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이 놓아 준 종교와 예술 사이의 다리
장학금이 놓아 준 종교와 예술 사이의 다리
  • 서은혜 기자
  • 승인 2017.11.26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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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비 내리는 어느 날, 신양인문학술정보관(4동)에서 서울대 장학금 수기 공모전 최우수상을 받은 김용재 씨(종교학과 석사과정·16)를 만났다. 그는 작곡과 학부를 졸업한 이후 종교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작곡을 전공하지만 돈이 생기면 CD보다 책을 살 만큼 인문학에 관심이 많던 김 씨는 학부 졸업을 세 학기 앞두고 종교학을 복수전공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종교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숭고함이 어디서 오는 것일지 궁금했다”며 “종교와 예술을 통해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공부하면서 음악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재 씨는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면서 장학금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됐다. 등록금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종교학과 대학원 진학을 망설이던 그는 고민 끝에 학부생 시절 장학금을 지원해 준 기부자에게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다. 김 씨는 편지를 쓰기 전 기부자에 대해 찾아보면서, 이제껏 자신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준 사람이 누구인지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학부 2학년 때부터 장학금을 받았는데, 그땐 복권에 당첨됐다고 여기며 철없이 좋아했다”며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다시 한번 장학금을 부탁하기 위해서야 처음으로 기부자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이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김 씨는 자신의 사정과 앞으로의 학업 계획을 담은 편지를 기부자에게 보냈고 얼마 뒤 장학생에 선정됐다. 그는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전화를 받고 도서관에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며 “장학금 덕분에 대학원에 입학해 학비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올해 마지막 장학금 수여식에서 수년간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기부자에게 꽃다발과 감사의 편지를 전했다. 김 씨는 “내가 건넨 편지를 읽으며 미소를 짓는 기부자의 모습을 보면서 작게라도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철없던 나였지만 그를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됐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종교학 공부를 하면서 꾸준한 음악 작업을 통해 올해 9월에 앨범 『퀘렌시아(Querencia) Vol. 1 · 슬픔의 대지 위에 서서』를 발매한 김 씨는 자신의 장래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는 “종교와 예술은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게 하는 두 개의 창”이라며 “이 둘을 분리하지 않고 공부와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게 기부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업을 지속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 박성민 기자 seongmin4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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