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양 교수
물리·천문학부

인간의 눈으로 원자 단위까지 볼 수 있던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1984년, 미국 ‘AT&T 벨 연구소’의 연구원이었던 국양(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원자 단위의 관측을 가능하게 한 ‘주사형터널링현미경’(STM)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발명했다. 벨 연구소의 경쟁연구소였던 ‘IBM 연구소’에서 세계 최초로 STM을 만든 지 2년 만이었다. “기술적 자문 없이 혼자서 장비를 깨우치며 현미경을 제작했다”는 국 교수는 벨 연구소 시절을 회상하며 “연구원들을 믿고 지원해주는 연구소의 분위기 덕분에 자유롭게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지금, 국양 교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연구비를 지원 받던 연구원에서 이제 그는 후배 학자들의 기초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후원자가 된 것이다. 연구 후원자로서 국 교수는 정량적으로 이뤄지는 현재의 연구업적 평가 관행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정량적인 결과보다는 연구 그 자체의 우수성이 중요하다”며 “양적인 평가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적으로만 연구 업적을 평가할 경우 연구자들이 연구비 지원을 받기 위해 논문을 내기 쉬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 교수는 양적으로 많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연구보다는 창의적인 연구 과제를 선정해 지원을 하고 있다. 그는 “단 하나의 연구라도 혁신적인 연구라면 꾸준히 지원해 새 분야를 개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긴 호흡의 연구가 활성화돼야 학생들도 기초과학 분야에 마음 놓고 뛰어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역설했다.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국양 교수는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대학이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서 활동하는 시기는 20년 뒤”라며 “대학이 현실의 변화를 읽어내고 학생들에게 방향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초학문의 위기로 불리는 현재, 국 교수는 기성학자들이 기초학문의 미래를 짚어줘야 학생들이 이를 바탕으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그는 학생들에게도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지고 변화에 과감히 대처하길 당부했다.

한편 자연과학이 주는 매력에서 물리학자가 된 국양 교수는 과학적 난제를 푼 물리학자로 기억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퇴임을 앞둔 지금까지도 초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국 교수는 “결국 지적 활동에 대한 즐거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쟁에서의 승리, 성공에 대한 집착보다도 스스로 지적인 탐구를 즐기는 데서 새로운 가능성이 나온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연구 과제를 생각했을 정도로 지적 활동을 즐겼던 국 교수는 “어떤 분야든 계속 사고해야 한다”며 “주변과 자기 자신에 대한 호기심은 전체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고 힘줘 말했다. 주변과 자신을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사회의 변화가 시작된다고 믿는 물리학자, 국양 교수는 앞으로도 세상을 바꿀 다양한 연구들을 도울 예정이다.

사진: 박성민 기자 seongmin4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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