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준(컴퓨터공학부·15)

퇴근길에 당선 소식을 접했습니다. 얼마나 기쁘던지 곧장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버지 당신께서도 옛날에 같은 상을 받으셨지요. 대를 이어 시로 상을 받는 것이 저에게 그런 것처럼 당신께도 큰 기쁨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시에는 전혀 관심 가질 일이 없었고 참 건빵 같은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앞에 있으니까 씹고 삼키기는 하지만 뭔가 퍽퍽한, 아무 맛이 나지 않는 그런 것. 때를 맞추어 찾아온 천식은 소리 없이 두 발을 무겁게 만들곤 했습니다. 그런 저를 기어코 일으켜 세운 건 오랜 기도 끝에 창문 너머 보였던 별자리, 무심코 밟아버린 잎자루 마른 나뭇잎, 같이 있기만 해도 마냥 즐거운 친구들의 이야기, 그리고 어머니의 눈물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나둘 써 내려갔던 것들이 저에게 시가 됐습니다.

생각나면 펜을 들고 자판을 쳤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줄 만한 것이 못돼 스스로 정체됨을 느꼈을 때, 우연히 학교에 시를 배울 수 있는 강의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지난겨울 아침마다 찬 바람 뚫고 수강생들과 시를 나눠 읽었던, 그 누구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교수님과 함께했던 기억이 잊히지 않습니다.

최근에 쓴 시가 아니라 예전에 쓴 습작 시가 당선돼 놀랐습니다. 심지어 다른 시에 못 미친다고 생각해 올릴지 말지 고민한 끝에 마지막으로 넣은 시였습니다. 일상 속의 통찰을 계속해서 시로 표현해주면 좋겠다고 하신 교수님의 말씀처럼 언제까지나 삶 속에서 잔잔히 마음을 울리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돌아보면 혼자서는 걸어올 수 없었던 삶의 길을 예비하시고 견디게 하신 하나님, 방황하던 10대에게 큰 힘이 돼주신 강은도 목사님, 힘든 시간을 같이 보낸 부모님과 동생 준서, 과 친구들과 심우회 친구들 그리고 앞으로 꽤 오랫동안 같이 일하게 될 랜디 직원분들, 시를 알려주신 오주리 교수님, 마지막으로 심사해주신 교수님들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