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희 교수
의학과

바삐 오가는 사람으로 붐비는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그곳에서 오병희 교수(의학과)를 만나볼 수 있었다. “여전히 내게 주어진 일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교수직을 내려놓으려고 하니 조금은 시원섭섭한 마음도 든다”며 “정년 퇴임까지 남은 시간 동안 교수로서 맡아온 내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시원섭섭하다는 정년 퇴임 소감을 밝힌 오 교수의 두 눈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고혈압과 심부전을 비롯한 심장병 치료 분야의 대가로 손꼽히는 오병희 교수는 국내 심장 의학계 발전의 토대를 다지기 위해 노력해왔다. 1994년 그는 국내 최초로 원거리 심장 이식 수술에 성공해 국내 의학계에 한 획을 긋는 공로를 세웠을 뿐만 아니라, 서울대학교병원 심장이식 프로그램 책임자로서 활발히 심혈관계 연구를 진행하며 심장이식 활성화에 기여하기도 했다. 또한, 오병희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국내 대학병원 교수들과 급성 심부전 환자 5,000여 명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급성 심부전의 원인과 예후, 주요 사인 등을 연구하기도 했다. 오 교수는 “급성 심부전은 암만큼이나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인 의료계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이에 대한 연구가 국내에서 꾸준히 이뤄져 급성 심부전 환자들의 완치율이 높아지기를 희망한다”고 오랜 기간 자신이 몸담아온 분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오 교수는 서울대학교병원 제16대 병원장을 역임하며 국내 의료계의 수준을 향상시켰다. 그는 사립대학병원 교직원에게만 해당되던 사학연금의 적용 범위를 국립대학병원 교직원에까지 넓히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일조해 교직원 복지 향상에 기여했다. “이를 통해 서울대학교병원의 우수한 인력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는 그의 입가엔 뿌듯함의 미소가 번졌다. 서울대학교병원이 UAE의 ‘SKSH 병원’ 위탁 운영권을 따낸 것도 오 교수 재임 시절의 이야기다. 올해 햇수로 개원 4년째인 SKSH 병원은 한국의 우수한 의료체계를 중동에 알리는 데 있어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덕분에 SKSH 병원은 ‘의료 오아시스’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와 같은 의학교육의 세계화와 해외 의료진 연수의 공적을 인정받은 오 교수는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번 교수는 영원한 지도교수라고 생각한다”며 교수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한 오 교수는 바쁜 와중에도 제자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매년 제자들과의 송년회 자리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제자들의 근황을 살핀 것은 물론이고 같은 의사로서 조언도 아끼지 않았던 것이 그 증거다. 이어 오 교수는 “의학 지식을 있는 그대로 암기하는 것보다 환자에게 맞게 응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의학 지식을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힘써달라”고 후학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전했다.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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