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현 교수
의학과

수많은 환자가 오가는 서울대학교병원 병실 사이를 한참 헤매다 겨우 조광현 교수(의학과)의 연구실을 찾을 수 있었다. 조 교수의 업무는 주로 피부 종양 환자의 진료다. 그는 “대학병원의 특성상 주로 진단하기 어려운 환자를 맡아 힘든 일도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환자가 그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조 교수의 연구실 책상에는 환자가 그려줬다는 초상화가 놓여있었다. “스마트폰 사진을 보고 그려준 것이라 날 그다지 닮지는 않았다”고 말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평생 환자를 진료했음에도 “퇴임 후에도 계속 환자를 진료하고 싶다”고 말하는 조 교수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그가 전공을 선택할 시절, 피부과가 의사 사이에서 인기 있는 전공은 아니었다. 조 교수는 “피부과를 선택했을 때 ‘성적도 괜찮은데 왜 피부과를 가려 하느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피부과 의사의 길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당시는 피부과에 사람들이 막 관심을 두기 시작한 때였다”며 “미지의 세계에 도전해보고자 피부과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조광현 교수는 EBS의 <명의>라는 프로그램에 피부암 분야의 권위자로 소개될 만큼 피부 종양의 진단과 치료 분야의 선구자다. 나병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던 시절부터 피부 종양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관련 연구가 활성화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감염으로 인한 피부 질환 연구다. 그는 피부 종양으로 사망한 환자를 부검하는 과정에서 병리과 교수와 함께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병이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감염 때문임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조 교수는 자선 병원인 ‘도티기념병원’에서 무료 피부과 진료를 하기도 했다.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해온 도티기념병원은 1982년에 설립돼 작년까지 35년간 무료 진료를 진행했다. 조 교수는 동료 의사의 소개로 약 10년간 그곳에서 피부과 진료를 했다. 그는 아이들을 진료하면서 “처음에는 습진 등의 병이 주를 이뤘는데 이제는 여드름 때문에 진료를 받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아이들이 하는 삶의 고민도 그동안 달라졌다”며 설명했다. 비록 도티기념병원은 작년에 문을 닫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아이들을 무료로 진료하고 있다. 퇴임 후에도 “무료 진료를 계속하겠다”고 말하는 조 교수에게서 환자를 향한 애정이 느껴졌다.

그는 청년들을 만나면 꼭 하는 말이라며 꿈을 가지라는 당부를 남겼다. 그는 “제대하고 일할 곳을 찾지 못해 시간을 보내다, 스스로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그런 것 없이 남들이 좋다고 하는 길만을 따라왔던 것 같았다”고 자신의 청년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다 그는 우연히 서울대학교병원에 자리가 나 일을 하게 됐고, 국내 최고의 피부과 의사가 되자는 꿈을 꿨다. 그는 “당시에도 최고의 피부과 의사가 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고 지금도 꿈을 이뤘는지는 모르겠지만, 꿈을 갖지 않았다면 지금의 반도 이루지 못했을 것 같다”며 “꿈이 있는 것과 꿈 없이 살아가는 것은 천지 차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요즘 기사를 보면 n포 세대라 해서 고단함 때문에 많은 것을 쉽게 포기하곤 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과 함께 조 교수는 무엇이 됐든 청년들이 꿈을 갖고 살아가면 좋겠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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