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성 교수
의학과

범죄 현장에선 종종 경찰의 힘만으로는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이때 경찰이 알아낼 수 없는 영역까지 추론하는 사람들이 바로 법의학자다. 국내 연간 사망자 수는 전체인구의 1% 가량인데, 그 중 85% 정도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며 나머지 15%인 3만 2천여 명은 사회가 의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석연치 않은 죽음이다.

법의학자로서 이윤성 교수(의학과)는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검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검시를 수행할 수 있는 법의학자가 50명 남짓에 그치는 현실에서, 이들이 한 명당 연간 600여 건의 검시를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대부분의 사망 원인은 검시도 이뤄지지 못한 채 미궁 속에 남을 수밖에 없다. 이윤성 교수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에게 경제적 안정이 보장되지 못하는 법의학자라는 직업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신에 대해 “완전한 본보기, 완전한 타산지석의 대상이 아니”라면서 “그저 본받을 면모가 있는 정도의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는 겸허한 태도를 보였다.

이윤성 교수는 50명 남짓인 우리나라 법의학자 중에서도 언론이 가장 많이 찾은 인물이다. 특히 그는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당시 서울대학교병원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기성 언론과의 인터뷰 경험이 풍부한 그인 만큼 언론인으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금 강조했다. 그는 “백남기 농민 사건, 고준희 양 살해사건 모두 갈등 면모를 부각한 단발성 보도가 대부분 이었다”며 “이런 사건들은 법의관이 제대로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 목동병원에서 일어난 신생아 사망 사건 또한 언론이 확실하지 않은 정보로 기사를 작성해 논란을 증폭시킨 것”이라며 “언론이 본래의 목적인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서 벗어나 여론에 개입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퇴임 이후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 연구책임자로서의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일반적인 분야의 의사보다도 더 죽음을 가깝게 느꼈던 법의학자로서 더욱 소명의식을 가진다”며 “지금의 법률은 지나치게 구체적이라 오히려 실효성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서울대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 타인에게 베풀며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느꼈다며 호스피스 관련 업무가 끝난 후에는 부검 결과지를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끝으로 이윤성 교수는 “후학들 역시 서울대에서 사회적으로 수많은 지원을 받으며 공부한 사람들인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공부를 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 박성민 기자 seongmin4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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