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 언론 기사를 통해 캠퍼스 내 생리대 자판기 설치 문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하려는 총학생회의 노력에도 반발하는 남학생들로 인해 결국 자판기 설치가 무산됐다는 게 기사의 주된 내용이었다. 생리대 자판기 설치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위급상황시 생리대 접근성을 여성의 건강권 및 인권과 직결된 문제로 보고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설치를 반대하는 학생들은 모두가 함께 낸 학생회비를 여학우만을 위해 사용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부끄럽게도 평소 생리대 자판기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기사를 읽고 갖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공공장소의 화장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생리대 자판기가 왜 이렇게까지 논란이 돼야 하는 걸까. 자신이 낸 총학생회비가 반드시 구성원 전체 혹은 본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에만 쓰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은 장애인권 증진을 위한 사업이나 원거리 통학생만을 위한 셔틀버스 사업과 같은 ‘일부 학생’만을 위한 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던 중 자연스럽게 서울대가 떠올랐다. 5년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학내에서 생리대 자판기를 본 적은 없었다. 서울대에 생리대 자판기는 정말 존재하지 않는 건지, 없다면 왜 없으며 관련 논의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서울대에는 생리대 자판기가 없다. 애초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신문』의 과거 기사만 찾아보더라도 2000년대 후반까지 학내에 생리대 자판기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생리대 자판기와 관련한 당시의 논의나 기사는 자판기 관리의 부실과 사용상의 어려움에 관한 것이었고 그러한 이유로 생리대 자판기는 어느 순간 교내에서 사라졌다. 이후 지속적인 학내 요구와 설치의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생리대 자판기 설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늘 그렇듯 무엇이든 사라지기는 쉽지만 다시 되돌리기는 어려운 법이다.

많은 학우들이 잊어버렸을지 모르지만, 작년 제59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복수의 선본이 생리대 자판기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그중 한 선본이 지금의 총학생회다. 그러나 제60대 총학생회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지금, 「파랑」 선본이 다시금 생리대 자판기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울 때까지 자판기 설치는커녕 이를 위한 대중적 차원의 공론화마저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역시 1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관리 및 유지의 어려움이다. 그러나 생리대 자판기가 정말 필요하다면 단지 관리의 번거로움을 이유로 설치를 미뤄선 안 될 것이다. 또한 생리대 자판기의 필요성을 두고 논쟁이 예상된다면 관련 의견 수렴과 토론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만약 「파랑」 선본이 당선돼 제60대 총학생회가 들어선다면 생리대 자판기 설치 공약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 혹은 적어도 이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고 공론의 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동현
정치외교학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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