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의 목소리로 부끄러움을 노래한 시인의 탄생 이후 100년의 세월이 흘렀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거듭 꼽혔던 윤동주의 작품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울림을 주고 있다. 윤동주 기념 사업회와 룡정윤동주연구회를 비롯한 국내외 여러 연구단체는 학술대회와 기념행사를 개최하며 그를 기렸으며윤동주를 소재로 한 창작 연극도 상연되며 민간 차원의 추모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윤동주는 근대 한국, 중국, 일본을 관통하며 살아간 디아스포라적 개인이다. 각국의 연구자는 동아시아 삼국에 남겨진 그의 족적을 연구하고 있다. 『대학신문』에서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가 현재 삼국의 학계에서 논의되는 양상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윤동주 연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1. 한국 연구, 토대를 세우고 깊이를 더하다

◇윤동주 연구는 어떻게 진행돼 왔는가=발표되자마자 윤동주의 시가 국문학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문학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유성호 교수(한양대 국어국문학과)는 “유고시집이 출간된 초기엔 윤동주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70년대에 이르러 백철, 박두진, 김우종 등이 정음사에서 발간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증보판을 바탕으로 글을 쓰면서 논의의 토대가 마련됐다”며 “80년대에 국내 대학원의 연구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석·박사학위논문으로 윤동주 연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윤동주 연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것은 올해 작고한 故 마광수 교수의 논문 『윤동주 연구: 그의 시에 나타난 상징적 표현을 중심으로』다. 유 교수는 “마 교수의 논문이 윤동주의 시를 최초로 내재적으로 분석했다”며 “이 논문이 발표된 후 독립운동가가 아닌 시인으로서 윤동주가 활발히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유중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초기 윤동주 연구는 크게 외재적 접근과 내재적 접근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설가 송우혜 씨의 『윤동주 평전』과 권오만 명예교수(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의 『윤동주 시 깊이 읽기』 등은 시인의 비극적 생애와 저항시인으로서의 성격에 중점을 둔 외재적 접근에 해당한다. 특히 송우혜 선생이 쓴 『윤동주 평전』은 실증적인 자료를 분석해 시인의 삶과 시에 대한 통찰력 있는 설명을 제시한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광수 교수의 논문은 내재적 관점에서 텍스트 내 시어, 형태, 구조 등을 분석하는 데 중점을 뒀다. 김 교수는 “경우에 따라서 두 접근법이 상호 보완적인 입장에서 어우러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대 윤동주 연구의 변화=2000년 이후엔 학계에서 해석의 깊이와 다양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기존 윤동주 연구는 대표적인 시 몇 편만을 다루거나 시를 범주별로 묶어 작품의 전반적인 경향성을 파악했다. 현재 유성호 교수는 윤동주의 시 125편 각각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연구가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윤동주의 문학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유중 교수는 “윤동주 시와 시집의 판본들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도 주목받고 있다”며 “홍장학 씨의 『정본 윤동주 전집』 『정본 윤동주 전집 원전 연구』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홍 씨는 윤동주의 육필원고에서 교정부호로 수정된 부분과 지우개로 지운 흔적 등의 퇴고 흔적을 분석했다. 그리고 1차 원고와 최종적으로 정음사에서 발간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린 시의 차이를 비교했다. 이 작업을 통해 텍스트가 형성돼 원전으로 출판되기까지의 과정이 재구성됐다. 그 속에서 시인과 교정자의 의도를 미적, 음운론적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었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기타 장르의 작품도 관심을 받으면서 윤동주의 내면세계 역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김응교 교수(숙명여대 교양교육원)를 비롯한 여러 학자는 윤동주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 즐겨 썼던 동시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와 더불어 류양선 교수(가톨릭대 인문학부)는 윤동주의 시를 「별똥 떨어진데」 「화원의 꽃이 핀다」등 그의 산문작품과 관련지어 분석했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윤동주의 어린 시절 모습과 작품을 창작하던 당시 윤동주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시인의 생애와 작품을 관련짓는 외재적 연구의 폭도 깊고 넓어지고 있다. 종교적 실존주의의 관점에서 윤동주의 생애와 작품을 새로이 해석하는 작업이 그 예다. 현재 많은 연구자들이 윤동주 문학을 종교 철학자인 키에르케고르의 실존 사상으로 읽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이 단독자로서 종교적 실존을 이뤄내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 종교적 실존은 고독한 개인이 끊임없이 절망하고 죄의식을 마주하며 절대자에 헌신할 때 이뤄낼 수 있다. 「간」 「십자가」 등 윤동주의 여러 시에서 이런 사상적 색채가 두드러진다. 이처럼 윤동주의 시와 종교 사상의 관련성을 규명함으로써 종교 경험이 윤동주의 의식세계에 미친 영향을 이해할 수 있다.

