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구성원들에게 인권침해 및 성폭력을 가하고, 대학원생의 인건비도 횡령한 ‘사회학과 H교수 사건’이 알려진 지 여러 달이 지났다. 학내외에서는 H교수에 대한 해임 이상의 중징계를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8월 10일, H교수의 복귀에 반대하는 사회학 전공 학부생·대학원생과 박사 졸업생들은 본부에 연서명을 제출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총학생회·사회대 학생회·자연대 학생회도 H교수의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연이어 발표했고, 박노자, 이진경 등의 해외 한국인 사회학자들도 이런 움직임에 지지를 표했다. 가을에는 학생들이 행정관 앞에 나와 H교수 복귀를 거부하는 피켓을 들었다.

‘H교수 사건’은 학내 수많은 인권침해 사건의 연속선상에 있다. 만일 본부가 H교수에게 3개월 정직과 같은 온정주의적 처분을 내린다면, 이는 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갑질 교수’들에게 그들의 행위가 대학사회에서 용인될 수 있다는 그릇된 신호를 주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구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실적’이라는 이름 하에 숨겨진 ‘사람’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서라도, H교수에게는 해임 이상의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

공은 본부로 넘어갔다. 하지만 본부는 온정주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인권센터는 정직 3개월을 권고하면서 H교수에게 면죄부를 줬고, 본부는 ‘정직 3개월이 교수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아느냐’는 말로 정직 3개월의 수위를 재단하고 있다. 3개월 정직 처분은 결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까지 그 어떤 형태로도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표하지 않는 H교수를 다시 마주하게끔 하는 정직 처분을 어찌 ‘치명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한 위와 같은 본부의 발언은 H교수의 행위를 비호하면서 오히려 피해자들을 고립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권’은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본부는 무소식이다. 징계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도, 언제 발표될지도 알 수 없다. 시흥캠퍼스 추진에 반대하며 행정관을 점거했던 학생들에 대처했던 본부의 발 빠른 행보에 비춰보면 과연 같은 본부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징계 발표가 늦춰지면서, 징계 수위가 3개월에 그칠 것이라는 불안은 커지고 있다. 심지어는 본부가 의도적으로 학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H교수의 정직 처분을 공표함으로써 학내의 움직임을 억압하려 한다는 의심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징계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구성원들은 지쳐버렸고 내부의 갈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결국 회복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공동체는 계속 흔들리고 있다. 이런 불안을 누그러뜨리고 하루빨리 회복을 시작하기 위해서라도, 징계는 더 이상 지체돼선 안 된다. 본부는 징계가 언제 나올지 어서 고지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징계가 지연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해임 이상의 중징계를 내려야 할 것이다.

박상욱
사회학과·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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