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직원 동아리를 만나다

때때로 주어진 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취미를 즐기는 건 삶의 달콤한 휴식이 된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 친목을 도모하는 재미는 덤이다. 이런 동아리의 매력에 사로잡힌 서울대 교직원들이 있다. 『대학신문』에선 관악축구단, 이웃사랑 섬김이, 서울대 교수합창단을 만나봤다.

관악축구단

각자의 인생을 살았던 낮이 지나고 고요함만이 번진 서울대의 저녁, 경영대에서 정문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조명이 환하게 켜진 대운동장이 보인다.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그곳에선 경기를 위해 축구화 끈을 단단히 고쳐 매고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관악축구단’ 회원들을 만날 수 있다. 대운동장에 잔디가 깔리기도 전, 당시 흙먼지 가득했던 운동장의 주인공은 오로지 학생들뿐이었다. 하지만 2007년 대운동장에 푸른 잔디와 함께 교수를 위한 축구 동아리 관악축구단이 등장했다. 관악축구단은 축구를 좋아하는 교수들이 모여 점차 그 규모가 커졌고 현재 9개 단과대, 40여 명의 교수들로 이뤄진 어엿한 축구팀이 됐다.

관악축구단은 서울대 교수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의지에서 출발했다. 현재 관악축구단의 감독 송욱 교수(체육교육과)는 “축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교수들을 위한 모임을 만들고자 시작하게 됐다”며 “그 시간만큼은 ‘서울대 교수’라는 명함을 내려놓고 즐겁게 활동하자는 생각에 서울대라는 말을 넣지 않고 ‘관악축구단’이라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김명환 교수(수리과학부)는 “축구가 하고 싶어서 시작했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축구팀에서 열심히 뛰는 중”이라며 창립멤버로서의 소감을 전했다.

관악축구단의 경기 상대는 학내부터 학외, 심지어 해외를 넘나들 만큼 다양하다. 송 교수는 “학내 연구팀, 관악구청팀, 애경 주식회사 직원팀 등 서울대 내외를 가리지 않고 많은 팀과 교류하는 중”이라며 “보통 관악축구단 회원 교수님들의 개인적 인맥으로 매치가 성사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10년간 해왔던 수많은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조선족 동포로 구성된 연변대 축구팀과의 매치를 꼽았다. 그는 “연변대와의 매치에서 최종 공격수를 자처해 할리우드 액션과 쇼맨십을 곁들였다”며 “경기가 끝난 후 연변대 축구팀과 양꼬치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소소하면서도 유쾌한 일화를 전했다. 여기에 김 교수는 “2013년부터 매년 일본 츠쿠바대학 교수팀과의 경기도 있다”며 “이때까지 있었던 5번의 경기에서 4승 1패의 좋은 기록을 세웠다”고 자랑스러운 듯 덧붙였다.

축구로 활기찬 한 주를 맞이하는 그들의 얼굴엔 축구에 대한 즐거움과 새로운 경기에 대한 기대가 서려 있다. 관악축구단의 활동이 갖는 의미에 대해 묻자 김 교수는 “자신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이 경험은 결코 값으로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송 교수는 “좋은 사람들이 모인 ‘관악축구단’이 서울대 교수들이 부상 없이, 즐겁게,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문소연 기자 moonsy1011@snu.kr

사진: 박성민 기자 seongmin41@snu.kr



이웃사랑 섬김이

사진제공: ‘이웃사랑 섬김이’

지난 2일(토), 이른 오전부터 호암교수회관(125동)에선 캐럴 음악이 울려 퍼졌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이곳만큼은 따스한 온기가 가득했다. 보육원 아이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며 준비한 공연을 함께 즐기는 ‘작은 음악회’, 그 중심엔 행사를 기획한 ‘이웃사랑 섬김이’가 있었다.

