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고생할 필요? 글쎄다!”

대학에서는 전부터 레포트를 제출할 때 인터넷 자료를 '긁어' 내거나 선배의 레포트를 물려받아 고쳐서 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돈을 주고 레포트를 사서 내는 경우도 있다. 이미 검색 사이트에 등록되어 있는 레포트 공유 사이트만 20여 개에 이르고 있으며 한 포털사이트의 질문란에는 "학과 친구들 대부분이 인터넷에서 레포트를 찾아 제출한다"며 좋은 사이트를 추천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있기도 하다. 그 중 한 사이트를 보면 무려 23만건이 넘는 논문과 레포트가 등록되어 있다.

레포트 베끼기, 대리출석 등 각종 비도덕적 행위 만연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이같이 레포트를 사고 팔거나 베껴내는 것에서 대리출석, 부정행위에 이르기까지 부도덕한 행동이 널리 퍼져있는 실정이다. 지난해에 IVF(한국 기독학생회)에서 서울대 학부생 3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정직 문화 운동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레포트 베끼기를 해 본 학생이 52%, 대리 출석을 해 본 학생이 66%, 시험 중 부정행위를 해본 학생이 30%에 달했다.


심지어 같은 학과 학생들이 집단으로 부정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범대의 한 학생은 "대학국어 과목의 한자 시험을 보았는데 수강생 대다수가 서로 짜고 부정행위를 했다"며 "나만 그 사실을 몰랐는데 혼자서 불이익을 받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한 이공계 실험 수업의 경우에는 선배들에게 받은 자료를 베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실험 수업을 들었던 공대 이모씨는 "한 반에서 1/3 정도가 선배들의 실험 자료를 이용해 레포트를 낸다"고 말했다. 물리학부의 한 조교 역시 "실험이 해마다 같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과거 결과를 베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한다. 공대 강모씨는 "학기 초에는 밤새워 실험 레포트를 썼었지만 결과적으로 선배의 자료를 받아 쓴 친구들의 점수가 더 좋았다"며 "이를 경험한 사람들이 학기 중반부터는 선배들 자료를 고쳐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IVF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들이 레포트 베끼기, 대리출석, 시험중 부정행위 등의 행동을 할 경우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응답이 51%에 달했다.


교수나 대학당국에서는 이러한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처벌규정을 두거나 여러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전효택 교수(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는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지정좌석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장치들은 정직한 학생들의 억울한 피해를 막을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는 자존심"이라고 말했다.

‘레포트 베끼기’ 해 본 학생이 절반 이상
학생들의 의식변화 시급해


특히 학생들 중 상당수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이 흐려지는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는 것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부정행위를 하고도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는 학생이 15%에 이르렀다. 박승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학생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진실하지 못하다면 기성세대와 다를 것이 있겠는가"라며 "기본적인 것이 바로서지 않으면 학문도 바로 설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 사회 내부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IVF 는 지난 해에 '부끄러운 A학점보다 당당한 B학점이 낫다'는 캠페인을 벌였고 1200여 명의 학생들이 이에 동참했다. 캠페인을 기획했던 IVF 최지승씨(응용화학부·00)는 "대학에서 정직한 문화가 자리잡아 사회전체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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