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공책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열린책들, 7천원

사실주의와 신비주의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우연의 미학’을 다뤄온 미국 작가 폴 오스터의 에세이집. 잘못 걸려온 전화에 얽힌 무서운 우연의 일치, 타이어가 펑크날 때마다 같은 사람을 차에 태우고 있었던 경험, 결혼 직후에 자신들이 배다른 남매임을 알게 된 부부 이야기 등 기이한 인연과 우연으로 가득 차 있는 일화들을 담고 있다. 저자는 우연도 엄연히 현실의 일부이므로, 이성적으로만 세상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현대문학, 9천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을까』 등의 자전적 소설을 펴낸 작가가 고백하는 20대의 애틋한 첫사랑. 주인공은 이사간 후배 집구경을 갔다가 근처에 남아있는 50년 전 첫사랑 ‘그 남자(현보)’가 살았던 기와집을 통해 그 남자와의 추억을 더듬어 나간다. 주인공과 현보에 얽힌 사연을 중심으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던 전후 여성들의 삶과 당시 생활상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미녀란 무엇인가

장징 지음, 이목 옮김, 뿌리와이파리, 2만원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해온 미(美)의 개념을 중국과 일본의 그림, 소설 등의 비교를 통해 다룬 책. 중국의 경우 <휘선사녀도권> 등의 그림이나 양귀비의 예에서 알 수 있듯, 비만이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다.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겐지 모노가타리>등의 문학작품을 통해 신체의 특정 부분에 미의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전체적인 실루엣이나 이미지 등을 중시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밖에 쌍꺼풀, 흰 피부 등 오늘날의 미적 기준의 유래를 역사 속에서 살펴보고 있다.

 

 

 

자연과학자의 인문학적 이성 죽이기

S.조나단 싱어 지음, 임지원 옮김, 다른세상, 1만2천원

“인간의 합리성은 유전자의 작품”이라며 유전자 결정론을 주장해 온 저자가 인간의 비합리성을 현대과학으로 극복할 수 있음을 주장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주말에 교외에서 드라이브를 즐길 것인지, 아니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이성이 결정한다고 생각돼 왔지만 사실은 유전자가 관여하는 일이라고 한다. 철학의 영역으로 간주돼 온 인간 합리성의 개념을 생물학적으로 풀어낸 저자의 시선은 특기할 만 하다.

 

 

인간농장을 위한 규칙, 페터 슬로터다이크 지음

이진우ㆍ박미애 옮김, 한길사, 1만5천원

인문학 중심의 서양철학을 부정하고 휴머니즘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독일의 철학자 페터 슬로터다이크의 강연문과 논문을 엮은 책. 그는 과거 공동 언어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민족 휴머니즘은 언어권을 넘어서 전세계로 전파되는 매스미디어로 인해 그 기능을 상실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이전에 인간의 야만성을 길들여왔던 휴머니즘이 더 이상 그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인간 복제를 비롯한 유전 공학을 제시한다.

 

 

한국정당정치사

심지연 지음, 백산서당, 2만6천원

단순히 한국 정당의 생성과 소멸을 분석하는 것을넘어서 ‘위기와 통합’이라는 가설로 한국 정치 역사를 고찰했다. 저자가 말하는 가설이란, 정당 혹은 정치인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통합하고, 집권하면 다시 분열해 위기를 맞는 과정을 되풀이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가설이 서구 선진국과 달리 정당이 이념 및 정책과는 무관하게 집권을 위해 합종연횡 하는 한국 정치 현실에 적합하다며 이승만 정권의 자유당 창당, 2002년 대선의 후보단일화 등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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