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원(수리과학부·16)

다 좋은 추억이었지, 라는 헛소리를 훗날 내뱉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하나로 몇 달간 일기를 쓴 적이 있었다. 이 수상 소감 역시 비슷한 역할을 하리라.

더 잘 써야만 했었다.

문득 다른 사람이 읽어야만 비로소 소설은 완성된다고 믿었던 때가 떠오른다. 맨 처음 소설을 쓸 때는 그랬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퇴고를 게을리 하는 악습관으로 변질됐다.

그러나 퇴고로도 고칠 수 없는 게 있다. 노란 국화라도 황호의 정갈함과 미까도의 굳건함은 분명 차이가 있다. 또한 꽃봉오리를 쓰다듬었을 때 비로소 은은히 퍼지는 향기는 언급조차 하지 못했다. 표현할 방법을 몰랐다. 시인이 있다면 국화 밭에 앉혀 놓고 물어보고 싶다. 걸어서 들를 수 있는 곳이랍니다. 같이 따라오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글 중에서 국화분재가 뽑힌 이유는 아무래도 국화라는 소재 덕분이라고 지레짐작하고자 한다. 아무래도 내일 국화 밭에 들러서 물이라도 줘야 할 것 같다. 물론 감사해야 할 대상은 그뿐만 아니리라. 부모님, 친구들. 매일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주시는 수리과학부 교수님들, 그리고 아무런 준비 없이 와도 모임 참석하는 걸 허락하는 총문학연구회 부원들. 천장에 박힌 장미 한 송이만 쳐다보고 있어도 우리는 괜찮았다.

두서없이 적었다. 앞으로 소설을 계속 써나갈 수 있을지도 의구심이 든다. 우선은 소녀에 관해 쓰고 싶다. 알고 보았더니 남자였더라, 와 같은 서사에 의존하기는 싫다. 국화 대신 장미를 넣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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