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복(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16)

요즘 ‘보석상자’라는 말이 인터넷에서 하나의 밈으로 종종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 유명 연예기획사의 대표가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자사 소속 가수들을 자주 활동시키지 않는 것을, 자기만의 보석상자에 넣어놓고 혼자 즐기는 것에 빗댄 표현입니다. 저에게 기형도의 시는 보석상자 속에 담긴 보물입니다. 힘들거나 기쁠 때, 사실은 언제든 혼자 살짝 열어보고 맘껏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입니다. 물론 기형도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이지만, 저에게 기형도는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상을 주는, 나 혼자 읽고 싶은 그런 보석상자입니다. 그런 기형도에 대해 속으로 품어왔던 생각 중 하나를 풀어놓은 글로 기쁜 소식을 듣게 되어 이 또한 저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글을 ‘낳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하나의 글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문제 의식과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일 것입니다. 사실 전에 써둔 이 글을 정리하면서 대학원의 일과에 치여 제가 원했던 만큼 시간을 들이지 못했기에 큰 기대도 않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수상 소식을 듣게 되어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합니다. 다만 앞으로도 열심히 글을 쓰라는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고마운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여기에 하나하나 다 적을 수는 없겠지만 마음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중 특히 제가 대학문학상에 글을 내도록 독려한, 지금은 군대에 있는 후배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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