윤동주의 육필원고. 곳곳에 교정부호로 수정된 부분과 지우개로 지운 흔적이 보인다. 이런 퇴고 흔적을 분석해 시인과 교정자의 의도를 추론해 낼 수 있다.
사진 출처: 『윤동주 자필시고 전집』 민음사

2. 일본, 자료의 발굴과 남아있는 번역 문제

◇일본 윤동주 연구의 시작과 현재=윤동주에 대한 일본의 관심은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송우혜의 『윤동주 평전』이 일본 문인들에 의해 번역되면서 시작됐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1984년 문인 이부키 고에 의해 처음 일본어로 번역됐다. 당대 유명 문인이었던 이바라키 노리코는 이 번역본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이에 그는 윤동주의 시에 대한 수필을 남겼고 이 글이 일본 교과서에 실리게 되면서 윤동주가 보다 활발히 수용됐다. 윤동주가 지금의 명성을 갖게 된 데엔 80년대에 윤동주를 발굴해 한국과 일본에 알린 오무라 마스오 교수(일본 와세다대 문학부)의 역할도 컸다. 1985년 북간도를 방문한 오무라 교수가 윤동주의 묘소를 발견하면서 윤동주의 존재와 행적에 대한 관심이 부각됐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윤동주 문학을 다수 번역해 일본에 알리고 『윤동주와 한국 근대문학』을 펴냈다. 이처럼 오무라 교수가 조선 문학에 대한 연구를 지속함으로써 윤동주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마련될 수 있었다.

현재 일본에선 박은희 교수(일본 교토 불교대학)를 필두로 한 일본 내 조선족 학자들과 재일교포 및 한국인 교수들을 중심으로 윤동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심원섭 교수(일본 독쿄대)는 『일본 고등학생들이 읽은 윤동주』 연구를 통해 윤동주의 문학이 일본 학생 및 독자들에게 수용되는 양상까지 연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쿠마키 츠토무 교수(일본 탠리대)는 오무라 마스오 이후 일본 내 가장 중요한 윤동주 연구자로 꼽히고 있다.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회’ 야나기하라 야스코 회장처럼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윤동주를 연구하는 경우도 있다.

김유중 교수는 “윤동주의 모교인 교토 도시샤대학, 후쿠오카 릿쿄대학 등지에서 윤동주의 동문이나 팬클럽을 중심으로 윤동주 시 독회와 문학 연구모임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교토와 후쿠오카에는 윤동주 시비도 건립됐다. 그밖에도 시민단체나 주요 대학의 인문과학연구소에서 윤동주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는 등 윤동주는 일본 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2월 릿쿄대학에선 ‘시인 윤동주와 함께’라는 이름의 윤동주 탄생 100주년 추모행사를 열기도 했다.

한편 윤동주 70주기를 맞아 2015년에 류양선 교수가 엮은 추모 문집 『윤동주 시인을 기억하며』엔 일본 연구자들이 윤동주의 시를 내재적으로 분석한 여러 논문 외에도 유학 당시 윤동주가 남긴 흔적에 대한 사료와 이를 분석한 연구가 다수 실려 있다. 콘다니 노부코 씨는 미즈노 나오키 교수(일본 교토대 인문과학연구소), 안자이 이쿠로 명예관장(일본 리츠메이칸대 국제평화박물관)과 함께 윤동주와 송몽규의 판결문을 분석해 당시 사법부가 이들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파악했다. 야나기하라 야스코 회장은 윤동주 유학시절 문학부 영문과 시간표를 찾아내 「쉽게 씌어진 시」에서 그가 수업을 들으러 가는 늙은 교수가 누구인지 밝혀냈다. 이처럼 일본에선 윤동주의 공판기록, 유학시절 사진을 비롯한 여러 자료를 발굴하고 해석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현지 발굴 자료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는 윤동주의 일본생활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키고 있다.

◇윤동주 연구에 대한 논란=최근엔 일본 내 윤동주 연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응교 교수는 “일본엔 윤동주의 문학을 제대로 번역한 정본이 갖춰져 있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는 이부키 고의 번역과 오무라 마스오의 번역본이 존재한다. 김 교수는 “이부키 고의 번역이 일본에서 원전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오류가 있다”며 이런 번역 오류가 윤동주 문학 해석에 전반적인 오해를 불러 올 수 있음을 경계했다.

