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을 쌓으면 성공이 따라온다

 


대학생활은 어떻게 보내야 하고, 앞으로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정답이 없는 고민이지만,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생 선배’들의 조언이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개인적인 측면은 물론, ‘엘리트’로서의 사회적 역할까지 고민하고 있는 서울대생들에게, 여기 다섯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언젠가 서울대 동창회에서 전화가 왔다. 동창회에 나오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학교를 몇 달밖에 못다녔기 때문에 동창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입학만 하면 동창회원 자격이 있다고 하면서 굳이 나오기를 강청하였다. 결국 나가지 않았다. 사실 나는 서울대를 단지 3개월도 채 다니지 못했다. 1975년 대학을 들어가서 얼마되지 않아 교내시위에 연루되어 학교를 제적당하고 감옥까지 갔다. 그리고는 긴 세월동안 복학이 허용되지 않았다. 방황의 세월이 지속되었다. 1980년이 되어서야 복학하라는 통지가 왔지만 이번에는 내가 거절하였다. “언제는 쫓아내고 이제는 다시 오라니!” 이런 마음 한가운데로부터의 복받침에 결국 복학을 하지 않았었다.

 

 

이렇게 한 젊은 대학생의 꿈은 회색 담벼락에 갇혀 무참하게 깨지고 말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때의 불운을 참으로 다행스럽게 여긴다. 감방속에서 나는 엄청난 독서를 했다. 말리는 사람도 없었고 술먹자는 사람도 없었다. 연애는 물론 할 수 없었다. 가족과 친구들이 영치해준 책을 읽기에 전념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몸은 감옥 속에 갇혔으되 영혼은 자유롭기만 했다. 이 독서의 열중은 출옥 후에도 지속되었다. 복학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감옥 안과 밖의 다양하고 집중적인 독서는 젊은 시절 상상력이 약동하던 나에게 정신적인 보약이 되었다. 그후 제법 나이가 들어 다른 대학을 들어가기는 했지만 제대로 공부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 시절의 독서는 사실상 고졸 출신에 다름아닌 나를 동서고금의 현인들과 선지식과 대화하고 교류하게 만들었다.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 진정한 성공에 대한 고민 있어야

사실 지금은 이렇게 말하지만 그 때는 참으로 고통스러웠고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서울대 들어갔다고 좋아하셨던 시골의 부모님께 큰 불효를 저질렀다. 친구들은 모두 멀쩡하게 대학을 다니는데 나 혼자 집안에서 뒹구는 것이 못내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야말로 ‘청년 실업자’였고 동네사람들의 눈총에 난 ‘문제학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의 실의와 좌절, 방황과 분노, 독서와 명상은 모두 나의 미래의 자양분이 되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는 선인들의 말은 참으로 타당한 것이었다.

 

여전히 많은 학생들은 서울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고시에 합격하기 위해 모여든 젊은이들로 신림동은 북적댄다. 좋은 학력과 자격을 얻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학력과 자격은 단지 외형일 뿐이다. 그것만으로 내용을 담보할 수는 없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자격을 갖는다는 것은 이 세상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증명서는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인생의 진정한 성공의 조건이 될 수는 없다.

 

서울대생은 그 ‘증’ 하나만으로 평생을 편안히 먹고 살 수 있다. 어떻게든 그 문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기만 하면 머리 속에 무엇이 들었든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 거기에다가 고시까지 합격하면 금상첨화다. 그러다보니 그 좋았던 두뇌와 입시경쟁에서 치열했던 노력은 오히려 자신의 인격을 수련하고 독서로 영혼을 풍부히 하는 데 쓰지 못한다. 자신의 이기적 삶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면서 정작 우리 이웃들에게 눈을 돌리는 데는 인색하게 된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NGO 동네에는 약에 쓰려고 해도 서울대생을 찾기가 어렵다. 오죽하면 ‘서울대 폐지론’이 나오는 것일까.

 

인생의 낮은 자리, 가장자리로 부모가 반대하는 곳으로 가라

나는 오히려 서울대생들에게 이렇게 권하고 싶다. “그대들 같은 젊은 나이에 따뜻하고 아름답고 멋있는 경험과 장면 대신에 인생의 가장 찬 가장자리 또는 낮은 아랫자리에서 가장 쓰라리고 고통스럽고 거친 고통과 고난을 경험하라”고. “겉으로 남이 부러워하고 멋있는 경력과 자격을 취득하기에 앞서 상상력과 창조성과 지식으로 속이 꽉 찬 삶을 꿈꾸고 실행해 보라”고.

 

그리고 저 시골 거창고등학교 강당에 있다는 직업 선택의 십계명을 음미해 보고 실천해 보기를 권한다.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승진의 기회가 없는 곳을 택하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장래성이 전혀 없는 곳으로 가라,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하는 곳으로 가라,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는 곳을 가라.” 

▲ © 자료사진

박원순 변호사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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