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교수회관(125동)에서 있었던 서울대 장학금 수기 공모전 시상식이 끝난 후, 인자한 미소가 입가에 가득한 여성분이 기자를 향해 손짓했다. 화학부를 졸업해 현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옥희 씨(화학과·79졸)는 8명의 수상자 중 유일하게 장학금 수혜자가 아닌 기부자다. 한 씨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화학부 4학년 학생 중 성적이 우수한 여학생에게 1년간 장학금을 지급하는 ‘한나 장학금’을 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한 씨는 후속 세대를 양성하기 위해 기부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껴 장학금을 출연하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숙박할 곳이 없어 떠돌아다니던 중 한 부부의 도움을 받았다”고 회상하며 “과거에 대가를 바라지 않는 도움을 받았던 것이 생각나 기부에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한 씨는 “학창시절엔 장학금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며 “도움을 받을 당시엔 잘 몰랐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고맙게 느껴지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한 씨는 장학금 후원 외에 유니세프에도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그는 “여기저기 기부하는 것보다도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부가 필요한 다른 곳에는 그것에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 기부할 것”이라고 기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는 “기부란 자신의 돈과 시간을 대가 없이 주는 것이므로 어떤 면에서는 쉽지 않고 내적 갈등이 있을 수 있다”며 “이기심을 극복하고 기부를 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 씨는 발전기금이 기부금 모금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기부자도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부란, 혜택을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유가 생겼을 때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는 선순환이 중요하다”며 “기부의 선순환이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으면 기부도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씨는 기부금이 꼭 필요한 데 쓰였으면 하는 소망을 밝혔다. 그는 “재능 있는 사람이 가진 게 없다는 이유만으로 꿈을 펼치지 못 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기부금이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 씨는 사회로부터 많은 것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에 받은만큼 다시 돌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대학이라는 위치에 있으면 우리나라, 더 나아가 세계에 그만한 기여를 해야 한다”며 “연구비 확보나 성과 경쟁에서 벗어나 서울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중요한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한 수기에서도 ‘장학금 수혜자가 자격과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장학금을 받는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혜택을 받게 됐다고 생각하며 인류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잘 활용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 박성민 기자 seongmin4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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