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빈 부총학생회장 사진 출처 : 제59대 총학생회 선거 공동정책자료집

작년 11월 총학생회(총학) 선거는 두 선본이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최종적으로 선거운동본부 「U」 가 당선됐다. 시흥캠퍼스(시흥캠) 사안을 비롯해 많은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새로운 총학의 행보는 학생사회의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총학생회장단은 당선사를 통해 “작은 복지사업부터 해결하기 어려운 학내 사안과 사회현안까지 모두 ‘당신’의 생생한 이야기에서 시작하겠다”는 당찬 계획을 밝혔다. 『대학신문』은 제59대 총학 「U」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지금, 지난 1년간 총학이 해 온 활동을 되돌아봤다.

제59대 총학은 학우들과의 약속을 얼마나 지켰을까

영역별 공약 이행률

「U」는 출마 당시 11개 영역에 걸쳐 총 48개에 달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다양한 범위에 걸친 공약은 ‘당신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총학생회’라는 으뜸 구호처럼 학내 사안과 사회 현안은 물론 세부적인 복지 공약까지 아우르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대학신문』이 총학 중앙집행위원회와 함께 공약 이행 여부를 점검해 본 결과, 전체 이행률은 약 28.1%에 그쳤다.

◇시흥캠퍼스 관련 공약=시흥캠퍼스(시흥캠) 문제가 학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며「U」도 시흥캠과 관련된 다수의 공약을 제시했다. 「U」는 학생들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정보공개청구부터 거버넌스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학생이사제 도입과 ‘서울대법’ 개정 등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선거 운동 초반에 정·부후보가 시흥캠 대응에 대한 온도 차를 드러내며 입장을 쉽사리 통일하지 못했고 본부 점거, 해제, 재점거를 반복하는 지난한 갈등 속에서 애초 약속한 공약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U」는 ‘정보공개청구’ 공약에 따라 본부에 시흥캠 관련 주요 문건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이미 널리 공개된 ‘서울대 국제캠퍼스 마스터플랜’만을 받는 데 그쳤으며, 5천 명 이상의 학생 설문조사를 계획했던 ‘총장중간평가’는 진행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조소과·11)은 “임기 초에 이미 학생들이 성 총장에 대한 불신임 선언을 한 터라 중간 평가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U」는 ‘서울대법’ 개정 공약 이행의 첫 단추로 본부에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했다. 현재 평의원회 학생 참여 방안이 논의되며 거버넌스 개혁에 물꼬가 트였지만 아직 가시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소통 공약=「U」는 ‘당신의 이야기로 시작하겠다’고 약속한 대로 출마 당시 학생들에게 친근히 다가가기 위한 소통 공약에 많은 신경을 썼다. 「U」는 애초 약속했던 월말 총학 평가를 시행하지 않았으나 대신에 이후 여름에 1학기 활동에 대한 학기말 평가를 한 차례 실시했다. 임 부총학생회장은 “이전 총학들에서는 학우들이 직접 총학의 활동 자체를 평가할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며 “학우들로부터 받은 학기말 평가가 다사다난했던 1학기를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2학기 활동 계획을 세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복지 공약=「U」는 선본 출마 당시 안전과 시설 개선에 초점을 맞춰 복지 공약을 구성했다. 지난해 9월 자연대에서 성폭행 미수 사건으로 학내 안전 문제가 대두되자 「U」는 ‘안전벨 확충’ ‘안전한 화장실 만들기’ ‘샤워실 잠금장치 설치’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또 ‘관정도서관 시설 개선’ ‘도서반납함 증설’ 등 시설 개선 공약과 ‘세그웨이 대여’와 같은 교통 문제 해소 공약을 내세웠으나 대다수가 지켜지지 못했다. 임 부총학생회장은 “상반기에는 시흥캠 투쟁으로 인해 사실상 본부와 복지 사업 추진을 위한 협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며 “2학기에야 교육환경개선협의회 안을 확정해 학생처와 대략적인 논의를 마쳤으나 차기 총학 선거 일정으로 복지 사업이 집행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공약별 이행 점검표

키워드로 돌아보는 「U」

『대학신문』은 「U」의 임기동안 진행된 총학생회운영위원회(총운위) 회의와 상·하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의 결과지 내용에서 가장 빈도수가 높으며 서로 의미가 닿는 키워드를 뽑아 제59대 총학생회가 핵심적으로 추진한 활동을 돌아봤다.

