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남 강사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얼마 전 교수학습개발센터의 글쓰기교실이 주최한 우수리포트 공모대회 시상식에 다녀왔다. 시상식에는 우수한 리포트를 작성한 수상자들과 그 학생들을 지도한 교수들이 초대됐다. 시상식에선 지도 교수들의 축하와 학생들의 수상 소감이 이어졌다. 필자 역시 지난 학기에 우수한 리포트를 작성했던 학생을 축하해줬다. 그러면서 이번 학기에 맡은 학생들을 더 열심히 가르쳐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했다.

시상식 중간 쉬는 시간에 옆에 앉은 교수님께 학생들 숫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어떻게 그렇게 훌륭하게 지도하시는지 개인적으로 여쭤봤다. 교수님은 20~30명의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시간 여건상 학생들을 세심하게 지도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고 하셨다. 따라서 본인은 서너 명을 그룹으로 만들어 지도하신다고 하셨다. 물론 그룹 지도 역시 시간 여건상 어려움이 많음을 빼놓지 않으셨다. 이번 학기에 필자가 맡은 학생이 많았기에, 그 교수님의 고민은 크게 공감됐다.

사실 서울대 교수는 해당 분야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 중 하나다. 따라서 교수에게는 학부 학생들 교육과 지도 외에도 해야 할 일들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우선 젊은 교수들의 임용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교육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논문 성과가 나와야 한다. 타 대학에 비해 대학원 진학률이 높은 서울대의 경우 교수 한 명이 지도해야 하는 대학원생 숫자 역시 많다. 여기에 더해 교수들은 수많은 행정 업무까지 처리해야 한다. 전문가로서 교의 강연이나 정부 정책 조언, 그리고 국내외 학회 업무 등도 주기적으로 교수들의 시간을 빼앗는다. 이런 훌륭한 교수들에게 세심한 지도를 받을 수 있다면 학생들의 잠재력은 놀랍게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수들이 학부 학생들 교육과 지도를 위해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학부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하기 위해서는 잠이라도 줄여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을 도와 상당수의 학부생들을 교육하고 있는 이들은 필자 같은 시간강사들이다. 이들은 궁극적으로는 교수의 목표를 안고 석·박사 과정을 거친 이들로, 현재 법률적으로 교원의 지위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교수와 마찬가지로 학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실 법률로만 판단하자면 이들에게 교수처럼 학부 학생들을 세심하게 지도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하지만, 해당 분야의 연구 외에도 학생들 지도에 대한 열정을 꾸준히 길러온 이들이기에, 시간강사 중에는 학부 학생들 지도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여전히 걸림돌은 존재한다. 2018년에 개정되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간강사들은 교원의 지위를 갖게 될 것이나, 그들에 대한 실질적인 처우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보장된 임용기간이 1년 이상이므로 서울대에 출강하는 시간강사들 중 상당수는 불안한 처우로 인해 계속해서 다른 직장을 물색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학생들의 교육과 지도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들이 얼마나 훌륭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해마다 실감한다. 조금만 지도해줘도 학생들은 놀라운 성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대학 환경은 학생에게도, 교수에게도, 그리고 시간강사에게도 결코 녹록치 않다. 고등교육법 개정을 앞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를 두고 대학의 관계자들이 모두 함께 머리를 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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