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전한다. 이제 여러분은 십수 년 간의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사회로 내딛는 첫 걸음에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기뻐하는 이도 있겠으나,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기가 아직은 두려운 이도 있을 것이다.

울타리는 한편으로는 속박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안주의 공간이다. 꿈과 희망을 위해서, 또한 더 넓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선 알껍데기를 깨고 나아가야 하지만, 평생의 대부분을 지내온 공간을 벗어나는 것은 또 다른 불안이며 공포다.

더군다나 부푼 가슴을 안고 사회로 첫발을 내디뎌야 할 청년들이 소위 ‘n포세대’로 불리며 어떤 희망을 포기할 것인지를 골라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작금의 현실은 졸업의 의미를 더욱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웃프다’란 신조어는 처음엔 매우 생소했으나 그런 말이 필요한 상황이 반복되는 사회 현실 속에서 어느덧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축하한다’는 말 대신 졸업생들에게 해주어야 할 신조어 ‘축로한다’(한편으로는 축하하지만, 한편으로는 위로함)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행복했을 것이다. 더구나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세대들은 행운아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별빛이 보이지 않는 세대들은 그들을 부러워하기만 해야 하는가? 모든 세대에게는 각 세대가 짊어져야 할 짐이 있다. 경제 침체, 취업난, 비혼율 증가, 출산율 감소, 부동산값 폭등 등으로 대표되는 ‘n포세대’를 기성세대가 아무리 안타까워한들 각 세대가 나누어 맡은 짐을 대신 져 줄 수는 없다. 또한, 별빛의 안내를 받던 세대들도 지상의 많은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을 알아야 한다.

별빛이 보이지 않는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여러분 스스로가 이 사회를 이끌어 가는 별빛이 되어 주기를 기대해본다. 이는 기성세대가 결코 하지 못한 일이며 자신의 짐을 지는 정도의 임무를 넘어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이러한 당부와 기대가 과욕임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도전과 야망은 또한 청춘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던가? 사회의 강요에 따라 ‘n포세대’를 자처하지 말고 스스로 하나씩을 획득해 가는 ‘n득세대’가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본다.

졸업생 여러분들이 서울대라는 후광에 의지하기보다 각 분야에서 사회를 선도하는 별빛이 되어 서울대를 빛내 주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관악은 여러분이 힘들고 지칠 때 언제든 돌아와 쉬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장소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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