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버스

박희준(컴퓨터공학부·15)

집 내려가는 길

버스는 곧바로 남쪽을 향해 간다

노곤한 몸 맨 뒷좌석에 누이니

자리마다 피어오르는 물안개안경에 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앞 좌석엔 모자를 눈썹까지 푹 눌러쓴 미인이

의자를 내게 젖혀 짧은 잠을 청한다

나는 무릎으로 내 이름을 알리려다

일주일을 요약한 풋잠은

설렘이라도 깨울 수 없는 일이란 걸 알았다


이윽고 너는 자리에 일어나

옆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좁은 틈을 지나가는구나


산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일

그저 소소로이 넘보다가

홀연히 스며드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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