이웃사랑 섬김이는 서울대에 근무하는 교직원들로 구성된 사회봉사 동아리로 2000년 12월에 설립된 후 매달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해왔다. 현재는 주로 ‘동명 복지센터’에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과 노인질환 어르신들을 돕고 있다. 동아리 창립 멤버로서 17년간 활동해온 사회대 이차권 행정관은 “현재 정기봉사자가 25명이고 정기후원금을 내주시는 분들은 30명이나 된다”며 “위를 바라보기보다 아래를 바라보며 살자는 마음이 많은 사람에게 전해진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활동해온 단원들에게 이웃사랑 섬김이는 큰 의미가 있다. 8년째 이웃사랑 섬김이에서 활동해온 박물관 김경옥 선임주무관은 “언젠가부터 봉사가 스스로에게도 배움이 되는 것 같다”며 “바쁜 일이 있으면 못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재작년부터는 봉사 활동을 우선순위로 정했다”고 전했다. 5년 차 단원인 호암교수회관 김우희 주무관은 “봉사 활동이 혼자선 어려울 수 있지만 많은 사람과 함께 하니 더욱 즐겁게 하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봉사 활동이 쉽지만은 않다. 김우희 주무관은 “처음 아동센터에 갔을 때 아이들이 낯을 가리는 게 느껴졌다”며 “그래도 먼저 다가갈수록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에 점차 보람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김경옥 선임주무관은 “동아리에서 봉사 대상을 노인분들까지 확장할 때, 상대적으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자 아이들이 많이 아쉬워했다”며 “시큰둥한 줄만 알았던 아이들이 붙잡아주니 그동안 잘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웃사랑 섬김이 단원들은 소외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김우희 주무관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위안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경옥 선임주무관도 “봉사 활동에 관심이 있다면 생각만 하기보다 먼저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젊은 직원분들도 오셔서 어린 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웃사랑 섬김이는 매월 정보광장 직원공지사항에서 봉사 활동을 안내하고 있다. 이웃사랑 섬김이의 따뜻한 마음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대학신문 snupress@snu.kr



서울대 교수합창단

사진제공: ‘서울대 교수합창단’

‘서울대학교 교수합창단’(이하 교수합창단)은 2010년 시작된 서울대 최초의 교수 합창단이다. 교수합창단은 윤현주 교수(성악과)의 지휘 아래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의 네 파트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2011년 크리스마스 콘서트부터 올해 11월 정기연주회에 이르기까지 총 7회의 정기연주회를 했다.

학생들을 위한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된 교수합창단은 친근한 합창단의 모습을 내세우고 있다. 2010년 10월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졸업식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으로 10여 명의 교수가 모여, 다음 해 2월엔 2PM의 ‘죽어도 못 보내’를 졸업생 앞에서 부를 수 있었다. 이후에도 정기연주회에서 ‘노바디’ ‘마법의 성’ ‘징글벨’과 같은 대중가요를 편곡해 선보였다. 교수합창단 단장 최만수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자칫 근엄하게 보일 수 있는 교수들이 나비넥타이를 매고 학생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선곡의 이유를 밝혔다.

교수합창단은 학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작년에 열린 개교 70주년 기념음악회에선 직원합창단, 음대합창단, 학생합창단과 함께 ‘말러 교향곡 2번’을 불렀다. 총지휘를 맡았던 윤현주 교수는 이때의 경험에 대해 “서로 소통할 기회가 많이 없었던 서울대의 여러 구성원이 함께 연습하고 무대를 완성했다”며 “서울대 구성원들이 하나라는 걸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작년엔 ‘탈북가정 합동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렀고 올해엔 ‘소망교도소’에서 공연하는 등 외부활동도 이어왔다. 특히 교도소에서의 합창경험에 대해 윤 교수는 “처음엔 긴장되는 마음에 교수와 재소자들의 얼굴이 굳어 있었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서로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이 느껴졌다”며 “음악의 힘을 발견하게 되는 경험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음악의 힘’은 다른 교수들에게도 전달됐다. 2011년 10여 명으로 출발한 교수합창단은 이제 70명이 넘는 교수가 속한 큰 규모의 합창단이 됐다. 공대에서부터 인문대, 심지어는 연건캠퍼스의 의대까지 여러 단과대학의 교수가 함께하고 있다. 최 교수는 ‘음악의 힘’에 대해 강조하며 “짧은 시간이지만 이곳에서 얻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연구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라고 말을 남겼다. 교수합창단은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예술계 복합교육연구동(74동)에서 연습하고 있다. 서울대 유일의 교수합창단이 되는 문은 음악을 사랑하는 교수라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이승완 기자 lsw2439@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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