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45분 경.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렸건만, 아직은 서울대가 아니다. 역 앞에는 대개 다섯 개 줄이 늘어서 있으니, 먼저 택시줄. 등교 시간에는 10여 명씩 서 있기 일쑤다. 버스를 타려는 줄로는, 서울대 교문 앞에 이르는 버스줄, 사회대쪽 방향으로 교내에 진입하는 5511(구 413), 경영대쪽 방향으로 진입하는 5512(구 413-1) 줄, 마지막으로 서울대 통학셔틀을 타기 위한 줄이 있다. 등교시간에 버스를 위한 줄은 약 30m 정도에 평균 4~50명이 늘어서게 된다. 요즘은 시내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진풍경이, 매일 아침 수년째 봉천사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다. 

 

약 20년전 나와 친구들이 학부를 다닐 무렵, 우리는 주로 교문에서 내려 걸어서 학교로 들어왔다. 요즘 대부분의 서울대 사람들은 걷지 않고 탄 채로 교문을 통과한다. 정권이 바뀌어 서울대의 차량진입에 장애가 줄어들었고, 서울대 캠퍼스 자체가 팽창하여 걷기에는 너무 커졌고, 또 강남지역의 발달과 함께 서울대 진입 요로가 바뀌었다.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어 예전에는 서울대 진입요로가 주로 신림사거리였다면, 요즘은 봉천사거리가 통학로의 동맥과 정맥이 아닌가 싶다. 서울대가 운명적으로 안고 있는 지리상 고립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접근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교내외 순환버스 늘려 서울대 접근성 높여야


먼저 대학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 통학셔틀과 교내순환셔틀이 있다. 시간대에 따라 간격(10분에서 4분)이 다르지만, 줄을 서서 셔틀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게 느껴진다. 휴일이나 방학 때는 운영하지도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통근셔틀과 교내셔틀의 이원체계이다. 통근셔틀은 본부를 종착지로 하기 때문에, 본부와 멀리 있는 단대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 셔틀버스들의 문은 보기 드물게 꼭 한 개라서 내리고 탈 때 시간이 더 걸리고 환기에 문제가 있다. 다음, 5511-5512 상업버스. 등하교 시간에 이 버스들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데도(하교시간에 한번 이용해 보시라), 이 노선은 동일 운수회사에 의해 운영되는 두 개뿐이다. 또 대다수 승객들은 관악구청 앞에서 타므로 마을버스 정도의 구간을 이용하지만 일반버스 요금을 내야 한다. 현재 요금체계가 변했지만, 얼마 전까지 일반버스 요금을 냈고 현재도 환승하지 않는 승객은 일반요금을 낸다. 특히 본부와 가깝지 않은 단대에 속한 구성원들은 이 버스를 타지 않고서는 강의실에 가기 어렵고, 교내셔틀을 기다리는 것이 비효율적이어서 불평 없이 이 버스를 타는 데 길들여져야 한다. 이것이 ‘세계적 연구대학’을 목표로 하는 서울대의 사람들이 매일 겪는 현실이다. 같은 시간대에 교문 앞에서 돌아가는 버스들은 대개 텅텅 비어 있는데, 이런 ‘황금노선’은 왜 한 운수회사에 의해 독점되는지 의문이다. 본부 시설관리국 관리과의 대책이 필요하다.

 

나의 제안은 간단하다. 학교 밖과 안을 연계하여 운행하는 버스가  더 많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내순환버스가 너무 많으면 교내 환경이 훼손된다고?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편리하고 쾌적한 대중교통체계가 미비하기 때문에 자가용차를 더 많이 가져오게 된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대학이 통학과 순환을 연계하는 버스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상업노선과의 병행도 가능할 것이다. 성균관대 등에서 하는 것처럼 저렴한 요금을 받아도 좋으니, 교내 셔틀을 신속, 편리, 경쾌하게 운영한다면 기꺼이 이용할 것이다. 한 학생의 말처럼 우리 대학은 ‘학교에 오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 © 대학신문 사진부

양현아 교수

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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