◇‘시흥캠퍼스’와 ‘징계 철회’=「U」는 시흥캠퍼스와 관련해 학생 사회와 본부의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취임했다. 지난해 10월 10일 전체학생총회(총회)에서 시흥캠 반대 기조가 채택되며 학생들은 본부 점거에 돌입했고 제58대 총학 「디테일」이 성낙인 총장에 대한 불신임을 선언했다. 본부 점거가 50일을 맞고 본부와 학생들 사이의 대치가 지속되는 가운데 「U」가 총학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U」는 시흥캠 실시협약 철회 기조를 유지하며 본부 점거를 이어나갔으나 점거를 해제하려는 본부와 극심한 마찰을 빚었다. 이후 「U」는 4월 4일 총회를 열고 ‘시흥캠 실시협약 철회’로 총의를 모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방안이 결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총학이 폐회를 결정해 학생 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어진 5월 1일 ‘서울대인 총궐기’에서 학생들은 본부 일부를 재점거했지만 「U」는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재점거를 결정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임 부총학생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총회의 파행과 절차의 비민주성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고 총학 역시 이에 대해 아쉬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편, 본부는 형사고발과 대규모 학생 중징계로 본부 재점거에 대응했다. 현재 학생 12명에 대한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소송이 인용되며 징계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징계의 철회 및 해제에 대한 징계 당사자와 본부의 견해차가 여전하기 때문에 학생 징계 대응은 총학이 계속 안고 가야 할 문제다.

◇‘전학대회’와 ‘미처리’=학생들의 학생 사회에 대한 무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유독 이번 총학의 임기 중에는 전학대회가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상반기 정기 전학대회는 정족수 미달로 2회 무산됐으며 하반기 임시 전학대회도 1회 무산됐다. 이는 지난 3년 동안 전학대회가 매해 1회 무산된 것에 대비된다. 임 부총학생회장은 “시흥캠 대응에 대한 노선 분화로 인해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길어져 대의원들의 피로가 가중된 것도 전학대회 무산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전학대회의 잦은 무산 때문에 예·결산안 처리나 회칙 개정과 같이 학생회 운영에 꼭 필요한 사안들이 계속해서 부결되며 미뤄졌다. 이는 결국 중앙집행위원회와 산하기구의 발목을 잡으며 집행력 약화로 이어졌다. 미진한 집행력은 임기 초부터 쌓인 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을 한층 가중시키며 악순환이 반복됐다. 「U」는 당선 직후부터 이탁규 전 총학생회장(지역시스템공학과·14)에 대해 과거 인권 침해 발언과 시험 부정행위를 둘러싼 자질 부족 문제가 제기돼 거센 비판에 맞닥뜨린 바 있다. 총학생회장 사퇴에 이르렀던 일련의 과정으로 임기 초부터 「U」에 대한 신뢰가 크게 손상됐으며 총학은 임기 초부터 집행 동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U」가 「파랑」에게

사진출처: 제60대 총학생회 선거 공동정책자료집

지난 17일(금) 제60대 총학 선거 본투표가 투표율 52.69%로 성사되며 단일 선거운동본부로 출마한 「파랑」이 당선됐다. 『대학신문』은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을 만나 「U」가 차기 총학인 「파랑」에게 전하는 조언을 들어봤다.

임 부총학생회장은 우선 「파랑」의 소통·복지 공약 중심의 기조를 언급했다. 그는 “ 「U」가 시흥캠 관련 대응에 집중하느라 복지 공약 실천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차기 총학은 학우들의 기본적인 생활 문제에도 더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시흥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우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임 부총학생회장은 “5월 1일 재점거 이후 일련의 사태로 새삼 소통과 신중한 논의의 중요성을 느꼈다”며 “차기 총학은 급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라도 신중하게 일반 학우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U」가 시흥캠과 관련해 본부와 이미 여러 차례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수익 시설, 학부 이전, RC 설치에 대한 감시도 차기 총학이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 부총학생회장은 「파랑」에게 성 평등과 소수자 인권에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 정치적 용기를 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총학으로서 학우들이 성 평등을 누리고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게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정책간담회에서 학우들이 지적해준 부분을 중심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숨 돌릴 틈 없이 많은 일이 벌어진 「U」의 임기가 마무리됐다. 특히 시흥캠을 둘러싼 논란의 한가운데서 「U」는 본부와 첨예한 갈등을 빚는 한편, 학생 사회가 분열되며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U」가 시흥캠 대응에 집행력을 집중하면서 애초 약속했던 복지 공약 중 상당수를 지키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제60대 총학이 굵직한 학내 현안에 신경 쓰면서도 상당한 수의 소통·복지 공약을 실천해 학생 사회를 화합의 길로 이끌 수 있을지는 앞으로 눈여겨볼 문제다.

그래픽: 손지윤 기자 union0310@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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