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남 교수
건축학과

중앙도서관 터널을 지나 공대안마당(붉은광장)까지, 최두남 교수(건축학과)가 직접 설계한 곳들을 걸어 그의 연구실이 있는 39동에 도착했다. “건축은 현실과 예술이 만나는 곳”이라는 최 교수의 말처럼 그의 연구실에 들어서자마자 설계 모형도와 함께 그가 직접 그린 추상화 여러 점이 기자를 맞이했다. 현실과 예술이 어우러진 연구실 안에서 만난 최 교수는 “퇴임 후 다시 건축가로, 그리고 화가로 돌아갈 예정”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서 살았던 최 교수는 학부 시절 건축과 회화를 전공했다. 두 분야 모두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고민 끝에 건축 공부를 먼저 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미술에 대한 최 교수의 열정은 건축 대학원 진학 후에도 이어졌고, 건축 작업을 할 때도 미술은 그에게 항상 영감을 불어넣었다. 최 교수는 “회화를 배운 덕분에 건축 설계를 할 때 본능적으로 구도와 색감을 인식할 수 있었다”며 “미적인 감각들이 자칫 경직될 수 있는 건축 설계를 유연하게 만들어 줬다”고 밝혔다.

“건축은 단순한 ‘건물’을 넘어 감동을 주는 것”이라는 최 교수는 일상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설계에 반영하곤 했다. 예컨대 그가 2007년에 설계한 ‘양평하우스’는 숲을 걷다 우연히 보게 된 바위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최 교수는 “쪼개진 바위에 반사된 빛의 잔상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며 직접 양평하우스 모형들을 꺼내 설계 당시를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양평하우스 설계 초안은 원래 직선으로만 이뤄졌었다. 그러나 최 교수는 바위와 숲 등 공간이 주는 감동을 느낀 뒤 건물 설계에 곡선을 추가했다고 한다. 그가 보여준 양평하우스의 최종 설계 모형에는 두 개의 건물이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며 공간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최 교수는 예술이 주는 감정들을 놓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사회와 소통하려 했다. 그에게 건축은 ‘사회적인 예술’이다. 최 교수는 “건축가라면 예술적인 이상을 갖되 현실에 한쪽 발을 담글 수 있어야 한다”며 “건축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가 2012년 공대안마당을 설계할 당시에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또한 공동체의 회복이었다. 설계 초기 과정에서 그는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쉼터를 만들고자 했다. 최 교수는 “학생들에게 광장을 돌려주고 싶었다”며 “설계 당시 학생들이 모여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열린 광장을 구상했다”고 이야기했다. 비록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혀 그의 설계가 온전히 실현되진 못했지만, 최 교수는 “앞으로도 계속 건축을 통해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두남 교수는 건축가 스스로 삶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도 그 경험을 전해줄 수 있다고 봤다. “유리창을 통해 내리쬐는 햇볕, 밖에서 불어오는 봄바람 등 건축이 주는 경험이 나를 건축가로 이끌었다”고 밝힌 최 교수는 매 순간을 즐기는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매 학기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온 힘을 다해 놀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후학들에게 “무엇이든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하루하루 멋지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