김 교수가 지적한 것은 시집의 제목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하늘’과 「서시」의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를 번역한 부분이다. 이부키 고는 오무라 교수와 달리 하늘을 ‘텐’(天)이 아닌 ‘공’(空)으로 번역했다. 텐(天)은 동양 세계관에서 절대적인 존재와 우주를 함축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이에 반해 공(空)은 그저 비어 있는 공간에 지니지 않는다. 김 교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란 문장은 『맹자』의 ‘앙불괴어천’(仰不愧於天)이란 구절을 그대로 번역한 부분이기에 ‘텐’(天)으로 써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윤동주의 하늘은 종교 사상적인 의미에서 삶의 기준이 되는 절대자”라며 “이를 ‘공’(空)으로 번역하면 역사적, 종교적 의미가 지워진 채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하늘밖에 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기독교회 주기도문에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의 하늘을 텐(天)으로 번역하는 것에 비춰 봐도 마땅히 텐(天)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를 ‘모든 살아있는 것을 사랑해야지’로 번역한 것도 문제다. 김응교 교수는 “죽어가는 것은 당시 고통 받고 소외당하며 죽어가던 영혼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당시 살아있던 것은 제국주의를 펼치던 일본이다.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이런 번역에 대해 “결국 당시 살아있는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시가 됐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일본에서 윤동주 시 원본을 실증주의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기초해 원전의 번역상 오류를 수정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3. 중국, 윤동주 문학에서 정체성을 찾다

