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이 넘는 수업에 집중한 뒤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게 있다. 바로 담배다. 흡연자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래선지 수업이 끝나고 교내의 암묵적인 흡연 구역으로 가면 적지 않은 학생들이 모여 연기를 피워내는 걸 볼 수 있다.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같은 시간대에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구와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같은 수업을 들은 학우와 나란히 나오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암묵적인 흡연 구역이란 말 그대로 ‘암묵적’으로 정해진 곳이다. 필자가 주로 인문대에서 수업을 듣기 때문에 인문대를 기준으로 말해보자면, 1동과 2동 사이의 소위 ‘아방궁’이라 불리는 공터와, 신양인문학술정보관(4동) 건물 뒤편, 인문대 건물(5동, 6동, 7동)과 두산인문관(8동)이 口자로 둘러싼 공터 등이 암묵적인 흡연 구역이다. 그곳에는 금연 표지판이 붙어 있지도 않고, 쓰레기통을 재떨이로도 사용할 수 있어 많은 학생과 교직원들이 담배를 피기 위해 모여든다. 그런데 아방궁은 봄이면 벚꽃이 예쁘게 피는 명소로, 장터 시즌이면 많은 학생들이 가서 꽃놀이를 하는 곳이다. 또한 신양인문학술정보관 뒤편이나 두산인문관 옆 공터도 많은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통로이자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는 휴게소기도 하다.

이런 장소들은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모두 이용하도록 개방된 공간이므로, 양쪽 모두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공대에선 현재 흡연부스 설치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인문대나 사회대, 학생회관 근처 등 공대를 제외한 학내 대부분의 공간에서 흡연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상태다. 특히 중앙도서관 관정관과 학생회관 사이의 계단은 도서관과 학생회관을 오가는 학우들의 주요 통로라는 점에서 간접흡연 관련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비흡연자 입장에서 담배 연기를 질색하고 간접흡연을 두려워하는 것만큼이나 흡연자 입장에서도 그런 반응이 신경 쓰인다. 흡연자들은 범법 행위를 하는 것도 아닌데 캠퍼스 내에서 흡연을 할 때마다, 특히 그 장소가 비흡연자와 같이 이용하는 공간일 때마다, 종종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눈치를 보는 것에 지쳤다. 흡연자 입장에서도 간접흡연의 가능성은 원천봉쇄하고 싶다. 흡연 부스가 학내 곳곳에 설치된다면 양쪽이 모두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암묵적인 흡연 구역이나 그 외 장소에선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쾌적한 흡연을 하기 매우 어렵다. 비 또는 눈이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제대로 된 가림막도 없는 실외에서는 흡연하기가 힘들다. 단순히 간접흡연을 막기 위한 대책 차원이 아닌, 흡연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서도 흡연 부스의 설치가 필요한 것이다.

학교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위에서 언급한 장소들을 중심으로 학내 곳곳에 흡연 부스를 설치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더 이상 담배에 관한 불만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혜리
국어국문학과·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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