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교수
건축학과

대학로에는 대학교수, 목수, 설계 사무소 직원들이 모여 건축에 대해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 바로 김광현 교수(건축학과)의 주도로 설립된 공동건축학교다. 재작년 세워진 공동건축학교는 ‘주변과 함께하는 건축·교육’에 대한 김 교수의 꿈이 열매를 맺은 곳이다. 그는 “나무의 심은 자라지 않는다”며 “자라는 것은 테두리”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말하는 ‘테두리’는 20년 동안 지역 도서관에서 일했던 공무원, 15년 동안 쇼핑센터만 설계했던 설계 사무소 직원 등 비전문가로 여겨지는 사람들이다. 그는 이들에 대해 “주변은 우리도 모르는 새에 자란다”며 “중심보단 주변에 대해 좀 더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현 교수는 오직 건축가 개인의 창의성이 건축의 방향을 좌우하는 작가 중심의 건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건축은 건축가 혼자 짓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중심이 실은 텅 빈 허구일 수 있다”고 비판하며, 작가 중심의 건축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성, 건축 터전, 부동산적인 이윤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건축’을 제시했다.

김광현 교수는 2006년 정부 건축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건축기본법’ 작성을 주도했다. 그는 “작가의 예술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건축보단 사람들의 실제 생활을 바꾸는 건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축기본법은 건축정책의 기본 방향, 건축문화 진흥과 같이 건축 전반을 아우르며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김 교수는 당시 경험에 대해 “각 건축 분야에 대한 개별법은 존재했지만, 이를 묶어주는 근본적인 법이 없었다”며 “평소 이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고, 실제로 건축기본법 작성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주변과 함께하는 일’에 대한 김광현 교수의 생각은 건축뿐 아니라 그의 교육 철학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기억에 남는 제자 한 명을 꼽을 수는 없다”며 “내 과목에서 C를 받는 학생도 다른 분야에서는 얼마든지 훌륭한 학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겐 주변에 있는 모든 학생이 함께하는 대상이었다. 그는 “교수를 하면서 논문을 수백 편 쓴 것보다 196명의 대학원생과 함께했다는 것, 매주 학생들과 함께한 금요세미나가 1,000회를 넘었다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정년이란 가는 길에 거치는 환승 같은 것이다.” 김광현 교수가 정년에 대해 남긴 말이다. 정년 퇴임 후 공동건축학교에 전념할 것임을 말하는 그의 표정에선 끝을 맺는 아쉬움보단 새로운 도전을 향한 기대가 드러났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직접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도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하는 고민 역시 건축”이라며 “누구나 건축가가 될 수 있다”고 격려의 말을 남겼다.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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