용정에 위치한 윤동주의 생가. 김유중 교수는 생가가 좌우로 뒤집힌 채 잘못 복원됐다고 지적했다.
사진 출처: 연세대 윤동주기념사업회

◇중국에서 이뤄진 윤동주 연구의 역사=중국에선 연변 출신의 조선족 학자들을 중심으로 윤동주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남송우 교수(부경대 국어국문학과)는 “1985년 오무라 마스오 교수의 연변 방문 이전까지 중국 조선족은 윤동주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오무라 교수가 룡정중학교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선물하고 난 뒤부터 연변지역을 중심으로 윤동주 붐이 일었다”고 설명했다. 김명숙 교수(중국 중앙민족대학)는 “1980년대 후반에 권철 등 연변대학교 조문(朝文)학부 교수들을 주축으로 연구 활동이 진행돼 지금에 이르렀다”며 중국 윤동주 연구의 시작을 설명했다. 남송우 교수는 “초기 중국 윤동주 연구는 박동철 선생의 「고귀한 령혼을 부르며-시인 윤동주의 묘지 앞에서」라는 글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해당 글은 윤동주의 생을 간단히 소개한 글로 전반적으로 윤동주를 시대의 위인으로 추대하며 우상화하고 있다. 남송우 교수는 “이처럼 당시엔 윤동주를 역사전기적 측면에서 분석하려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후 조선족 연구자들은 구조주의적 방법론을 시도했으며 시 작품 자체에 주목하는 형식주의적 연구로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김명숙 교수는 그동안 다양한 연구단체가 결성돼 윤동주에 대한 연구와 시인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체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조성일 평론가를 중심으로 ̒연변조선족문화발전추진회'가 결성돼 윤동주 문학 독회와 모임이 열렸다”며 “이외에도 허응복 회장(연변윤동주연구회)이 윤동주 학회를 조직해 윤동주 시집을 출판하고 이를 중국어로 번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룡정윤동주연구회와 연변대학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룡정윤동주연구회는 「도라지」 「연변문학」 등 중국에서 발간되는 한글 문학잡지에 정기적으로 윤동주에 관한 연구와 수필을 싣고 있다. 더불어 윤동주를 총체적으로 분석한 책을 출간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2015년에 펴낸『윤동주 코드』는 윤동주를 29개의 코드로 분석한 인물연구서다. 이후 출간된 『윤동주 평전』은 조선족 학계에서 주체적으로 윤동주의 전 생애에 대한 설명과 논평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연변대학 민족연구원에선 2010년에 연세대, 인하대와 함께 ‘윤동주와 그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해 한중일의 윤동주 교육과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김 교수는 “연변대학의 조선-한국학원에서도 전주 기전대학과 함께 매년 청소년 윤동주 시낭송대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동주 연구의 발전과 심화=2000년대를 전후로 중국에서의 윤동주 연구는 기존의 논의에서 벗어나 더욱 심화된 주제로 확장됐다. 남송우 교수는 “별이나 여성처럼 시에 나타나는 특별한 이미지에 집중하거나 시 속 시공간이 지니는 의미를 다룬 다양한 연구들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것은 윤동주 시인의 삶의 정신을 디아스포라*적 입장에서 해명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권철 교수(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연구소)는 윤동주 기념강좌 ‘중국의 조선민족과 시인 윤동주’에서 “시인 윤동주도 19세기 말 용정으로 이주해 이곳을 피땀으로 개척한 초기 조선민족 이주민의 후예”라고 말했다. 조선족은 중국 이민자지만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을 민족적 정서로서 공유하고 있다. 이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이민문학적 성격이나 고향상실에 대한 주제가 조선족 문학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는 중국조선족이 윤동주의 문학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윤동주에 대한 조선족 연구자들의 심화된 시선을 시사한다. 그러나 남송우 교수는 “중국조선족 문학계에서 고향상실에 대한 주제에 지나치게 매몰된 것은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현재 중국 연구는 디아스포라적 관점을 넘어 새로운 문학적 담론을 세우는 차원으로 논의가 진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윤동주 시와 삶을 정확하게 재구성하기 위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윤동주가 태어난 명동촌의 유래, 그의 증조할아버지가 살았던 자동이란 지역명칭과 그 위치, 그가 다녔던 달리자 학교의 성격 등을 역사적 자료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권철 교수는 “1994년에 한국해외민족연구소와 용정시 지신향정부 등의 도움으로 시인의 생가와 명동교회당을 복원했다”고 밝혔다. 남 교수는 “이처럼 윤동주의 삶과 관련된 현장 연구와 고증작업은 중국조선족 문학연구자들만이 할 수 있다”며 “이것이 한국의 윤동주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정보를 제시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내 윤동주 연구엔 여전히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남송우 교수는 “중국 조선족 문학사에서 윤동주 연구가 뒤늦게 시작됐고 연구자도 많지 않다”며 “같은 주제를 다룬 국내 연구에 비해 중국연구가 양적, 질적 차원에서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료가 정교하지 못하고 부정확하게 복원돼 문제가 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윤동주의 생가가 좌우가 뒤집힌 채 엉터리로 복원돼 관광지화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윤동주가 한국인 관광객이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상업화되면서 나타난 결과”라며 “복원연구가 더 치밀하게 진행돼야 하며 잘못된 부분은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디아스포라: 흩어진 사람들이라는 뜻의 그리스어로, 고향을 떠나 세계에 흩어져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

4. 한중일 교류로 윤동주 연구의 더 큰 도약을 꿈꾸다

윤동주는 동아시아 삼국을 관통하는 시인으로서 한중일 모두에서 관심을 가지고 연구되는 대상이다. 한국에선 전반적으로 해석의 다양성과 깊이를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일본에선 윤동주의 일본 거주 당시 기록을 복원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연변지역에선 일본과 마찬가지로 윤동주의 삶과 문학을 발굴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연구는 저마다 문제를 지니고 있다. 김유중 교수는 “현재 한국에 보존된 윤동주에 관한 자료가 제한적인 까닭에 보다 심도 있는 추적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원전으로 여겨지는 판본의 번역이 불완전해 해석에 대한 논란이 있다. 중국의 윤동주 연구는 한국, 일본과 비교할 때 연구의 양적 질적 수준이 미비하다.

학자들은 윤동주를 해석하는 데 있어 한중일 사이의 뚜렷한 차이나 국가적 경향성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동아시아 삼국의 연구논문을 엮고 있는 류양선 교수는 “한중일의 윤동주 연구자들이 비교문학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통해 앞서 언급됐던 지리적·사료적 제약과 한계를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유중 교수도 “윤동주는 동북아시아 지역 학자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긴밀히 협조해 연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주제”라며 “윤동주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그의 시를 근대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문화현상으로 여기고 각국에서 협력을 통해 문제를 보완하며 연구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20세기 초 격동의 시대에 한중일은 윤동주라는 구심점으로 묶여있다. 따라서 연구자들이 교류함으로써 담론의 진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기대된다. 시대의 아픔을 감싼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동아시아 삼국의 학자들이 함께 윤동주 연구의 또 다른 도약을 달성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삽화: 강세령 기자 tomato94@snu.kr 레이아웃: 조수지 기자 s4kribb@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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