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상 기자
취재부

제60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 결과 「파랑」 선본이 최종 실투표율 52.67%로 당선됐다. 득표율 역시 80.20%로 높게 나타났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이라면 당선인 본인이 말한 대로 지난 58대 총학생회 이후로 2년여 만에 연장투표 없이 당선됐다는 사실이다. 그보다 이전에 연장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 것은 1997년이 마지막이다. 근 20여 년간 3번뿐이었던 기록에 힘입어 새로운 선본은 순풍을 타고 이제 막 닻을 올렸다.

이번 선본이 내세운 명칭 ‘파랑’은 크게 두 가지 뜻을 가진 단어다. 첫째는 선본 자체가 내세운 슬로건 ‘모든 잔물결이 모여 하나의 큰 물결로’의 의미에 잘 부합하는, 바람에 의한 해수의 운동을 뜻하는 바로 그 파랑이다. 선본이 내세운 ‘잔물결’은 학생사회 개개인의 의견이다. ‘하나의 큰 물결’은 이들의 염원이 모여 이뤄진 하나의 거대한 울림이다. 이 울림이 진정 가슴에 닿기 위해 애써야 할 이들은 아마도 바로 이 ‘사람의 파랑’을 내세운 당선인들 본인일 것이다. 학생회에 대한 평가는 늘 엇갈려 왔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구성원들은 선본이 내세운 공약들에 견제와 박수라는 상반된 태도를 보일 것이다. 「파랑」이 이러한 상충하는 욕구를 어떻게 ‘하나의 큰 물결’로 엮어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두 번째로, 파랑은 흔히 ‘파란색’으로 부르는 색채의 하나라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파랑은 흔히 빛의 3원색으로 일컬어진다. 19세기 토머스 영은 빨강, 초록, 파랑의 세 빛으로 다양한 색을 만들 수 있으며 우리 눈에 이 세 가지 색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이 있다고 제안했다. 그 후에 헬름홀츠는 영의 가설을 받아들여 보다 체계적인 빛의 3원색 이론을 제창한다. 빛의 3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은 합성을 통해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는데 공통적으로 합성하면 할수록 오히려 밝은 색을 띤다는 것이 이론의 내용이다.

투표 전까지 「파랑」의 활동을 보며 떠오른 생각은 그들이 향후 주지해야 할 부분은 이 ‘밝아짐’에 대한 부단한 경계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정책간담회에서 이들은 학내 소수자의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또 군 원격 강좌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잘못된 정책을 제시하기도 했으며, 학내 복지 실현 계획에 대해서는 ‘본부와의 협의를 통해’라는 식의 구체성 없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도 말했듯 빛의 3원색은 각각 뚜렷한 개성을 지닌 색이지만 이들 모두를 합쳐 놓으면 투명색이 돼 버린다. 이런저런 상념, 또는 특정 이해에 사로잡혀 의견을 유보하는 태도는 야심차게 출범한 「파랑」을 희석시킬 뿐이다. 새로운 선본이 자신의 뚜렷한 색채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지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결국, ‘파랑’이라는 단어가 갖는 두 내재적 속성은 향후 1년간 「파랑」 선본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들은 의견을 조율하는 큰 물결이 되면서도 선명한 원색으로서 파란 색채를 유지해 나가야만 한다. 그것이 개념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7,000여 유권자가 선택한 하나의 뜻이 모인 그 곳, 「파랑」이 진정 ‘파랑’의 정의에 잘 부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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