석계였던 만큼 당연히 출석이 인정될 거라 생각했다”며 “교양 수업에서는 받아줬던 결석계를 오히려 전공 수업 교수님이 거부해 당황스러웠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또 병역법이 개정된 2016년 전까지 몇몇 수업에서는 예비군 훈련에 참가한 학생들이 출석 인정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대학신문』 2015년 10월 5일자)

◇출석과 결석, 재량과 규정 사이의 줄다리기=현재 서울대를 제외한 여러 대학에서는 이미 유고 결석에 관한 규정이나 지침을 마련해 수업 출결석과 관련된 문제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중앙대 등은 학사 규정을 통해, 성균관대는 ‘출석인정에 관한 지침’을 통해 유고 결석으로 인정되는 사유와 제출 서류를 명시하고 있다. 고려대나 중앙대의 경우 학사 포털로 유고 결석에 대해 출석 인정 요청을 신청할 수 있다.

2007학년도 2학기부터 ‘유고 결석 출석 인정제’를 실시해오고 있는 고려대는 유고 결석 사유로 △직계가족의 사망 및 이와 동등한 사고(당일을 포함한 7일간) △본인 입원치료기간(당일) △예비군 훈련 기간 △생리기간을 인정하고 있다. 학생은 결석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학사 포털을 통해 출석 인정을 요청할 수 있다. 학생의 신청내역은 해당 교수의 포털과 이메일로 전송되고 성적 확정 시 이를 확인해 출결석 성적에 반영하도록 돼 있다. 한편 학내 포탈 공지사항을 통해 ‘출석인정에 관한 지침’을 안내한 성균관대는 유고 결석 사유에 학교 공식행사도 포함하고 있으며 출석인정신청서 서식을 첨부해 교수에게 직접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수업 출결석 규정 마련에 대해 일각에서는 학사 운영의 유연성 약화와 교수 재량권 침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용무 교무부처장(치의학과)은 통합된 출결석 규정이 없는 이유에 대해 “현재 서울대에 개설된 강의는 3,396개로 세부적인 수업 형태는 훨씬 다양하다”며 “규정이 있으면 편리하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교수들은 불편하게 느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교무부처장은 “학생들의 요구가 있다면 유고 결석에 대해 검토할 여지는 있다”며 교무처 차원에서 출결석 규정에 대해 다각적으로 고려해볼 것이라 전했다.

*유고 결석: 불가피한 사유로 인한 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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