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철
교수통계학과

고백해야 할 일이 있다. 사실 30년 가까이 바른손 카드의 제품을 사지 않고 있었다. 물론 바른정당도 지지하지 않지만 정치성 성향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지지를 하지 않는다.

내가 바른손 카드와 바른정당을 보이콧하는 이유는 단지 내가 왼손잡이기 때문이다. 나의 학창시절 바른손은 오른손을 의미하는 말이었고 단지 왼손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놀림을 당하거나 심지어 체벌까지 받아야 했던 나로서는 바른손 카드를 사용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미팅에 나가서도 왼손잡이 여학생을 한번 만나봤으면 하는 소망도 있었는데 그 공통점 하나로 밤을 새워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

어린 시절 왼손으로 글을 쓰는 나를 ‘교정’하기 위해 부모님이 손도 묶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나도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선생님이 볼 때는 오른손으로 필기를 하다가 등을 보일 때는 왼손으로 쓰곤 했는데, 4학년이 되면서 오른손을 사용하는 게 너무 불편해서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태연히 왼손을 사용하는 커밍아웃을 하게 되었다.

통계학과 교수가 쓰는 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handedness(평소에 주로 쓰는 손)에 관한 통계를 잠깐이라도 언급하고자 한다. 일반인들이 왼손잡이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사실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건 왼손잡이도 오른손잡이처럼 모든 일에 왼손을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왼손잡이는 정확히 얘기하면 양손잡이에 가깝다. 나의 경우도 망치질이나 운동과 같은 힘든 일은 모두 오른손으로 하고 바느질, 글쓰기와 같은 정교한 일은 왼손을 사용한다. 손을 사용하는 중요한 10가지 일중 오른손을 사용하면 -1점, 왼손을 사용하면 1점을 준다면 대부분의 오른손잡이는 -10점을 받지만 왼손잡이들의 경우는 균등분포에 가까운 경향을 보인다.

왼손을 쓰면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는 왼손으로 글 쓰는 게 불편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불편한지 여부는 본인이 판단할 일이지 타인의 눈으로 재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론 가위나 칼이 오른손잡이용으로 설계돼 있거나 지하철 개찰구에서 오른손을 사용해서 카드를 터치해야 하는 사소한 불편은 있지만 오른손잡이로 바꾸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소한 불편이다. 만약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바꾸는 게 가능하다고 믿는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에게 왼손잡이로 한 달만 살아보라고 권고해보고 싶다. 아마 하루도 지나지 않고 본인이 주로 사용하는 손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될 것이다.

나의 이 이야기는 사실 숨어있는 의도가 있다. 앞에서 나온 이야기를 성소수자에 대한 글로 바꿔보자. 서울대 다양성 위원회나 총학생회의 학생인권조례에 성소수자에 관한 언급을 하는 것조차 종교의 이름으로 불편해 하는 학내 구성원들이 있다. 성정체성은 ‘교정’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왜 성소수자들이 한국사회에서 쉽게 마주치는 편견과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본인의 성정체성을 ‘교정’하지 않는지 생각해보라.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본인의 눈이 아니라 이해 당사자의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자. 그런 세상이 도래할 때 바른정당은 지지하지 않더라도 나의 바른손 카드 보이콧은 멈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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