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ㅣ디지털 캔버스 ‘블루 캔버스’

전시회에 작품을 올리는 아티스트는 전체 아티스트의 단 2%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전시회는 아티스트와 대중이 만나는 가장 대표적인 매개체다. 하지만 전시 기회 부족과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전시회에 참여할 수 없는 작가들은 그들의 작품을 세상 밖으로 내놓을 수 없다. 이같이 불균형한 전시 기회 문제를 타파하고자 제작된 캔버스가 있다. 전시장의 문을 열지 못했던 무명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담는 디지털 캔버스, ‘블루 캔버스’다.

블루 캔버스의 출발은 기존 미술 시장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블루 캔버스 이원영 대표는 “어느 날 한 작품을 보고 큰 영감을 받아 그때부터 전시회를 자주 찾게 됐다”며 “미술에 관심을 갖고 지내다 보니 개인 전시회를 갖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아티스트가 전체 아티스트의 98%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무명 아티스트의 경우 활동을 지속하기엔 생계가 급하거나 전시회를 열 돈이 없는 등 경제적 한계에 부딪힐 뿐더러, 아티스트에 비해 그들을 필요로 하는 갤러리와 전시의 기회는 부족했던 것이다. 이 대표는 “불균형한 미술 시장에 대해 깨달은 후 무명 아티스트들과 대중이 만날 수 있는 캔버스를 마련해주겠다는 일념 아래 2009년 ‘블루 캔버스’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블루 캔버스는 아티스트와 대중에게 또 다른 전시회가 된다. 블루 캔버스에 아티스트가 자신의 작품을 등록하면 플랫폼은 디지털 캔버스의 고객들에게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에서 작품을 추천해준다. 그들은 추천받은 작품의 아티스트가 누군지, 어떤 특징의 작품인지에 대한 학습 과정을 거치게 되고, 이후 기호에 따라 작품을 구매한다. 아티스트는 자신의 작품을 블루 캔버스라는 전시장에 내놓고, 고객은 자신이 선택한 작품들로 자신만을 위한 단 하나의 전시회를 여는 것이다. 이원영 대표는 “이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아티스트는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창작물을 제공하고, 소비자는 아티스트에게 자연스레 더 좋은 창작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며 블루 캔버스가 갖는 선순환 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블루 캔버스는 아티스트의 활동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남는 수익으로 무명 아티스트를 위한 전시회를 직접 주최하거나, 블루 캔버스에 작품을 올린 아티스트의 전시회를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등 아티스트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캔버스 고객이 작품을 구매하면 그 수익 대부분은 해당 아티스트에게 돌아가게 된다. 블루 캔버스엔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 의지도 녹아들어 있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명화에도 개별적인 저작권 인증을 받았으며, 블루 캔버스 내에서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무단 복제·저장될 수 없도록 블루 캔버스 시스템 내에 따로 디지털 장치를 구축했다. 이 대표는 “사회에서 아직 미술 창작품의 가치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며 “블루 캔버스를 통해 미술품 저작권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명 아티스트들이 쉽게 전시회를 열 수 없는 현 미술시장에서 블루 캔버스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원영 대표는 “초창기엔 소비자들이 디지털 캔버스와 새로운 플랫폼을 경험하지 못하는 상태라 블루 캔버스만의 가치를 밝히기 어려웠다”며 “일반적으로 블루 캔버스를 직접 경험하기 전엔 사람들이 디지털 캔버스가 기존 전자제품의 모니터와 다를 바 없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았고, 새로운 플랫폼만의 선순환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점점 입소문을 타며 새로운 작품에 대한 적극적인 소비자 반응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 블루 캔버스를 구매한 강은정 씨는 “전자 기기의 인공적인 느낌 없이 실제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피로감 없이 휴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IT 매체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며 “이런 블루 캔버스만의 매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굳어있던 미술시장도 점차 변화하게 되리라 기대한다”고 사용 후기를 전했다.

이원영 대표는 “일반적인 캔버스를 비롯해 우리가 하루에 몇 시간씩 들여다보는 스마트폰과 TV 모두 각개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캔버스”라 말한다. ‘블루 캔버스’는 그 안팎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자는 생각에서 만들어졌다. 이 대표는 “요즘 디지털 매체 속 콘텐츠가 점점 자극적으로 변모해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블루 캔버스 안엔 기존 매체와는 차별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겠다”고 다짐하는 듯 말했다. 이 대표의 다짐이 블루 캔버스를 넘어 미술 시장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 푸른 캔버스 속으로 새로운 아티스트를 초대하고 싶은 당신, 지금 블루 캔버스를 ‘스위치 온’하라.

삽화: 박진희 기자 jinyhere@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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