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교수
전기·정보공학부

박영준 교수(전기·정보공학부)는 산업현장과 학계를 넘나들며 반도체 연구에 열정을 바쳤다. 지난 40년 동안 그가 해온 일들은 한국의 산업화와 맥을 같이 했다. 지난 경험들을 이야기하는 박 교수의 목소리에는 산업화 과정에서 기여한 이들에 대한 감사가 묻어났다. 아울러 그는 “이제 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반도체란 말조차 생소했던 시절, 박영준 교수는 반도체 분야를 연구하고자 미국 유학을 결정했다. 그는 MIT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이후에 컴퓨터 제조업체인 IBM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반도체 연구를 이어나갔다. 박 교수는 “당시 미국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딜 가나 소수자였다”며 “40년 동안 쉴 틈 없이 일해 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분단 현실에서도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의 성과를 알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한국의 산업화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영준 교수 자신도 한국 반도체 분야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일꾼이었다. 미국에서 귀국한 이후 그는 1988년까지 ‘금성반도체’에서 근무했고, 2001년까지는 ‘SK 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연구소장으로 근무했다. 특히 박 교수는 SK 하이닉스에서 근무했을 당시 진행한 ‘블루칩 프로젝트’를 통해 반도체 회로선 폭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공정기술을 개발해 투자비용을 3분의 1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는 “당시엔 미세공정에 필요한 노광장비*를 사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며 “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새로운 공정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블루칩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SK 하이닉스는 2001년 불어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박영준 교수는 연구실에서도 반도체 기술의 혁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그는 “화학, 생물학, 재료연구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가 반도체를 더 깊게 연구를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가 2011년에 바이러스 DNA를 찾아낼 수 있는 최고 감도 바이오센서를 개발한 것은 이러한 융·복합적 연구의 성과였다. 박 교수는 “12년 동안 학생들과 함께 정성들여 융·복합 연구를 준비했다”며 “나노센서를 통해 암과 같은 질병의 진행단계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도체 기술의 의료분야 활용에 대해 기대감을 표했다.

박영준 교수는 퇴임 이후에도 한국을 위한 새로운 혁신을 구상하고 있다. 민간 주도의 달 탐사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에 희망을 불어넣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교수는 “지금 정년을 맞은 세대는 더 이상 퇴임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젠 나이에 의해 위치가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박영준 교수는 “많은 제자가 산업현장에 뛰어들어 한국의 발전을 위해 이바지 하고 있다”며 30년 동안 물리전자연구실에서 함께한 제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경쟁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일터에서 자아실현의 기회를 찾았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노광장비: 반도체 인화과정에서 사진을 인화하는 것처럼 빛을 쬐어 회로를 그리는 장치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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