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 교수
화학생물공학부

지난해 12월 15일 이승종 교수(화학생물공학부)는 정년 퇴임을 맞아 ‘40 Years with Rheology’(유변학)라는 제목으로 고별 강연을 했다. 강연에는 이 교수가 물리학의 한 분야인 유변학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정년 퇴임하기까지의 경험이 담겨 있었다. 1974년에 대학을 졸업한 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장교로 근무할 때 유변학에 흥미를 느낀 그는 이후 40년간 교수로 일하고 학회를 운영하며 한국 유변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름도 생소한 유변학에 푹 빠져 살았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승종 교수는 유변학에 문외한인 기자를 위해 ‘실리 퍼티’(고무찰흙처럼 갖고 노는 장난감)를 가지고 유변학에 대해 쉽게 설명해 줬다. 그는 “양손으로 실리 퍼티를 빠르게 잡아당기면 막대기가 부러지듯 두 동강이 나고, 천천히 잡아당기면 꿀이 흐르듯 계속 늘어난다”며 “실리 퍼티가 변형되는 데 필요한 시간보다 빠르게 힘을 가하면 고체의 성질이 나타나고, 느리게 힘을 가하면 액체의 성질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변학은 물질이 고체와 액체의 성질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고무, 페인트, 윤활유 등의 물질이 외부의 힘에 의해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연구한다. 이 교수는 “유변학은 물질의 특성을 연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활용해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더할 수 있게 하는 실용적인 학문”이라고 덧붙였다.

1984년부터 강단에서 유변학을 가르친 이 교수는 한국에서 유변학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 교수는 “1989년에 유변학을 연구한 선배들을 모시고 한국유변학회를 만들었다”며 “기조연설자로 미국에서 유학할 때의 지도 교수를 초대하거나 학회지 「유변학」을 창간하는 등 학회의 실무를 도맡았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2004년 학회의 부회장을 맡으며 서울에서 ‘제14회 국제유변학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1990년대부터 제자들이 유변학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92명의 학위 수여자를 배출했다”며 “최근 화학 분야 대기업에서 유변학 전공자를 지속해서 채용할 정도로 유변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변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 이외에도 이승종 교수는 기초연구 진흥을 위해 일했다. 그는 2008년부터 2년간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으로 일하며 기초연구사업의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대학원생에게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해 주는 장학 제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한국연구재단에서 일할 때도 기초연구사업 예산을 증액하는 일에 힘썼다”고 밝혔다. 실제로 2008년에 4,881억 원이었던 기초연구사업 예산은 그가 퇴임한 2010년에 8,100억 원으로 증액됐다. 이 교수는 “기초연구 분야의 경우 투자는 지속해서 하되 성과는 장기적으로 기대해야 한다”며 “연구자들이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자율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당분간 사회가 노벨상에 무관심해질 필요가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승종 교수는 유변학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공대 학생이라면 경제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며 “연구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연구가 시장에서 만들어낼 가치를 항상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후학들이 스스로를 엄격하게 평가하면서 큰 목표를 가지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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